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록히드마틴’ 꿈꾸는 한화...김동관식 사업 재편 시작됐다
한화그룹이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표방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를 중심으로 방산 사업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내년 상반기 ㈜한화 방산 부문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맞춰 육해공 통합 방산을 중심으로 우주·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신성장 사업을 더하는 조직 개편에 들어갔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1일자로 정기 인사와 함께 조직을 개편했다. 항공기·선박용 엔진 부품을 제작하는 엔진사업본부를 사업부로 확대 개편하고, 국내에 근무하던 인력 상당수를 미국으로 이동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나 프랫휘트니 같은 현지의 파트너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날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면서 관련 사업부 역시 대대적인 재편에 들어갔다.
이 같은 조직 개편은 지난 8월 승진한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9월부터는 한화에어로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겸직하면서 ‘글로벌 원팀’이라는 메시지를 제시하며, 한화에어로의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해외 법인들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바뀌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방산업계 최정상 자리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해외 사업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와 함께 한화디펜스도 ‘글로벌 원팀’이라는 슬로건 아래 해외 사업 확대에 나섰다. 한화디펜스는 지난 8월 폴란드에 3조20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K-방산’ 대표 기업으로 부상했다. 지난달엔 ‘한국판 하이마스’라 불리는 다연장 로켓 천무 288문을 폴란드에 수출하기로 기본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만 8조원이 넘는다.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는 등 일하는 문화 혁신에도 나섰다. 한화에어로는 1일부터 공식적으로 전무·상무 같은 기존 임원 직급 체계를 없애고, 호칭을 본부장·실장 등 ‘직책’으로 통일했다. ㈜한화 방산 부문 인수가 마무리되면 일반 직원에 대한 호칭·승진·보상 등 인사 체계도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앞서 그룹 내 여러 계열사에 분산돼 있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를 중심으로 한데 모아 ‘한국형 록히드마틴’이 되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특히 2030년까지 한화에어로를 글로벌 톱10 방산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실사 과정에 돌입한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최종 완료될 전망이다. 실사 이후 본계약 체결과 기업결합 심사 완료 등 거래 종결까지 걸리는 시기를 고려할 때 이르면 내년 3월 중순 이후 대우조선해양을 품게 된다. 한화는 잠수함·군함 등 특수선 사업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육해공 통합 방산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이밖에 민간 주도 우주개발인 뉴스페이스 관련 사업과 ‘하늘을 나는 택시’로 불리는 UAM, 항법장치 기술 개발 등 신사업을 담당하는 부서들도 신설됐다. 반면 비주력 사업은 정리 단계다. 한화파워시스템은 지난 8월 말 한화임팩트로 매각이 완료됐고 한화정밀기계는 ㈜한화에 흡수됐다.
증권가에서는 사업 재편이 마무리된 내년 이후부터 방산 부문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대표 방산기업으로서 영업력과 영향력, 네트워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가 사업구조 개편에 돌입하면서 3세 승계 체제 역시 본격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지분 22.65%를 보유한 ㈜한화와 김 부회장(50%)을 포함한 3형제가 지분 100%를 가진 한화에너지를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김 부회장이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 대표이사를 맡아 방산과 항공우주·신재생 에너지 부문을,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 부문을, 갤러리아백화점 등을 포함한 유통·레저부문을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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