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공연 경찰 1300명 동원, 이태원엔 137명만"…외신도 비판

이보람 2022. 11. 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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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현장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뉴스1

과거 그룹 방탄소년단(BTS) 공연에 경찰 1300명이 동원된 것과 비교하면, ‘이태원 참사’ 당시에는 당국의 군중 통제가 미흡했다는 외신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발생한 군중 충돌을 분명히 피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NYT는 이 기사에서 “K팝 그룹 BTS가 5만5000명의 관중을 모아놓고 콘서트를 열었을 때 1300명의 경찰이 배치됐다”며 “코로나19 규제가 풀리면서 수만 명의 젊은이들로 떠들썩 했을 이번 핼러윈 행사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장에 배치된 경찰은 137명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나마) 배치된 경찰 중 대부분은 성희롱과 절도, 마약복용 등에 대한 범죄 예방 등 명령을 받았다”며 “이런 결정으로 인한 인적 피해는 분명했다. 서울 중심부에 사람이 몰리는 이태원의 좁은 길에서 150명 넘는 사람들이 숨지게 됐다”고 전했다.

NYT는 뿐만 아니라 “한국은 정치 집회가 열릴 때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군중이 통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사건이 발생한 지난 10월 29일 밤에는 이 계획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NYT는 팝 공연과 거리 행사에서의 군중 통제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하면서도,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면 사전에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태원의 핼러윈 파티가 콘서트나 집회와는 다르고, 한국에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 규정이 없지만 경찰은 사고 당일 이태원에 인파가 몰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것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사고와 관련한 입장표명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아울러 “정부 관리들은 이태원 참사 관련 입을 다문 채 예상치 못했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역사상 최악의 재난 중 하나의 원인으로 군중을 감시하지 않은 당국의 책임을 거론한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국내 군중 통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경찰과 지역 공무원들이 좁은 골목길에서 위험한 병목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예방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한 재난 전문가는 NYT에 “이태원의 지형이 이 동네 군중 문제를 취약하게 만든다”며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지역은 도시계획이 없던 시절 조성된 곳으로, 술집과 식당이 즐비하게 늘어선 좁은 골목길이 교차한다”고 참사 원인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군중 안전통제를 연구하는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의 밀라드 하가니는 “정부 관리들은 밀집된 곳에서 이뤄지는 각종 행사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과거 사건들에서도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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