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 둘 서울 구경시키다… 친구 셋 나란히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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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안모(32)씨는 이태원을 찾았던 고향 친구 둘과 함께 2일 울산하늘공원에 잠들었다.
안씨는 지난 29일 또 다른 친구 결혼식 참석을 위해 상경한 친구 2명에게 "서울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이태원을 찾았다.
이들은 안씨 남편이 사주는 저녁을 먹고 이태원 일대를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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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안모(32)씨는 이태원을 찾았던 고향 친구 둘과 함께 2일 울산하늘공원에 잠들었다. 안씨는 지난 29일 또 다른 친구 결혼식 참석을 위해 상경한 친구 2명에게 “서울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이태원을 찾았다. 이들은 안씨 남편이 사주는 저녁을 먹고 이태원 일대를 구경했다. 안씨 남편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며 자리를 비켜줬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안씨 남편은 사고 소식을 들은 직후 아내에게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길로 이태원에 달려와 밤새 아내를 찾았으나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만난 안씨 아버지(61)는 “딸이 평소에도 목에 휴대전화를 걸고 다녀서 사위가 위치추적을 경찰에 요청하고 나서야 겨우 딸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씨 아버지는 사고 이튿날인 지난 30일 소식을 듣고 서울로 올라와 한 병원에서 딸의 주검을 확인했다. 그는 “압사 사고라고 했는데, 압사를 당할 만큼 몸에 상처가 심하지 않았다. 오른쪽 어깨와 목 부분이 멍들고 오른쪽 얼굴에 상처만 조금 있었다”며 “옆으로 밀려서 다친 것 같은데, 구조 골든타임만 지켜졌다면 충분히 살 수 있지 않았겠나”라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굳은 표정으로 딸의 마지막을 지키던 아버지는 딸이 즐겨하던 머리띠 조각을 본 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안씨 아버지는 “열흘 전만 해도 딸이 사위와 새 집으로 이사해 가족들과 식사를 초대했다”며 “서울 구경을 시켜줘서 창경궁에 구경도 가고 광장시장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딸과 함께 더 시간을 보내지 않고 그날 바로 울산으로 내려온 걸 안씨 아버지는 후회한다.
이날 마지막으로 등교한 고등학생들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서울 한 고등학교에선 2학년생인 김모(17)군과 이모(17)군의 노제가 치러졌다. 주검을 실은 운구차가 학교 정문으로 들어서자 차에서 내린 김군 어머니는 관을 어루만지며 통곡했다. 이들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50여명의 친구와 교사가 자리를 지켰다.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10여분간 학교를 둘러본 뒤, 선생님들에게 아들을 대신해 허리를 숙였다.
광주에선 백혈병을 앓던 쌍둥이 형에게 골수를 이식해줬던 40대 변호사의 발인이 있었다. 고교 3학년 때 형에게 두 번의 골수 이식을 했지만 형은 먼저 세상을 떠났다. “형 대신 꼭 성공하겠다”며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된 동생은 낡은 주택에 살던 부모에게 새 아파트를 선물할 정도로 효자였다. 이날 발인식에서 어머니는 운구함을 쓰다듬으며 “엄마 속 한번 안 썩이더니… 속이라도 좀 썩이지 그랬어. 엄마 마음 아프게 하고”라며 애통해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 오후 11시 기준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6명 중 128명의 발인·송환이 마무리됐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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