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우내환 ‘포스코’…3분기 이익 급감
-최정우 리더십 흔들리나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포스코가 올 들어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철강업계 이목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포항제철소 태풍 피해를 책임져야 한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안팎으로 시끌시끌한 양상이다.
▶포스코 영업이익 71% 급감
▷태풍 여파로 포항제철소 셧다운 영향
포스코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9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줄었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가 컨센서스(1조4764억원)보다 30% 이상 낮은 수치다. 순이익도 5920억원으로 같은 기간 77% 감소했다. 그나마 매출은 21조1550억원으로 2.9% 늘었지만, 앞서 2분기 매출이 23조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8%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포스코홀딩스 실적이 부진한 것은 지난 8월 말 포항제철소를 덮친 태풍 ‘힌남노’ 여파로 철강부문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사업회사인 포스코의 3분기 영업이익은 3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7% 급감했다. 철강 시황 부진, 연료비 상승 영향도 크지만 포항제철소 수해 악재가 치명타였다.
힌남노 상륙 당시 포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포항제철소는 1973년 쇳물 생산을 시작한 이후 49년 만에 처음으로 전체 공정을 ‘셧다운’하는 사태를 맞았다. 이로 인해 추석 연휴 기간 하루 평균 8000여명씩 총 3만여명이 포항제철소 복구 작업에 긴급 투입되기도 했다. 포스코홀딩스는 “포항 하천 ‘냉천’ 범람에 의한 포항제철소 생산, 판매 감소로 3분기에만 영업이익이 4355억원 줄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당분간 실적 부진이 지속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4분기에도 포항제철소 복구비용으로 최대 3000억원가량 영업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18개 공장 중 1열연, 1선재, 1냉연, 2·3전기강판, 3후판 공장 등 6개 공장이 생산을 다시 시작했다. 포스코는 11월 2후판·3선재·4선재·전기도금 공장을, 12월에는 2열연·2냉연·2선재·스테인리스 2냉연 공장 등을 재가동할 계획이지만 완전 가동 여부는 미지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포항제철소 정상화에 수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이번 태풍 피해로 포스코가 2조원 이상 매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금리 인상, 중국 부동산 경기 둔화 여파로 철강 업황도 악화일로다. 중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 철강 재고량은 10월 기준 163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이상 늘었다. 철강 가격도 연일 하락세다. 지난 5월 t당 120만원이었던 국내 철근 유통 가격은 최근 101만500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 여파로 포스코의 3분기 탄소강 판매 가격은 118만6000원으로 2분기(123만6000원)보다 하락했다. 글로벌 철강 수요 감소에 따른 공급 과잉 문제가 현실로 다가온 모습이다.
이 와중에 정부가 산업용 전기 요금을 ㎾h당 16.6원 인상한 것도 전기 사용량이 많은 포스코에 적잖은 부담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전기 요금까지 오르면서 포스코 실적 하락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포스코홀딩스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7% 감소할 것(에프앤가이드)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른 중국 철강 수급 둔화로 포스코 영업 환경이 좋지 않다. 4분기에도 포항제철소 복구비용 등 불확실성이 크다”며 포스코홀딩스 목표주가를 34만원에서 31만원으로 낮췄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최정우 회장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사장단과 전 임원이 참석하는 그룹경영회의를 매 분기 열고, 경영전략팀을 중심으로 ‘전사통합위기대응팀’을 가동하기로 했다. 특히 비상경영 체제를 통해 현금흐름이 문제 되지 않도록 ‘현금 중심 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다. 핵심 사업인 철강부문은 비상 판매 체제 전환으로 ‘밀 마진(철강 판매 가격에서 원료비를 제외한 부분)’ 등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안전, 환경 분야를 제외한 모든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구매, 생산, 판매 등 각 부문 구조 개선을 통한 원가 혁신에 주력하고 해외 법인 리스크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국감서 최정우 회장 리더십 논란
▷중도 퇴진한 전임 회장 전철 밟을까
그럼에도 이번 국감 전후로 최정우 회장의 사전 준비와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포항 각계가 결성한 포스코그룹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0월 6일 성명서를 통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정우 회장의 뻔뻔함과 책임 회피성 발언을 지켜보면서 어이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최 회장은 여야 의원들 질타에 책임지는 자세는커녕 포항제철소 피해 책임자는 자신이 아니라는 식의 변명만 늘어놨다. 의원들이 태풍 대비 비상대책반 가동 시 골프 친 것을 추궁하자 ‘회사 매뉴얼상 제철소장 책임’이라고 답변한 것만 봐도 최 회장의 뻔뻔함을 엿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10월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태풍 북상을 앞두고 포스코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되던 9월 3일 골프를 쳤고 5일에는 미술 전시회를 관람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단체는 “최 회장은 포스코 정신 회복과 새로운 시작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포스코지회와 포항참여연대 등도 “최 회장은 제철소 침수 현장에 두어 번 나타나 삽질하는 사진을 내보냈을 뿐 포항제철소 현장에서 동고동락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급기야 포스코 수장 교체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포스코그룹은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2000년 민영화 이후 글로벌 대표 철강업체로 우뚝 섰지만 정작 임기를 채운 역대 회장이 단 한 명도 없다. 엄연한 민간 기업임에도 검찰 수사 등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해 임기 도중 사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민영화 이후 취임한 이구택 회장은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MB정부 출범 1년 만에 물러났다. MB정부 시절 취임한 정준양 회장도 배임 혐의로 기소되는 등 악재에 시달리면서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뒤 사임했다. 최정우 회장 전임인 권오준 회장 역시 2018년 4월 임기를 2년 남기고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 수차례 해외 방문에 나서는 동안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심리적 압박이 컸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여론 뭇매를 맞는 최정우 회장도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레 나온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 9월 태풍 피해 논란이 커지자 “태풍 힌남노가 충분히 예보된 상황에서도 이런 큰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중점적으로 한번 따져볼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포항제철소 피해를 키운 것은 포스코뿐 아니라 포항시 책임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최정우 회장을 향한 논란은 거세지는 분위기다. 최 회장이 각종 논란을 딛고 비상경영을 통해 실적 회복에 성공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1호 (2022.10.26~2022.1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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