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손잡은 네타냐후, 1년반 만에 총리 복귀 눈앞
지난 1일(현지시간) 치른 이스라엘 총선 결과 베냐민 네타냐후(73)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이 크네세트(의회) 의석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타냐후는 실각한 지 1년 6개월 만에 총리 자리에 복귀할 전망이다.
이스라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일 오전 84.7%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블록이 전체 120석 중 과반(61석)을 넘는 6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득표에 따라 배분되는 정당별 의석은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이 31석, 극우 정당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이 14석,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샤스는 12석, 보수 유대 정치연합인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이 8석이다. 기존 의석은 리쿠드 30석, 샤스 9석, UTJ 7석, 독실한 시오니즘 6석이었다. 최종 개표 결과는 이번 주말 이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이르 라피드 현 총리가 주도한 ‘반네타냐후 연정’ 측은 원내 진출을 위한 최저 득표율(3.25%)을 넘지 못하는 정당이 속출했다. 2일 오전 기준 좌파 정당인 메레츠의 득표율은 3.17%, 아랍계 정당인 라암은 2.47%다. 라피드 총리는 “인내심을 갖고 최종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이날 오전 당사를 방문해 “이스라엘을 강대국으로 회복시킬 것”이라며 “국민은 힘을 원한다. 약한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 안정적이고 경험이 풍부하며, 군인과 경찰을 돌보는 총리를 원한다”며 “안보를 지키고 이웃과의 평화를 되찾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15년(1996~1999년, 2009~2021년)간 집권했던 네타냐후는 자신이 지닌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1년 총리직에서 물러날 때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스라엘은 극심한 정치 분열 속에 최근 4년 동안 5번이나 총선이 치러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는 “이스라엘 극우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특히 극우주의자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이끄는 독실한 시오니즘은 이번 선거에서 의석을 2배 이상 늘려 원내 제3당이자 우파 블록의 제2당이 될 전망이다. 벤- 그비르는 이날 “우리가 이스라엘의 주인이 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독실한 시오니즘은 극단적인 민족주의 성향에 이민자와 외국인을 배척하고 치안 강화, 낙태·동성애 반대 등 보수적 의제를 내세웠다. 이 전략은 젊은 층 공략에 주효했다. 중동 매체 더 내셔널은 이번 선거에서 청년층에서 극우 지지가 늘었다며,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에 희망을 느끼지 못하는 세대”라고 했다.
외신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격화한 것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올해 초정통파 유대교도 집단 거주지에서 분리 장벽을 넘어 침투한 팔레스타인 주민에 의한 총기 난사 사건이 이어졌으며, 이스라엘군은 이들을 테러 세력으로 규정하고 수색을 강화했다.
극우동맹의 지분이 커지면서 향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등 대아랍 정책이 강경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일 탈시르 헤브루대 정치학 교수는 “이스라엘은 (극우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지배하는 헝가리처럼 되는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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