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경찰 "위험 예방·제거는 경찰 본연의 업무"

선대식 2022. 11. 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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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경찰이 '주최자 없는 행사의 안전관리 매뉴얼'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이태원 참사 책임을 회피하는 가운데, 경찰이 8년 전 세월호 참사 직후엔 "위험 예방·제거는 경찰 본연의 업무"라고 강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다중운집행사 안전관리'는 경찰 본연의 임무 중 하나로 제시됐다.

연구소는 "경찰 본연의 임무 중에서도 안전 사고 예방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들이 많다"면서 그 대표적인 예로 '다중운집행사 안전관리'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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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직후 <치안전망 2015> "재해·재난의 위험신호 사전 포착, 방지가 기본"

[선대식 기자]

▲ '이태원 참사' 서울경찰청 등 압수수색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2일 오후 종로구 서울경찰청 입구 모습.
ⓒ 연합뉴스
정부와 경찰이 '주최자 없는 행사의 안전관리 매뉴얼'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이태원 참사 책임을 회피하는 가운데, 경찰이 8년 전 세월호 참사 직후엔 "위험 예방·제거는 경찰 본연의 업무"라고 강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다중운집행사 안전관리'는 경찰 본연의 임무 중 하나로 제시됐다. 

경찰청 산하 조직인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지난 2014년 12월에 발간한 <치안전망 2015>에서 경찰의 재해·재난 관리를 강조했다. 이는 그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국민의 안전 욕구가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치안정책연구소는 <치안전망 2015>에서 분야별 치안전망의 앞머리에 꾸민 '특집 : 재해·재난 관리'에서 "안전은 경찰에 있어서도 가장 큰 화두가 되었으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경찰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2015년 경찰이 풀어야 할 가장 크고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경찰 본연의 임무인 위험의 예방과 제거'라는 소제목 아래 "위험방지는 원래부터 경찰의 고유한 업무 중 하나였다. 18세기 유럽에서 근대적인 경찰의 모습이 나타난 이후에도 경찰의 임무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 및 위험방지'로 개념화되었을 만큼, 위험 방지는 경찰 본연의 임무에 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관 직무집행법」 및 「경찰법」의 주요 조항을 보면,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가 경찰의 직무범위에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 '위험예방과 제지'의 의무가 여러 곳에서 규정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재해·재난의 위험신호를 사전에 포착하고,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경찰의 기본업무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늘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보호기관으로서 경찰이 이러한 임무를 수행함은 당연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다중운집행사 안전관리'를 언급한 부분도 눈에 띈다. 연구소는 "경찰 본연의 임무 중에서도 안전 사고 예방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들이 많다"면서 그 대표적인 예로 '다중운집행사 안전관리'를 제시했다.

연구소의 이 같은 설명을 감안하면, 지난달 31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두둔하면서 "현재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들을 통제할 법적 제도적 권한은 없다"고 말한 내용은 사실과 다른 셈이다(관련기사 : 대통령실도 이상민 방어 "현재 권한으론 대응 어렵다는 취지http://omn.kr/21ez1). 

8년 전 경찰 스스로 '예방적, 신속한 대응' 강조했지만...
 치안정책연구소가 2014년 12월 발간한 <치안전망 2015> 표지.
ⓒ 치안정책연구소
이번 이태원 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찰의 부실 대응이 꼽힌다. 이태원 참사 4시간 전부터, 해밀턴 호텔 옆 골목길에서 "압사당할 것 같아요"라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된 사실이 드러났다(관련 기사 : 사고 4시간 전 112 첫 신고 "'그 골목' 압사당할 것 같아요" http://omn.kr/21frk).

이 같은 문제 또한 <치안전망 2015>에서 이미 다뤄진 것이다. 연구소는 여기서 경찰의 예방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강조했다.

연구소는 '큰 사고는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내용의 하인리히 법칙을 거론하면서 "(하인리히 법칙은) 징후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찰은 안전과 관련된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조직이다", "경찰은 2015년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도 했다.

연구소는 <치안전망 2015> 말미에 초기 대응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14년 가장 많이 회자된 말 중에 하나가 '골든타임'이라는 말이다. 재난발생 시 적절한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최초 현장 도착 시 초기대응이 미숙하면 결과적으로 재난대응은 실패로 돌아간다는 것을 전 국민이 목격했다. 거의 모든 재난발생에 있어 경찰은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첫 번째 응답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신속한 현장판단과 상황보고가 향후 대응방향을 결정하게 되고, 때로는 경찰단계의 대응이 처음이자 마지막 대응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경찰은 필연적으로 가장 중요한 위기 대응기관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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