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로 누운 사망자, 손 모으고 다녔다" 생존자의 슬픈 도움
이태원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의료진을 도와 시신의 손과 다리를 모으고 다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일 MBC 프로그램 PD수첩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내용을 다뤘다.
이날 방송에서 A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이었던 오후 10시 9분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112에 ‘이러다 압사 사고 난다’고 신고 전화를 했던 때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와 같이 단차 20㎝ 정도 되는 곳에 올라서 있었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어 “밑에 다른 남자아이가 부모님하고 같이 힘들어하고 있는 걸 보고 가게 문을 막 두드려 ‘아이라도 안으로 넣어달라’고 부탁해 가게 안으로 집어넣었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에서 살아남은 A씨는 쓰러진 사람들을 급한 대로 바닥에 늘어놓고 CPR을 진행해야 했던 참혹한 상황에서 의료진을 도운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의료진들이) 이 분 손이라도 모아드리라고, 시신이 굳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 시신이 대(大)자로 있으니까 다리랑 손 좀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라며 참담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대로 굳으면 나중에 힘든가 봐요. 관에 들어갈 때나 이럴 때. 그래서 그때부터는 (시신의) 손을 모으고 다녔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돌아가셨지만 고생이라도 덜하시게 손을 계속 모으고 다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생존자 B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순식간에 도미노처럼 앞으로 쏠려서 도망가고 할 새도 없었다”며 “사람이 위로 (넘어져) 계속 체중이 쏠리고 제 갈비뼈는 눌리고 사람은 계속 쌓이니까 저는 더 숨쉬기 힘든 상태였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죽겠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B씨는 옆 가게 있던 사람에게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도움을 요청해 인파에서 빠져나왔다. B씨는 “그분이 저를 늦게 발견했더라면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살아서 다행이지만 저만 살아나와서 죄송하다”라고 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며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서울 경찰청에 따르면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는 156명, 부상자는 157명이다. 사망자 156명 중 내국인은 130명, 외국인은 26명이다.
정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유가족과 부상자 등을 위한 정신 건강 대책을 내놨다.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고 유가족이나 부상자 및 가족 등은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서울 거주자), 국가트라우마센터(서울 외 지역 거주자, 외국인)에서 심리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시내 기자 jung.si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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