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면서 보낸 13시간" 北 도발로 '공습경보' 처음 겪은 울릉도
처음 겪는 사태에 당국·주민 모두 혼란
오후 8시 55분 발령…오후 10시부 해제
"주민대피시설 확충…경보시설 등 점검"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울릉도 주민들이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사상 첫 공습경보가 발령되며 주민들이 대피하는 사태까지 겪은 것인데, 행정 당국이나 경찰까지 사태를 제때 파악하지 못해 혼선이 빚어졌다. 울릉군 측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민대피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등 대비태세를 마련키로 했다.
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1분께 북한은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발을 발사했다. 이 가운데 1발은 울릉도 방향으로 향하다가 공해상으로 떨어졌다. 구체적인 탄착 지점은 북방한계선(NLL) 이남 26㎞, 속초 동방 57㎞, 울릉도 서북방 167㎞ 해역이다. 이는 사상 최초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NLL 이남 우리 측 영해에 근접해 떨어진 것이다.
처음 울린 사이렌에 당국도 주민들도 '우왕좌왕'
미사일 방향이 남쪽, 특히 울릉도를 향하면서 섬 전역에 처음으로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이번 공습경보는 행정안전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가 오전 8시 54분께 공군작전사령부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로부터 요청을 받아 오전 8시 55분께 발령했다. 공습경보는 적의 공격이 긴박하거나 실시되고 있을 때, 경계경보는 적의 공격이 예상될 때 발령한다.
당시 울릉도 전역에 경보 사이렌이 2분간 울렸고, 이는 마을마다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송출됐다. 그러나 대다수의 주민들은 때아닌 사이렌 소리의 배경을 알지 못해 우왕좌왕했고, 행정 당국이나 경찰마저도 초기에 사태를 파악하지 못해 혼선이 빚어졌다.
울릉군은 오전 9시 5분께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대피를 지시하는 메시지를 보냈고, 최초 공습경보 발령으로부터 24분이 흐른 오전 9시 19분께 '울릉 알리미 앱'을 통해 주민에게 "지하시설 등으로 대피하라"는 안내 메시지를 발송했다. 앱을 사용하지 않는 주민들이 이런 안내조차 받지 못했고, 뒤늦게 마을 방송 등을 통해 사태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릉군 북면 평리의 김이한 이장은 "주민들이 방송에서 북한이 울릉도 쪽으로 미사일을 쐈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불안해 했다"며 "북면은 울릉도에서도 최북단에 있어 어두운 밤이었다면 미사일이 날아오는 게 눈에 보일 텐데, 생각만 해도 정말 아찔하다"고 털어놨다.
뒤늦은 안내, 부족한 대피 장소…"대폭 확충할 것"
이후로도 북한은 오후 5시 10분까지 25발에 달하는 미사일을 발사하고 우리 해상완충구역으로 포격을 가하는 등 도발을 지속했다. 공습경보는 오후 2시를 기해 경계경보로 하향됐고, 마을에 처음 사이렌이 울린 때로부터 13시간이 지난 오후 10시가 돼서야 해제됐다. 주민들은 사실상 하루종일 가슴을 졸여야 했던 것이다.
이번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된 건 행정 당국도, 주민들도 북한의 도발에 따른 대피를 처음 경험했다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을 비롯해 북한의 군사적 충돌이 잦았던 서해 5도 지역과 달리 북한이 동해상에서 NLL을 넘겨 우리 영해를 노린 건 이번이 처음이기도 했다.
늦은 안내뿐만 아니라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 울릉군은 북면과 서면, 울릉읍 등 3개 행정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지정된 주민대피시설 8곳이 모두 울릉읍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3107명을 수용하는 데 그쳐, 9000명이 넘는 울릉군 주민들을 모두 수용하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이렇다 할 대피시설이 없었던 북·서면 주민들은 우선 가까운 터널로 대피해야 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서해 5도와 달리 울릉도에선 처음 겪는 일이라 혼란을 많이 겪었다"며 "긴급대책회의를 거쳐 당장 대피시설의 수용 인원을 늘리고 시설을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울릉군 측은 우선 북·서면 부락 인근의 터널, 특히 지하로 된 구간 위주로 대피시설을 정식 지정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파악 중이다.
행안부 "주민 보호에 만전"…軍, 대비태세 유지
행안부도 이날 경보가 발령된 뒤 부처 차원에서 주민 보호를 위한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다. 향후 합참과 경북도, 울릉군 등과 상호 연락을 긴밀하게 유지하면서 주민대피시설과 민방위 경보시설을 점검하고, 비상상황 발생 시 주민 보호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군 당국은 북한군의 활동에 대해 면밀히 추적 감시하면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금까지 한반도에 발령된 공습경보 또는 경게경보는 총 13차례다. 최초 경계경보는 1983년 2월 25일 북한군 비행사 이웅평 상위(대위)가 귀순할 당시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발령됐다. 그해 8월 7일에는 중국군 조종사 손천근이 MIG-21기를 몰고 귀순하면서 인천·경기 지역에 첫 공습경보가 내려졌다.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었던 2010년에는 공습경보와 경계경보가 세 차례 내려진 바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6년 2월 7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를 발사했을 당시 백령도와 대청도에 공습경보가 발령된 것이다. 이로부터 6년 9개월 만인 이날 울릉도에 첫 공습경보와 경계경보가 내려졌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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