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48) 다시 가을에
2022. 11. 3. 00:09
다시 가을에
이달균(1957∼)
또다시 늑대처럼
먼 길을 가야겠다
사람을 줄이고, 말수도 줄이고······
이 가을
외로움이란
얼마나 큰 스승이냐
-한국현대시조대사전
말문을 잃는 가을
가을은 고독한 계절이다. 외로운 늑대처럼, 홀로 먼 길을 떠나는 계절이다. 그런 가을에는 만나는 사람도, 말수도 줄이게 마련이다. 그 외로움을 가르쳐주는 가을은 인생의 큰 스승이기도 하다.
이런 가을에, 수도 서울의 도심 이태원에서 들려오는 압사 참사의 비극은 말문을 잃게 한다. 지난 3년 코로나19에 갇혀 있다가 이제는 우리에게도 하나의 이국적 문화로 자리 잡은 핼러윈을 즐기려던 젊은이들이 사람에 깔려 죽다니, 이 믿어지지 않는 참극이 차라리 한바탕 가위눌린 악몽이었으면······.
잔인한 가을. 남은 자들이 할 일은 비난과 정쟁에서 벗어나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힘을 모으는 일일 것이다.
이런 와중에, 남한이 국민 애도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쏘아대니 참으로 말문을 잃게 하는 2022년의 가을이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앙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눈 부어오른 손흥민, 결국…토트넘 "얼굴 골절로 수술 예정" | 중앙일보
- "안녕 자기, 어젯밤 두고갔어" 차 유리에 뿌려진 속옷 1000장 | 중앙일보
- 실적 좋은데 주가 왜 추락해? ‘일회성 함정’에 돈 날린 그들 | 중앙일보
- '참사 모녀' 빈소 온 오지환…"아내가 정말 좋아했다" 남편 오열 | 중앙일보
- 이영애 "돕고싶다"…이태원서 숨진 러시아인 사연에 나섰다 | 중앙일보
- "성관계 거절해 남편이 생활비 끊었다"…이혼 전 받을 방법은 | 중앙일보
- "대자로 누운 사망자, 손 모으고 다녔다" 생존자의 슬픈 도움 | 중앙일보
- “지지율이 왜 오르지?”…노무현은 세 번 물었다 [변양균 남기고 싶은 이야기] | 중앙일보
- 항공사가 내 가방 고장냈다면…최대 354만원 보상받는 법 | 중앙일보
- 지옥철에 몸 욱여넣는 K직장인 일상…압사 인식조차 없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