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후 뇌출혈, 국가 보상" 판결에 항소했던 질병청, 돌연 취하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뇌출혈 진단을 받은 30대 A씨와 보상 문제로 법적 다툼을 벌여온 방역당국이 항소를 취하하고 A씨에 진료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기존 판단을 뒤집고 관련성 의심질환 지원 대상에 A씨를 포함하기로 하면서다.
질병관리청은 2일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행정소송 관련, 국회 지적과 법원 판결 취지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전문가들과 추가 논의를 거쳤다”라며 “기존 심의에서 고려되지 않은 새로운 사실관계를 인정해 재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또 “관련성 의심질환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진료비와 간병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며 “제기한 항소는 취하하고 판결 확정 이후 원고에게 재처분을 통지하고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4월 AZ 백신을 맞은 뒤 뇌출혈 진단을 받고 질병청에 진료비 약 337만원과 간병비 25만원을 보상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당시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는 뇌 MRI(자기공명영상) 상 A씨에게서 해면상 혈관기형이 발견됐다는 점을 고려해 다리저림 등의 증상은 백신보다 다른 원인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백신과의 연관성이 약하다고 보고 보상 신청을 기각했다.
질병청은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에서는 원고의 검사 소견상 뇌출혈이 존재했고, 뇌출혈과 의학적 관련성이 높은 질환을 보유한 사실을 고려했다”라며 이 때문에 “원고가 겪은 부작용이 백신보다는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A씨는 그러나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예방접종 피해보상신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그리고 재판부는 지난 8월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한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질병청은 이에 대해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1심 판결 이후 항소를 제기하고 관련 전문가 대상 상세 의견조회를 추가 실시하면서 원고의 증상과 관련해 뇌출혈이 아닌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항소 과정에서 신경과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추가로 거쳤더니, “정확한 진단에 어려움이 있으나 임상양상 등을 종합 고려하면 심의 시 증상 원인으로 추정됐던 뇌질환이 아닌, 백신과의 관련성 의심질환인 ‘길랭-바레증후군’으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현재 질병청은 접종 관련성이 의심되지만 인과성 입증은 부족한 경우 관련성 의심질환으로 지정해 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질환에는 뇌정맥동 혈전증, 길랭-바레 증후군, 면역혈소판감소증(ITP),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안면신경마비, 이상자궁출혈 등이 있다.
질병청은 다만 뇌질환 자체를 보상 대상으로 인정한 건 아니라고 밝혔다. 질병청 관계자는 “1심 판결의 취지는 수용하되 지원 근거가 되는 질병은 다르므로 향후 뇌출혈의 인과성을 인정하는 식의 심의 기준 변경은 없을 것”이라며 “개별 사례의 결정은 해당 사례에만 적용된다“고 밝혔다. 또 진행 중인 다른 소송 건과 관련 “개별 사례의 특성과 판결의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충분한 소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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