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건축 현장에 돼지머리, 혐오 조장 논란

조정훈 2022. 11. 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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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측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동물을... 이해하지만 너무해", 전문가 "법 통한 조정 쉽지 않아"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지난 2020년 12월 공사가 시작된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이 주민들의 반대로 중단됐다가 대법원 판결로 다시 재개됐지만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 조정훈
 
대구 이슬람사원 공사가 대법원 판결로 재개됐지만 주민과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공사장 입구에 무슬림인들이 금기시하는 돼지머리가 놓이면서 혐오 조장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장 입구에 지난 10월 27일부터 삶은 돼지머리가 놓여 있지만 누구도 치우지 않고 있다.

이슬람 문명권에서 돼지고기 먹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는만큼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갖다 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무슬림 주민은 "우리는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고 만지지도 않고 보기도 싫은데 일부러 갖다 놓은 것 같다"며 "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이 갖다 놓은 것 같은데 말도 못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의 문화와 입장도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며 "누군가 치워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한다. 주민들의 심정도 이해하지만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몇 달 전에는 주민들이 사원 인근에서 돼지고기를 구워 먹고 노래를 크게 틀어 무슬림들의 기도회를 방해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주들은 "돼지머리를 갖다 놓는 등의 행위는 사실상 공사를 방해하려는 범법행위이지만 우리가 치우려 한다면 싸움이 날 수밖에 없다"며 "관할 지자체 등이 나서 중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설 현장 입구에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이 돼지머리를 갖다 놓아 혐오 논란이 일고 있다.
ⓒ 조정훈
   
서창호 대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주민들에게 치워달라고 얘기했는데 자기들 재산이기 때문에 손대지 말라고 한다"며 "북구청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서 대책위원장은 "공사 과정에서 벌어졌던 주민들과의 갈등이나 진동으로 인해 인근 건물이 금이 가거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만나서 화해할 수 있도록 제안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그동안 고소한 것들도 취하하고 갈등을 봉합하려고 하지만 주민들이 굉장히 공격적이고 폭력적이어서 대화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운동을 하는 것뿐이라는 주장이다.

서재원 이슬람사원 건립반대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주민들 동의도 받지 않고 이슬람사원을 짓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느냐"며 "이런 식으로라도 하겠다는 게 주민들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건축주들과 주민들 간 화해는 이미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경찰서 한 번 안 간 60~70대 주민들이 불러다니는데 어떻게 화합하고 화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법테두리 안에서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돼지머리로 고사도 지내고 먹는 음식인데 무슬림들이 자기 문화만 이해해달라고 할 게 아니라 우리 문화도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손 놓은 대구 북구청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공사 현장 인근에 주민들이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 조정훈
 
이들의 갈등을 조정해야 할 대구 북구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2일 현장을 다녀온 북구청 관계자는 "공사업자들하고 주민들 간 대화가 안 되니까 우리도 중재할 방법이 없다"며 "대한민국 최고의 갈등 전문가가 와도 해결이 안 되는데 어떤 방법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서로 입장이 너무 달라 기차 레일 둘이 달리듯이 똑같이 가고 있는데 대책을 찾기가 어렵다"면서 "그래도 계속 대화를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승엽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화적 충돌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법을 통해 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가 함께 나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020년 9월 대구 북구청이 대현동 주택밀집지역에 연면적 245.14㎡, 지상 2층 규모의 사원 건축을 허가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해 12월 공사가 시작되자 주민 350여 명이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공사가 중단됐고 건축주는 대구 북구를 상대로 공사중지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해 1, 2심과 대법원이 건축주 손을 들어주며 공사가 재개됐다.

이후에도 공사를 진행하려는 건축주와 주민들이 계속 충돌하면서 무슬림들이 모래와 자갈 등을 직접 나르는 방식으로 자재를 옮겼고 이를 가로막던 일부 주민이 모래 위에 드러누워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건축주는 빠르면 내년 2월쯤 준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주민과 무슬림 간 화해가 쉽지 않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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