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폭주하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의 노림수

2022. 11. 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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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북한은 2일 오전 3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최소 10여발 이상의 미사일을 동해와 서해로 발사했다. 특히 이 중에 한 발은 울릉도를 향해 발사하는 위험한 도발을 감행했다. 이 미사일은 북방한계선(NLL) 남쪽 26㎞, 속초 동쪽 57㎞ 공해 상에 탄착한 것으로 합동참모본부가 발표했다.

울릉도에서는 북서쪽으로 167㎞에 탄착됐다니,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발사한 미사일의 실제 사거리는 180㎞ 안팎으로 추정된다. 초대형 방사포(KN-25)를 이용해 변칙 기동이 아닌 탄도궤적의 제한적인 고각 발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 분단 이후 NLL 이남 첫 도발 충격
전술핵탄두로 7차 핵실험할 우려
핵미사일 위협 대응책 마련 시급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북한이 NLL을 넘어 한국 측 공해 상으로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북한은 수많은 미사일 발사 행위를 시험 발사나 단순위협에 국한했다. 하지만, 이번 도발은 한국의 영해를 위협한 공격 행위였다. 실제 울릉도를 향해 발사해 공습경보가 울리고 일부 주민은 지하대피소로 피신했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도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우리 군은 대응 차원에서 NLL 이북 공해를 향해 전투기를 출격시켜 공대지미사일 세 발을 발사했다.

북한은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도 전술핵 운용부대의 군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쟁 억제력과 핵 반격 능력 검증 및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경고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간에 발사된 미사일들은 정상 궤적으로 4500㎞를 비행한 신형 화성-12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2019년 5월 이후 시험발사를 해왔던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었다.

이들 일련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서 전례가 없었던 특징이 하나 있었다. 9월 25일 새벽 전술 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을 북한 서북부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발사했다고 공개했다. 한국군은 당시 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 평북 태천 일대에서 지상의 이동식 발사대로부터 발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저수지에서 수중발사한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저수지 수중 발사는 다음 두 가지 형태가 가능해 보인다. 하나는 바지선 및 발사관으로 구성된 이동식 수중발사대에서 발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수지 하상에 지하 터널을 뚫어 고정식 수중 사일로(Silo) 발사장을 건설해 발사하는 것이다. 북한이 저수지 수중발사장 건설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 후자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핵탄두 저장소의 위치는 군사적으로 최고 기밀 사항 중 하나다. 북한은 이 훈련을 통해 전술 핵탄두의 지하 저장, 반출 및 운반, 안전한 운용절차를 확정하고 운용체계를 검증하려고 했을 것이다. 이는 한·미의 감시정찰을 회피하며 전술 핵탄두의 보관·관리 및 운용절차를 검증하고, 극비리에 전술핵미사일의 저수지 수중발사 능력을 보여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다양한 미사일 발사 플랫폼 개발에 전념하는 이유는 한·미의 감시정찰 자산으로부터 전술핵미사일 발사 원점의 사전 식별 및 선제타격을 무력화하기 위함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킬 체인(Kill chain) 운용을 통한 선제타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남북이 강 대 강 대결로 치닫는 양상이다.

선제타격을 위해서는 북한 전역에서 진행되는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실시간으로 명확히 탐지 식별해야 한다. 하지만, 우주·공중·해상 및 지상의 센서를 모두 동원해도 기술적 한계가 아직은 존재한다. 1990년대 초 걸프전에서 미군도 포기했던 전략이다. 설사 발사 징후를 명확히 식별한다고 해도 선제타격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북한의 이번 NLL 이남 탄도미사일 등 도발 행위는 전술 핵탄두의 개발 및 최근 실시한 전술핵운용부대의 핵 운용능력에 대한 자신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미가 핵을 보유한 북한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쉽게 할 수 없다고 자신하는 듯한 행태를 표출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북한은 궁극적으로 전술 핵탄두를 이용한 7차 핵실험을 통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극대화해 완전한 핵무력국 위상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북한의 비대칭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책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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