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내리는데 굳이…” 408실 모집에 6명
-찬밥 신세 오피스텔 투자
인천 최고 중심 지역인 부평과 물리적으로 가깝고 주변에 부평국가산업단지가 위치했다. 인근에는 2023년까지 주상복합단지를 비롯해 공동주택단지 등이 들어설 예정. 여기에 지난 9월 착공식을 가진 루원시티 제2복합청사 건립 등 호재도 많았다. 이 때문에 주택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을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청약 신청 결과 총 408실 모집에 불과 6명만 신청하는 데 그쳤다. 6개 타입 중 2개 타입은 청약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효성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주변 개발 호재가 많다고 하지만 부평으로 가려면 경인고속도로로 막혀 있어 고가 도로를 지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전용 59㎡가 4억원대 중반에 책정됐는데 아파트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분양가마저 비싸 수요자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광풍이 불었던 주거용 오피스텔 시장이 올해 들어 빠르게 식고 있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으로 침체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9~10월에 수도권에서 분양한 오피스텔들의 미달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적용, 주택 시장 침체에 따른 아파트 대체재로서의 매력 감소, 과도한 분양가 등을 이유로 한동안 오피스텔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해 광풍 불었던 오피스텔
▷올해 하반기 이후 수요자 외면
지난 1~2년 동안 오피스텔이 실수요자로부터 인기를 끈 이유가 있다. 청약을 꿈꾸는 20·30대 젊은 층은 청약가점이 낮다는 이유로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들이 대체 상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중대형 오피스텔이었다.
요즘 오피스텔은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는 드레스룸, 알파룸, 3베이, 4베이 등과 같은 설계가 적용된다. 청약통장 보유 기간이나 가점, 거주지 제한 등이 없고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대출을 받기 쉬웠다. 20대부터 40대까지 비교적 젊은 실수요자부터 시작해 취득세 중과로 주택을 더 이상 구입하기 부담스러운 다주택자까지 오피스텔에 관심을 둔 이유다.
지난 몇 년간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처럼 중대형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수익률 감소로 매매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잘 팔리지도 않아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오피스텔은 1만5816실 모집에 8만3720건이 접수됐다. 평균 5.3 대 1의 경쟁률이다. 지난해 3만7747실 모집에 95만6584건이 접수돼 25.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전용 59㎡ 이상 중대형 오피스텔의 평균 청약 경쟁률(50 대 1)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다.
단순히 청약 경쟁률만 떨어진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입지가 좋다고 여겨진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잇따라 미달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월 4일 청약을 받은 인천시 서구 청라동 ‘e편한세상시티 청라’는 총 240실 모집에 70명만 청약했다. 3개 타입은 전용 71㎡로 지난해까지 인기를 끌었던 중대형 오피스텔이었지만 모두 모집 물량보다 청약자 수가 적었다.
지난 9월 27일 청약에 나섰던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성남 수진역 파라곤’ 역시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총 570실 모집에 청약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201명이었다.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2단지 또한 512실 모집에 362건만 접수됐다.
그나마 서울은 상황이 약간 더 낫다. 지난 8월 분양한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 ‘우남 W컨템포287’은 10실 모집에 26명이 신청해 평균 2.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만 이곳도 9월 이후 분양했으면 상황이 더 좋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흥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직장인이나 신혼부부가 많은 이 지역 특성상 지난해까지만 해도 오피스텔 수요가 많았지만 올해 초부터 매수 문의가 점점 줄더니 10월부터는 아예 전화가 뚝 끊겼다”며 “99실 이하 소규모 오피스텔은 전매 제한이 없어 투자 수요가 꾸준히 있었는데 그나마도 거래가 급감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오피스텔 차갑게 식은 이유는
▷금리 인상에 DSR 확대…메리트 없어
중도금 납부 등을 앞두고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매수자들이 잇따라 매도에 나서면서 고가 오피스텔이 몰린 강남 등에서는 소위 ‘마피(마이너스프리미엄)’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최저 분양가가 20억원을 넘었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루시아도산 208’ 전용 52㎡는 분양가보다 7000만원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왔다. 이 오피스텔은 분양 당시 3.3㎡당 분양가가 1억4000만원대에 달했다. 해당 매물은 23억원 넘는 가격에 분양했지만 지금은 22억4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크텐삼성’도 마찬가지다. 파크텐삼성 전용 42㎡는 최근 15억2000만원대 매물이 등장했다. 분양가보다 4000만원 싼 가격이다.
신규 오피스텔 청약 시장만 차갑게 식은 것은 아니다. 기존 오피스텔 시장 역시 매매 거래가 급속도로 줄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건수는 총 2만5961건이다. 지난해 상반기 3만1859건에 비해 18.5% 감소했다.
거래가 줄면 가격 또한 떨어지는 법. 한국부동산원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전국 오피스텔 매매 가격은 전분기 대비 0.2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0.01%, 0.16% 떨어져 2분기와 비교해 하락세로 전환했다.
사실 오피스텔 시장 침체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올해부터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비슷한 대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오피스텔은 투기과열지구에서도 담보대출비율(LTV)이 70%까지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는 총 대출금 2억원 이상의 경우 차주별 DSR 40%가 일괄 적용된다.
여기에 기준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임대를 목적으로 분양을 받는 투자자가 많은 만큼 금리에 민감하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경기에 영향을 더 크게 받는 오피스텔이 더욱 빠르게 수요자로부터 외면받는 배경이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아파트보다 규제가 자유로운 주거용 오피스텔에 투자하는 실수요자가 많았다”며 “올해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금리가 오르면서 관심조차 두지 않는 투자자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이야말로 향후 2~3년 동안 가장 취약한 부동산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오피스텔에 투자했다 이자 부담으로 계약금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수요는 크게 줄어드는 반면 건축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사업비 부담이 커진 만큼 오피스텔 공급량은 향후 2~3년 동안 아예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1호 (2022.10.26~2022.1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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