‘이태원 참사’ 안중에 없는 北, 남쪽 직접 겨냥 위협 더 세졌다

세월호 때는 자제하더니 ‘초강수’
한·미 연합공중훈련 중인데 발사
전문가 “도발 패턴 크게 바뀐 듯”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실질적 영토 침해 행위”라며 엄정한 대응을 지시했다. 대통령실 제공

북한은 이태원 참사로 인해 남측이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한 시기에 무더기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이 2일 발사한 미사일만 25발에 이른다. 특히 탄도미사일 1발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속초 동쪽 57㎞ 지점에 떨어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듯 북한은 남측에 혼란 상황이 있을 때는 도발을 자제했다”며 “도발해도 관심을 못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미사일 발사와 무차별 포격을 감행한 것을 두고 “북한의 도발 패턴이 이제 바뀐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6시51분쯤을 시작으로 4차례에 걸쳐 25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발사 장소는 평북 정주와 강원도 원산, 함남 신포 등 10개 지역이었다. 미사일 종류는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지대공미사일 등이었다. 북한은 다양한 장소에서 20㎞ 수준의 고도로 매우 낮게, 짧은 비행거리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쏘면서 우리 측 탐지에 혼란을 주려고 애썼다.

이번 도발이 북한의 새로운 도발 패턴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측의 국가애도기간에 도발한 것 외에도, 북한이 기존에 탄도미사일을 북동쪽으로 쏘던 것과 달리 남동쪽을 향해 발사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은 1984년부터 최근까지 총 20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남쪽을 직접 겨냥한 적은 없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때도 해안포와 방사포만 쐈다.

또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진행되고 미국 핵추진 잠수함 ‘키웨스트함’이 부산항에 입항한 시점에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대담한 양상을 보인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정천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미국과 남조선이 우리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은 자기의 전략적 사명을 지체 없이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부위원장이 언급한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은 핵 무력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한국을 향해 전술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기존의 확장억제로는 부족하다”며 “나토식 핵공유 등을 통해 대북 억지력을 향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외교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북한이 NLL을 침범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유례없는 중대한 군사적 도발 행위”라며 “국가애도기간 중 감행된 이번 도발은 인륜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한미·한일 북핵대표도 각각 유선협의를 갖고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및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하는 도발을 감행한 것을 강력히 규탄했다. 특히 NLL을 넘어 한국 영해 인근에 미사일을 낙탄시킨 행위는 유례없는 군사적 도발로 결코 용납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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