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알림이' 서경덕 교수 "중국 문화 공정, 위기감의 발로…우리는 역이용해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지난 3년 동안 전 세계인의 삶을 크게 바꿔놨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났고, 남겨진 이들은 가족과 친구를 잃었다는 슬픔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했다.
몇 년 동안 외출할 때마다 챙겨 써야 했던 마스크는 어느샌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세계인에게 큰 피해를 끼친 중국발 코로나19임에도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의 발원지가 자국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코로나19 발원지라는 지적은 극구 부인하는 중국이 지난 몇 년 새 눈에 핏대를 세우며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분야가 있다. 대한민국의 전통 문화가 그것이다.
과거부터 동북공정을 통해 한반도의 역사를 빼앗아 가려고 하던 중국인데, 최근에는 대한민국의 전통 음식이나 문화마저 모두 중국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치는 횟수가 잦아졌다.
이들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 알림이'로 활동하는 성신여자대학교 교양학부 서경덕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서 교수와의 일문일답.
"중국의 문화 공정, 위기감 느낀 중국인들의 잘못된 애국주의 발로"
- 최근 중국이 한국 문화와 관련해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자기들 거라고 우기는데, 이유가 있을까.
▲예전 같은 경우에는 서양인들 관점에서 아시아권의 중심 문화를 꼽으라고 하면 대부분 중국 문화를 꼽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케이팝이라든지, (한국) 드라마라든지, 영화라든지. 계속 한국의 어떤 전통문화와 현대 문화가 세계인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이들(중국인)이 아시아권의 중심 문화가 한국으로 이동한다는 위기감을 느낀 거다. 위기감을 느끼면서 잘못된 애국주의의 발로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 중국의 동북공정, 문화 공정 등에 특징이 있다면.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거 같다. 오보를 내는 중국 관영 매체, 중국 내 인플루언서나 네티즌, 중국 검색 엔진 바이두다.
요즘 들어서 심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건 (중국) 인플루언서나 일부 네티즌이 기본적으로 한류 스타들을 많이 건드리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
한류 스타들을 건드려야 파급력도 세지고 자국 내 언론에서도 기사화가 가능하다. 이번 장원영 씨의 봉황 비녀도 마찬가지고, 박신혜 씨가 한복을 입었을 때도 딴지를 걸었다.
또 우리 드라마 등에 나오는 배우들의 복장에 대해서도 계속 시비를 붙고 있다. 이렇게 한류 스타들에게 딴지를 걸어서 조금 더 이슈화를 시켜 자국 내 여론을 호도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러면서 중국 네티즌의 경우 SNS로 한복이 한푸에서 유래됐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를 생산, 확산시킨다. 이게 자발적인 것인지, 뒤에서 움직이는 세력이 있는 건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큰 문제는 중국 백과사전인 바이두에 있다. 바이두는 윤동주 시인 같은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국적을 중국으로 표기하고, 민족도 조선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가 오랫동안 바이두와 다퉜지만 아직도 안 고쳐졌다. 바이두가 중국 내에서는 구글 같은 거 아니냐. 중국 네티즌이 접할 수 있는 정보에 문제가 생긴다.
김치도 마찬가지다. 제가 (바이두 내에서) 김치가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문장을 항의를 통해 바꾼 적이 있다. 그런데 몇 시간 후에 다시 바뀌더라. 그러더니 이제 바꾸지 못하도록 아예 문서를 잠가놨더라.
- 중국이 이처럼 문화 공정을 하며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건 뭐라고 생각하나.
▲저도 그게 궁금해서 좀 묻고 싶다. 도대체 왜 이렇게 건드리냐.
김치 같은 경우에도 갑자기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겨울철에 김치를 담가 먹는 사진을 찍어서 트위터에 올렸다.
그게 개인의 일상생활이라면 문제가 없다. 그들도 김치를 해 먹을 수 있으니까. 우리도 집에서 카레 먹을 수 있지 않냐.
그런데 김치를 만들어 먹는 모습을 올린 계정 자체가 중국 정부의 공식 계정이었다. 중국의 외교적 성과를 홍보하는 SNS 채널에 (김치를) 올렸다는 건 도발적인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전 세계 사람들이 면역력에 좋은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김치가 대표적으로 외신에 소개가 많이 되자 이때다 싶었던 거 같다. 경제적인 효과도 노렸을 것이고, 홍보 효과도 노렸을 것이다.
"중국이 느끼는 위기감 역이용해야"
- 중국은 땅덩이도 크고 사람도 많은 나라다. '물량 공세'에도 능한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가 이 기회를 역이용했으면 한다. 중국이 이렇게 날뛰는 건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걸 이용해서 예를 들어 중국이 한복이 자기네 것이라고 우겼을 때 오히려 한복이 대한민국 것인 거를 세계인들에게 더 잘 알릴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양국 사이의 갈등으로 세계적인 이슈가 됐을 때가 굉장히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본다.
