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런 적 없었다"…하루 동안 미사일 25발 '역대 최대' (종합)
軍, 전투기 출격…공대지미사일 3발로 대응
尹 대통령, NSC 주재 "실질적 영토침해"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북한의 무력도발 수위가 전례없이 고조되고 있다. 분단 이래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겨 우리 영해에 근접하게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9·19 남북 군사합의를 또다시 위반하는 포격을 100발 넘게 가했다. 10시간에 걸쳐 북한이 쏜 미사일은 25발에 달한다. 하루 기준 역대 최대치다.
군 당국도 전투기를 출격시켜 NLL 이북으로 공대지미사일을 사격하며 맞불을 놨다. 우리 군이 NLL을 넘겨 미사일을 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도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빌미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여전한 만큼 공세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례없는 미사일 도발…"北, 이런 적 없었다"
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51분부터 오후 5시 10분까지, 약 10시간 동안 4차례에 걸쳐 북한이 동·서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은 25발가량이다. 북한은 이날 오전에만 3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오전 6시 51분께 평안북도 정주시와 피현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4발을 발사한 게 시작이었다.
2시간 뒤인 오전 8시 51분께 북한은 다시 한 번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3발을 쐈다. 이 가운데 1발은 울릉도 방향으로 향하다가 공해상으로 떨어졌다. 구체적인 탄착 지점은 NLL 이남 26㎞, 속초 동방 57㎞, 울릉도 서북방 167㎞ 해역이다. 이는 사상 최초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NLL 이남 우리 측 영해에 근접해 떨어진 것이다. 미사일 방향이 남쪽, 특히 울릉도를 향하면서 울릉도 전역에 처음으로 공습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북한의 도발에 따른 공습경보는 2016년 2월 광명성 4호 발사 이후 6년 9개월 만이다.
이어 북한은 오전 9시 12분부터 함경남도 낙원·정평·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평안남도 온천·화진리와 황해남도 과일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SRBM과 지대공미사일 등으로 추정되는 발사체 10여 발을 추가로 발사했다. 오전에만 최소 17발에서 20발에 가까운 미사일을 쏜 것이다.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던 북한은 오후 4시 30분부터 5시 10분까지 선덕과 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과일·온천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지대공미사일 등으로 추정되는 6발을 추가로 발사했다.
이 밖에도 북한은 오후 1시 27분께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으로 100여 발의 포병사격을 가하기도 했다.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다.
尹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軍, 전투기 출격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사일 포착 발표가 이뤄진 직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북한의 도발을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도발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도발이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가 애도기간에 이뤄졌다는 점도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국가 애도기간 중에 자행된 북한의 도발 행위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고 적었으며, NSC에 참석했던 관계자들 역시 "이번 도발이 인륜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북한 정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애도기간 중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의 의도에 대해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상황을 알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발을 자행했다"며 "구제불능 집단"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어딜 겨냥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종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도발이 이뤄진 건 아닌지 굉장히 의구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전투기를 띄웠다. 공군 전투기 F-15K와 KF-16의 공대지미사일 3발을 동해 NLL 이북 공해상, 그러니까 북한이 도발한 미사일의 낙탄 지역과 상응한 거리의 해상에 정밀 사격한 것이다. 사격은 오전 11시 10분부터 약 1시간에 걸쳐 이뤄졌으며, 공대지미사일 슬램-ER과 스파이스-2000가 동원됐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이날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과 한미 간 공조회의를 통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대해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
韓美 연합훈련 겨냥…요격시스템 무력화 시도
북한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동쪽과 서쪽을 가리지 않고, 여러 지역에서 무더기로 미사일과 포탄을 퍼부었다. 올 6월 SRBM 8발을 발사한 적은 있지만, 하루 동안 25발에 달하는 미사일을 마구 발사한 건 처음이다.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곳곳에서 섞어 쏘면서 우리 군의 요격시스템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도발은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4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은 이날 전방위 도발을 감행하기 9시간 전부터 위협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북한군의 '핵심'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이 우리에 대한 무력을 사용할 경우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비질런트 스톰이 시작된 첫날 밤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계속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가해오는 경우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비난이나 성명을 발표한 뒤 도발을 감행하는 건 북한이 보여주는 일반적인 패턴이지만, 최근 잇따른 말폭탄 속 '다음 조치'나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은 핵무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박정천은 군 서열 1위로 꼽히는 만큼 이번 담화가 사실상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뜻이 담긴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7차 핵실험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오는 8일 실시될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실험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관측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핵실험을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선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ICBM 발사로 미국의 반응을 지켜본 뒤 핵실험 감행 여부와 시기를 놓고 저울질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유리 "억울하다" 했지만…남편 안성현, '코인상장뒷돈' 실형 위기 - 아시아경제
- "결혼해도 물장사할거야?"…카페하는 여친에 비수꽂은 남친 어머니 - 아시아경제
- "37억 신혼집 해줬는데 불륜에 공금 유용"…트리플스타 전 부인 폭로 - 아시아경제
- "밤마다 희생자들 귀신 나타나"…교도관이 전한 '살인마' 유영철 근황 - 아시아경제
- '814억 사기' 한국 걸그룹 출신 태국 유튜버…도피 2년만에 덜미 - 아시아경제
- "일본인 패주고 싶다" 日 여배우, 자국서 십자포화 맞자 결국 - 아시아경제
- "전우들 시체 밑에서 살았다"…유일한 생존 北 병사 추정 영상 확산 - 아시아경제
- "머스크, 빈말 아니었네"…김예지, 국내 첫 테슬라 앰배서더 선정 - 아시아경제
- "고3 제자와 외도안했다"는 아내…꽁초까지 주워 DNA 검사한 남편 - 아시아경제
- "가자, 중국인!"…이강인에 인종차별 PSG팬 '영구 강퇴'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