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위해 영화 읽어주는 10대…청소년 배리어프리 영화제 3일 개막
'시작' 3일부터 사흘간 서울 개최
영화계도 장애인 관람환경 개선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매일 저녁 함께 영화를 보는 소년. 궁금해하는 친구를 위해 영화 장면을 설명하는 해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3일 출범하는 청소년 배리어프리 영상문화축제 ‘시작’의 개막작 ‘우리가 꽃들이라면’(감독 김율희) 내용이다.
장애·비장애를 넘어서 함께 영상문화를 즐기는 ‘시작’이 3일부터 사흘간 서울 성북미디어문화마루에서 개최된다. ‘배리어프리’란 영상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해설이 입혀진 영화를 말한다.
‘시작’은 화면해설작가단체 등이 공동 주최한 행사로, 1회를 맞은 올해는 개막작을 비롯해 기성 작가 및 대학생·청소년이 만든 배리어프리 단편 영화 14편을 상영한다. 대부분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수작이다.
또 장애인방송 제작 체험, 어둠 속의 영화관 체험, 도서·교구·그림 등의 촉각 체험, 노래·무용·뮤지컬 공연 현장 해설 등을 진행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자막과 화면해설 또는 오디오 해설을 제공한다. 3일 오후 2시 개막식에는 시각장애인 가수, 무용음성해설, 자막과 오디오해설이 제공되는 뮤지컬 갈라쇼를 선보인다.
이름 ‘시작(視作)’은 ‘볼 수 있게 짓다’란 의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고, 청소년들이 배리어프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한다”는 뜻이라고 주최측은 설명했다. 행사를 총괄 주관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하다’ 박정숙 이사장은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누리는데 소외되었던 청소년에게 배리어프리 종합선물같은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도 장애인 관람환경 개선사업 동참
최근엔 영화계에서도 장애로 인한 관람 장벽을 낮추려는 노력이 잇따르는 추세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대표단체 세 곳(한국농아인협회·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영화관 멀티플렉스 3개사(CJ CGV·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중앙), 배급사 2개사(롯데엔터테인먼트·NEW), 연구기관(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각 분야 관계자들과 ‘장애인 관람환경 개선사업 운영협의체’를 개최했다.
2005년부터 ‘장애인 관람 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해온 영진위는 배리어프리영화를 “같이 본다”는 의미의 ‘가치봄영화’로 지칭하고, 한국농아인협회에 사업을 위탁 수행해 연간 100편 이상의 가치봄영화 제작·상영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가까운 동네 영화관에서 자유롭게 영화를 즐기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날 운영협의체에선 향후 가치봄영화 제작·상영 확대, 해외 사례를 통한 영진위 지원사업, 가치봄영화 브랜드 홍보 및 장애 인식 개선 캠페인의 필요성과 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이날 참석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미디어진흥원 황덕경 원장은 “시·청각장애인 역시 소비자 중의 하나로 자유롭게 영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사회와 업계의 인식이 개선되기를 바라며, 오늘 이 자리가 향후 훌륭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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