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집권에 `차이나런`…`공매도 천국` 된 홍콩 증시
[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앵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체제가 본격 출범한 뒤 중화권 증시에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심상치 않습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중국 본토 증시는 물론 홍콩, 대만 시장 등 중화권 증시 전체가 일주일째 큰 변동을 기록 중입니다.
어제 오늘 지수가 상당히 올랐습니다만, 시장 혼란은 여전한 상황이라고요?
<기자>
시진핑 주석이 3기 집권을 공식화한 이후 중국 기업, 중화권 증시 여전히 큰 하락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가 하루 만에 7.3% 빠졌고, 홍콩 항셍지수도 6% 넘게 빠지는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당일 10% 넘게 빠졌던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이 어제와 오늘 반등하며 주가를 상당부분 회복하긴 했습니다만, 중국 상해, 선전, 홍콩H 항셍 등 중화권 주요 지수는 여전히 연 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건 외국인 자금 흐름에서 나타나는데, 지난 달에만 중국 본토 주식을 9조 원, 대만 주식을 5조 원 이상 팔아 치운 것으로 파악됩니다.
중국 본토와 홍콩증시가 연일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로 삼은 주가연계증권 등 파생상품이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고, 국내에서 운용하고 있는 중화권 펀드 수익률은 30% 이상 하락한 상태입니다.
<앵커>
시진핑 주석이 1인 지도체제를 강화한다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습니다. 그런데도 금융 시장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체제에 대한 위험은 더 증가한 반면 제로 코로나 대응에서 보여주는 민간기업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시진핑 1인 체제를 유지할 상무위원에 공청단 출신 인물 즉 견제 세력이 모두 제거되었고, 내년 3월 리커창 총리의 후임이 될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는 경제경험보다는 상하이 봉쇄정책을 주도한 인사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박상현 /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 자체는 어떤 자본주의를 지향하던 중국 경제에 사회주의적인 색채가 들어오는 부분들이기 때문에..그것이 결국 중국의 저성장이라던지 미국과의 갈등 문제 또 대만 문제 이런 것들을 상당 부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한 것 같고요"
또 한가지는 중국은 전체 경제의 25% 이상을 부동산 산업으로 키워온 나라인데, 부동산 개발회사 부도와 주택시장 부실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인 헝다 사태가 터진 것도 벌써 3년이 지났는데, 부동산 버블을 해소하려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소비시장이 억눌리는 등 경제 전반의 탄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제 강화를 포함한 보다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실망감이 그대로 금융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시진핑 주석이 재집권한 뒤에 풀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시장 친화적인 정책들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는 건데..
중국 내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본래 시장이 개방되어 있던 홍콩증시까지 무너진 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기자>
중국정부 자금만으로 움직이는 본토와 달리 플랫폼, 혁신기업들이 주로 상장해 있는 홍콩 시장은 중국과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끼어 있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시장 참가자의 41.2%로 외국인 기관과 개인 투자자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보니까 달러 강세로 인해 홍콩 달러를 미 달러로 바꿔 이탈하는 이른바 차이나 런에 속수무책인 상황입니다.
더구나 이런 투자자금은 지정학적인 위험, 체제에 대한 불안을 이용한 공매도로 시장을 더 크게 하락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올해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연간 공매도 비중은 23.4%, 지난달 7일에 29.7%로 2016년 조지 소로스의 위안화 공격과 2019년 홍콩 시위 당시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2015년과 2016년사이 중국 위안화 환율이 급격히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 속에 주식과 채권 시장이 일시에 무너진 당시보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겁니다.
이런 위험을 키우는 건 역설적이게도 홍콩 금융시장의 안정을 지켜줬던 달러 페그제입니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 달러당 7.75~7.85 홍콩달러를 유지하는 달러 페그제를 적용해 과거에 안정적 성장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올해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페그제대로 환율을 방어하려면 외환보유고를 동원해야하는데, 이로 인해 시중 유동성이 함께 말라붙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김경환 / 하나증권 중국·신흥국전략 연구원]
"미국이 긴축을 하는데 중국 경기 불황이 오래 됐을 때는 항상 그 끝에 홍콩 시장이 조금 어떤 독특한 구조로 인해서 상당히 위협이 극대화되는 경향이 있었고 올해 2022년은 공매도나 주식에 대한 강렬한 베팅으로 상·하단이 다 지금 열린 상태로 아직 지수 하단에 구축이 잘 안 된 그런 상황입니다."
<앵커>
국내 투자자들도 당장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파생상품 투자자들은 이미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는데 어느 정도 상황입니까?
<기자>
193개 중국 등 중화권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이미 30% 가량 크게 하락했습니다.
중국주식형 펀드 연초 이후 수익률은 -34.32%, 지난 달에만 -10.75%빠졌고, 홍콩,대만 포함한 중화권으로 봐도 연초 이후 -28.24%, 지난달 -9.68%를 기록했습니다.
상장지수펀드 설정액 국내 3위(2조 2,972억원) 미래에셋TIGER차이나전기차SOLACTIVE -34.5%, 설정액 2428억원으로 중화권 최대인 메리츠차이나펀드 1년간 -25.36%, 중국 주식 중 운용설정액 5910억원 미래에셋TIGER차이나항셍테크 -47.12% 구간에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상품은 홍콩H지수(HSCEI)를 기초로 발행하고 있는 공모 ELS입니다.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 규모는 10조3천억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한국투자증권 집계로 이 가운데 5,500선 붕괴로 26%가 손실 구간에 있고, 5천선이 추가로 깨지면서 모두 5조원 이상의 상품에서 손실이 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앵커>
중국과 홍콩시장에 직접 투자하든 간접 투자하든 상당히 어려운 환경입니다만.. 한편으로 탈중국 자금들이 우리나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옵니다.
현재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 이번엔 충분한 근거가 있는 이야기입니까?
<기자>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MSCI 분류 기준으로 신흥국지수에 편입되어 있습니다. MSCI 신흥국(EM) 내에서의 비중은 각각 중국 31.3%, 대만 13.8%, 인도 15.3%, 한국 10.6% 등으로 중화권에 40% 이상입니다.
보통 상장지수펀드처럼 패시브 자금은 이 지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도록 하고 있는데, 아직 중국과 홍콩 펀드로 자금 유입은 이어지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한국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박상현 /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7월 이후에 공교롭게도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이후에 외국인이 계속 빠져나가는데.. 우리는 들어오고 있다라는 부분 자체는 외국인 시각 입장에서 여하튼 한국은 중화권 리스크에서 조금은 좀 벗어난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동조화 측면에서도 조금 약화될 수도 있다라는 시각이 일부 있는 것 같고요"
수혜가 예상되는 산업군은 반도체, 2차 전지, 금융, 모바일 플랫폼 등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다만 올해 3월 러시아가 우크라나를 침공한 이후 MSCI 신흥국 지수에서 빠졌지만 실제 한국이 반사이익을 크게 보지 못한 점도 고려 대상입니다.
MSCI 지수 내에서 중국을 대체할 만한 성격의 지수를 가진 곳은 한국이 아니라 인도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에 중국발 자금 이탈보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 가속으로 수혜를 보는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투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언입니다.
김종학 기자 jhkim@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