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리스크…수출 텃밭이 사라진다
[한국경제TV 김민수 기자]
<앵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가 막을 올린 이후,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던 대 중국 수출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부 김민수 기자 나왔습니다. 먼저 심각한 중국 수출 상황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이른바 `시진핑 리스크`의 핵심은 그동안 우리의 텃밭이였던 중국시장이 더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대 중국 수출은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난 달 15.7%나 감소했는데, 30개월 만에 최대입니다. 문제는 대 중국 수출이 살아나기 더 어려워진다는 건데요.
시진핑 3기 체제 출범 이후 주요 기업들의 탈중국이 빨라지면서, 중국 경제가 장기 부진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중국은 저성장과 저출산 국면에 접어든 데다, 고임금 구조로 인한 생산기지 이탈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걱정이 더 큽니다. 여기에 시진핑 3기는 자국기업 우선주의가 강해질 전망이어서 우리 수출이 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그동안 중국의 성장에 올라 타 과실을 따 먹던 구조에 마침표를 찍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앵커> 시진핑 3기 체제로 미-중 갈등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중간에 낀 반도체가 걱정입니다.
<기자> 시진핑이 내놓은 키워드 가운데 `자립·자강`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도체 패권 전쟁에 맞서면서, 중국 스스로 자신들 만의 첨단 산업을 키워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거죠. 미-중 갈등이 더 격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최대 고객인 중국과 원천 기술을 가지고 편을 가르는 미국 사이에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겁니다.
한편에서는 우리 기업들의 점진적인 탈중국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중국 현지생산을 줄이는 거죠. 반도체 장비는 워낙 감가상각이 빠르기 때문에 투자를 줄여 새 장비를 공급하지 않는 것만으로 탈중국이 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시진핑 노믹스가 중국 경제의 반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반도체의 겨울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분명합니다.
<앵커>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가 우리 반도체 산업의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생각보다 큰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노골적으로 밝혀왔거든요. 양안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고, 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개입할 것인지, 대만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는 어떤 영향을 받을 지, 정치·외교·경제적인 측면을 모두 아우르는 복합적인 변수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물론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도 있습니다. 현재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의 최대 고객이 중국이거든요.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더 악화될 경우,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를 때리면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잠재적 경쟁자들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물론 미국에 그만한 댓가를 치러야겠죠.
<앵커> 시진핑 3기 이후 중국이 자국기업을 키우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예상이 됩니다.
<기자> `적극적`이라는 표현보다 `노골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지금도 중국은 첨단산업은 물론 자국 기업들을 키우기 위해 편파적인 보조금 정책이나 보호무역을 펼치고 있습니다. 시진핑 3기에서는 대놓고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와 제네시스로 다시 중국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거든요. 사실상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상태였지만, 전기차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가 될 중국 시장을 놓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다시 도전하고 있는 건데요.
중국 시장 전용 전기차를 만들고 현지생산을 위해 공장 재가동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현재 상황을 놓고 다시 재검토하는 분위기입니다. 시진핑 3기 이후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인데요.
이런 분위기는 비단 현대차 뿐만 아니라 중국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제 달라진 중국을 우리도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 된 것 같군요?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실상 종신 연임의 길을 연 것을 두고, 중국의 개혁·개방 시대가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세계무역기구, WTO 체제 아래서 성장했던 중국의 30년 성장이 끝났다는 거죠.
시진핑은 덩샤오핑이 도입한 시장경제 체제의 색깔을 지우고, 공산주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진핑 3기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냉정한 평가는 이를 뒷받침 합니다.
당연히 중국의 경제 발전과 우리의 성장이 함께 가는 시대도 끝났습니다. 중국의 성장 둔화가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지만, 무섭게 성장하던 중국 기업들이 성장궤도를 이탈한다면 우리에게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중국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준비도 필요합니다. 탈중국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30%에 육박합니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에 맞춘 새로운 수출 전략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무엇보다 급성장하는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할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제 `K`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한국 브랜드는 더이상 중국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기업들이 지금 중국에서 마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김민수 기자 ms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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