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월세가 20만원…2030 입주 경쟁 치열
-‘시세 30%’ 역세권 청년주택 뜯어보니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이 20~30대 청년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축 비율이 높은 데다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공급돼서다. 시세 대비 합리적인 임대료를 내세워 청년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청년 주거비 지원 제도를 이용하면 역세권 청년주택에 거주하면서 내집마련을 위한 목돈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시가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SH공사는 올해 초부터 연말까지 23개 단지에서 7997실 규모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자를 모집했거나 할 예정이다. 9월 말까지 15개 단지에서 4146실이 공급됐으니 연내 공급될 역세권 청년주택이 꽤 남았다. 연말까지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잠실역 등 강남권을 비롯해 구로디지털단지역, 2·5호선 영등포구청역 등 업무지구 15개 단지(3851실)에서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이 밖에 문정역, 양재역, 월곡역, 연신내역, 신대방삼거리역, 개봉역 등지에서도 역세권 청년주택 공사가 한창이다.
▶잠실 전용 33㎡ 월세가 12만원
▷공공임대는 주변 시세 30%에 입주
역세권 청년주택은 공공임대와 민간임대(특별·일반공급)로 구분된다. 같은 건물에 SH공사가 기부채납받은 공공임대와 민간임대 물량이 같이 배치된다. 공공임대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30%에 불과하다. 지난 상반기 입주자를 모집한 ‘잠실 엘타워’의 경우 신혼부부에게 공급된 전용 33㎡ 임대료가 보증금 9960만원에 월세 12만2000원이었다.
물론 모두가 신청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소득 기준을 충족한 무주택 청년만 신청 가능하다.
공공임대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 자격은 주택과 자동차가 없고 자산이 일정 수준(대학생 8600만원, 신혼부부 3억2500만원) 이하인 만 19~39세 청년이다. 월소득(대학생은 본인과 부모)은 전년도 도시 근로자 가구원 수별 월평균 소득의 120%(지난해 1인 가구 기준 385만4535원) 이하면 된다. 대신 가구원 수별 월평균 소득이 100% 이하인 가구에 우선 공급하고 110%(2순위), 120%(3순위)인 가구에 차례로 기회를 주는 식이다.
공공임대 역세권 청년주택은 자격이 까다롭지만 임대료가 저렴한 만큼 입주 경쟁이 치열하다. SH공사가 지난 7월 8개 단지 489실의 청년주택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4만4800명이 몰려 91.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민간임대 역세권 청년주택은 다시 일반공급과 특별공급으로 나뉜다. 일반공급은 주변 시세의 95%, 특별공급은 85% 선에서 임대료가 책정된다.
만약 모아둔 목돈이 있으면 임대료를 높이고 월세를 낮출 수도 있다. 민간임대 역세권 청년주택은 신혼부부와 장애인은 3557만원 이하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어도 청약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생업용 차량과 125㏄ 이하 이륜차 소유자도 가능하다. 소득 기준은 공공임대와 같다.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는 합산 월소득이 581만3244원 이하면 된다. 임대료 상승률이 연 5% 이내로 제한되며 최대 10년까지 장기간 거주할 수 있다.
자격 제한이 크지 않다 보니 민간임대 역세권 청년주택도 인기가 높다. 지난 7월 1차 역세권 청년주택 모집에서 총 275가구가 공급됐는데 1만6505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60 대 1을 기록했다. 천호역 인근에 들어서는 ‘천호역 한강리슈빌’ 전용 19㎡의 경우 청년 경쟁률은 359.5 대 1, 전용 33㎡타입의 신혼부부 경쟁률은 17.5 대 1을 기록했다. 지하철 1호선 회기역 인근에 공급된 역세권 청년주택 ‘하트리움’은 지난 9월 22~24일 502가구에 입주할 신청자를 모집한 결과 1만1685건의 청약이 접수됐다.
시세는 어떨까. 6호선 상수역에 가까운 ‘홍대 크리원’ 전용 18㎡에 특별공급으로 입주한 청년은 보증금을 최대 5400만원까지 내면 월 임대료 49만원에 거주할 수 있다. 목돈이 부족하면 보증금을 최소 1800만원까지 줄이고 월세 63만원을 낼 수도 있다. 지하철 5·7호선 군자역에 가까운 광진구 중곡동 ‘리마크빌 군자’는 신혼부부에게만 공급된 전용 30㎡ 시세가 보증금 4832만원에 월세 17만3000원이다.
강남구 ‘마에스트로’에는 전용 20~27㎡ 원룸형 총 82가구가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공급된 바 있는데 전용 22㎡, 청년 기준 보증금은 5544만원, 월세는 19만4000원이다. 인근 원룸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가량이다.
공공임대든 민간임대든 역세권 청년주택의 공통점은 대부분 빌트인 세탁기와 냉장고, 시스템에어컨, 전자레인지 등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단지 규모가 큰 곳은 무인택배함, 코인세탁실, 피트니스센터 같은 편의시설을 갖춘 곳도 있다.
입주할 때 중소기업 취업 청년 전월세 보증금대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등 청년 주거 지원 제도를 활용하면 비용을 더욱 아낄 수 있다. 중소·중견기업에 근무하는 34세 이하 청년이면 전세금 1억원까지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 보증금 대출과 별도로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주거비 지원도 중복해서 받을 수 있다. 최대 7000만원, 보증금의 90%까지 대출 이자 일부(3%포인트)를 서울시가 대신 내준다.
다만 막상 계산기를 두들겨보면 역세권 청년주택 임대료가 무조건 저렴하지만은 않은 경우도 있어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임대인이 옵션 사용료 등을 받는 식으로 관리비를 올리는 경우다. 지난해 입주한 일부 단지에선 가전제품, 가구 렌털료를 부과해 실질 임대료가 높아진 탓에 당첨자가 대거 입주를 포기하기도 했다. 관악구 한 역세권 청년주택(민간임대)은 전용 30㎡ 고정 관리비가 17만원이다. 여기에 전기요금 등이 더해지면 월 관리비만 20만원이 넘어가기 십상이다. 인근 비슷한 조건 오피스텔 관리비가 9만~10만원 선이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월세’를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역세권 청년주택이) 청년층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바가 있지만 민간임대의 경우 지나치게 작은 면적, 높은 임대료 등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1호 (2022.10.26~2022.1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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