사실 평상시 김치는 당연히 우리 거였고, 한복도 우리 전통 의복이었기 때문에 크게 관심 두지는 않지 않았냐.
그런데 중국이 이걸 건드렸을 때 오히려 중국이 저지르는 왜곡 등을 알려 세계인들에게 확실하게 소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지금 케이팝이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졌을 때가 우리 국악도 알릴 좋은 기회라고 본다. 드라마도 난리지 않냐.
한국 드라마에 계속 빠지기 시작하면 이제 (현지어) 자막으로만 보는 것보다 당연히 말을 배우고 싶어 한다. 그렇게 보면 지금은 한글과 한국어를 세계화하기에도 최고의 적기다.
- 활동하면서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을 거 같다.
▲가장 큰 어려움을 솔직히 말씀드리면, 개인 메시지나 댓글에서 제게 테러를 하는 것까지는 좋다. 너무 많은 공격을 받지만 익숙해져서 문제 될 게 없다.
그런데 제가 움츠러들지 않으니 이제 가족을 건드리더라. 제 딸아이 사진을 욱일기에 합성하거나, 여성 한복 옷고름을 푸는 사진에 아이 얼굴을 합성해서 메시지를 보내더라.
아무리 그래도 가족을 건드리는 건 아니지 않냐. 저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좋지 않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다.
공격하는 사람들을 보면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한 번이라도 근거를 가지고 장문의 메일을 보내 반박한 사람이 없다.
그냥 요즘에 번역기 잘 돼 있으니까 욕설을 써서 테러하는 게 전부다. 그런 게 그들의 재미인가 보다.
"왜곡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갖춰야 한다"
- 교육이 중요한 거 같다.
▲교육이 중요하다. 제대로 된 역사를 교육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그럼에도 앞으로 중국이 멈추진 않을 거 같은데.
▲더 하면 더 했지 그만두진 않을 거 같다. 이런 부분(문화공정)이 계속 중국에서 벌어질 거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 역사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떤 일이 있을 때만 반짝 관심을 두는 게 아니라 꾸준히. 우리가 대화할 가치도 없어 그냥 넘어가려고 하면 (중국은) 한국 사람들이 인정하는 줄 안다.
그래서 우리는 당당하게 대응을 해줘야 한다.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 한다.
초·중·고 학생들에 대한 교육 아이템이 하나 더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이 독도가 계속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를 쓰면, 왜 한국 땅인지만 교육할 게 아니라 왜곡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주면 좋겠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주변국에서 워낙 우리 것을 많이 노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대응법을 알려주는 게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젊은 층이 꾸준히 왜곡에도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최근 의거일에 맞춰 안중근 의사에 대한 기사가 몇 개 나오지 않았나. 유해의 위치. 새로운 자료가 발견되기도 했다. 지금 굉장히 중요한 때다.
하얼빈이라는 김훈 선생님의 책이 계속 베스트셀러로 있고, 영웅이라는 뮤지컬도 있다.
이런 문화 콘텐츠의 힘이 대단하지 않냐. 이처럼 안중근 의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을 때 유해를 찾기 위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안중근 의사가 문화 콘텐츠로 계속 만들어지고 있을 때가 유해 발굴에서 가장 적기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중국 정부와 이야기를 통해서 안중근 의사 유해를 이제는 찾아야 하지 않겠냐.
그런 부분과 관련해 저도 프로젝트를 좀 오랫동안 진행해 왔다. 그래서 안중근 의사 유해를 찾는 데 전 국민이 좀 관심을 더 가질 수 있는 캠페인을 한번 벌여볼까 생각 중이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 아냐, 마녀사냥당해" 이태원 참사 범인 지목된 '토끼 머리띠' 남성이 공개한 증거
- "대표와 성관계하면 데뷔 시켜줘"…日 대형 아이돌 출신의 폭로
- "가게 파이프 잡고 버티며 살려달라 오열"…이태원은 아수라장이었다
- '이태원 압사' 사고 당시 일부 시민 구급차 보며 춤추고 노래…'눈살'
- "내려가세요"…'이태원 참사' 그 골목서 2시간 전 정체 해결한 여성
- 정진석 "윤 대통령-명태균 통화내용, 정치적·법적으로 문제 없다"
- 유상범, 尹·명태균 녹취에 "선전선동 전에 법률 판단부터 하라"
- 주진우 "5월 29일 산 연어로 6월 18일에 술파티를?…이재명, 거짓은 그만"
- 15세 이용가에 이 내용이?…독자들도 놀라는 수위 [아슬아슬 웹툰·웹소설①]
- ‘부상 병동’ 위기의 대한항공? 아직 정한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