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 매달리는 메타… 인스타·왓츠앱 먹통에 위상 흔들

1년 만에 실적 하락… 주가도 폭락
리얼리티 랩스 적자 등 성장 둔화
SNS 서비스는 계속 오류 비판 봇물

메타버스 신대륙을 향한 메타의 항해가 1년째 표류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사명을 바꾸고 1년 만에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회사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늘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의 주요 서비스가 잇달아 장애를 일으키면서 ‘기본’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까지 쏟아진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0월 29일 회사 이름을 메타로 변경했다. 메타버스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외부 압박을 피하려는 국면전환 카드이기도 했다. 당시 페이스북에서 자체 연구를 통해 알고리즘이 사회적 갈등·분쟁을 조장하고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걸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부고발자를 통해 알려졌다.

메타의 성장은 크게 둔화했다. 페이스북은 20억명 이상의 사용자에게 맞춤형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플랫폼을 앞세워 광고 시장의 큰손이 됐다. 하지만 애플이 지난해 사용자 허가 없이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앱투명성(ATT)을 도입하면서 먹구름이 드리웠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광고 시장이 위축되면서 실적 하락은 가팔라졌다.

올해 3분기 메타는 매출 277억1000만 달러(약 39조3400억원), 순이익 44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4%가량 줄었고, 순이익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4분기 실적 전망은 더 암울하다. 주가도 폭락했다. 지난해 11월 1일 주당 329.98달러였던 주가는 올해 10월 31일 93.16달러까지 추락했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70% 이상 내려앉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의 자산은 올해만 710억 달러 줄어 559억 달러에 머물렀다. 억만장자 순위에서 14계단 내린 20위까지 미끄러졌다. 메타의 2인자로 사업 모델 구축에 핵심적 열할을 했던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도 회사를 떠났다.

저커버그가 미래라고 외치는 메타버스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메타버스 기기와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리얼리티 랩스는 매출 2억8500만 달러, 영업손실 36억7200만 달러를 거뒀다. 리얼리티 랩스는 분기마다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반등을 하지 못하면 주주들로부터 더 큰 압박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에 공개한 전문가용 가상현실(VR) 헤드셋 ‘퀘스트 프로’는 기존 VR 헤드셋에서 진전한 게 없다는 혹평을 들었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설립자는 “메타의 의도적인 메타버스 생태계 건설은 실패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필 스펜서 마이크로소프트(MS) 게이밍 대표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테크 라이브 포럼에 참석해서 “지금의 메타버스는 질이 낮은 게임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메타는 여전히 세계 최대 SNS 업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 메타의 ‘패밀리 앱’의 월간 활성사용자수(MAP)는 37억1000만명에 이른다. 다만 잇단 서비스 장애로 신뢰를 잃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 31일 저녁에 8시간30분 동안 로그인이 이뤄지지 않는 장애를 겪었다. 지난달 25일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이 아시아 유럽 등에서 2시간가량 먹통이 된 지 6일 만이다. 메타는 정확한 장애 원인을 밝히지 않았다. IT매체 엔가젯은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메타는 메타버스에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 메타가 SNS 제국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신뢰성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2일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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