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의 시선] 이해하기 힘든 기무사 ‘세월호 사찰’ 유죄 판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2부(김정곤·장용범·마성영 판사)는 지난달 25일 김대열 전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예비역 소장)과 당시 정보융합실장이던 지영관 전 참모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고(故)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과 공모해 유가족들을 사찰하도록 부대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다.
납득하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1년 2개월간 이 잡듯 수사한 문재인 정부 검찰 특별수사단은 2021년 1월 19일 “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거나 사법 처리 대상이 아니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현 서울 동부지검장인 임관혁 특수단장은 “법률가로서, 검사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순 없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밝혔다. 특수단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자신의 명예를 걸고 발족시킨 조직이다. 그런 검찰 특수단이 무혐의 결론을 내렸음에도 같은 검찰(서울중앙지검)이 공소를 유지한 끝에 유죄를 끌어낸 형국이니, 이것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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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특수단의 ‘무혐의’ 결론 불구
기무사 전 장성 2명 징역2년 선고
‘법리 어긋난 표적 처벌’ 논란 일어
」
검찰과 법원의 유죄 논리는 이렇다. 이재수 사령관이 두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명령해 직권을 남용했는데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실행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가 성립하려면 사령관의 명령이 누가 봐도 명백히 위법적인 내용이어야 한다. “시민에 발포하라”는 명령을 실행한 5·18 관련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이유다. 세월호 사건은 다르다. 군 병력 수천 명에 독도함 등 핵심 병기가 투입돼 실종자 수색 등 유족들을 도왔다. 이렇게 군이 대규모 지원에 나선 경우 지원 대상인 유족들의 반응이나 불만을 수집하는 것이 기무사 본연의 임무다. 따라서 “유족들의 동정을 파악하라”는 사령관의 지시가 위법한 명령이라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게다가 기무사 요원들이 동정 파악 과정에서 ‘사찰’하면 떠오르는 위법적인 방법들을 쓰지 않은 것은 특수단 수사에서도 확인됐다. 특수단은 “기무사가 유족 동향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은 확인했다”면서도 “미행, 도청, 언론 유포 등을 통해 유족의 권리를 침해한 위법 행위까지는 확인되지 않아 처벌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기무사의 보고서는 인터넷상의 공개 자료나 해수부 등에서 나온 정보를 요약한 일회성 보고다. 유족들의 성향을 ‘강성-온건’ 등으로 파악한 대목이 논란이 됐지만, 이는 해수부의 분류를 넘겨받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
유족들은 특수단 발표에 반발해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기각되자 대검에 재항고했다. 대검 역시 “특수단 결론을 뒤집을 추가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그러자 유족들은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했지만,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이마저도 기각됐다. 문재인 대통령 휘하의 서울고검, 대검과 김명수 대법원장 휘하의 서울고법조차 ‘불법 사찰’ 행위를 부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선 이런 사실이 죄다 무시됐다. 이해하기 어렵다.
이뿐 아니다. 검찰은 두 사람 말고도 예하 부대장 2명 등 모두 4명을 추가로 기소했다. 상명하복이 엄격한 군 현실상 직권남용죄는 통상 명령권자인 사령관만 기소하는데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세월호 사건 관련 부대는 세 군데다. 전남 광주 관할 610부대와 안산 관할 310부대 및 사이버 담당 212부대다. 그런데 검찰은 610 부대장(소강원)과 310부대장(김병철)만 기소했다. 212부대는 인터넷 등을 검색해 유족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검찰 시각으로 보면 ‘사찰’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런데도 212부대장은 기소되지 않았다. 계급을 보니 610부대장과 310부대장은 사건 당시 대령이었다가, 이후 장군으로 영전했다. 반면 212부대장은 당시 중령이었고, 이후 대령을 끝으로 예편했다. 결국 기소된 6명 전원이 사건 당시 대령 이상 계급이었다. 고위직만 꿰어맞추기식으로 기소해 기무사란 조직을 망신주려는 목적은 아니었는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가 국가적 참사임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관련 의혹을 1년 넘게 샅샅이 파헤친 검찰 특수단이 “위법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면. 그것 역시 존중돼야 한다. 기무사 같은 군 조직이 유족 동향 보고서를 만들었다면 ‘정치 개입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여지는 있다. 그럴 경우엔 군 형법에 규정된 ‘정치 관여죄’ 혐의로 수사하면 된다. 법리에도 맞지 않고, 같은 검찰(특수단)마저도 무혐의로 결론 내린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하고 구속한 것은 ‘직권남용죄의 남용’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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