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밀집 안전교육은 없었다…학교도 변화, CPR 실습도 강조

전민희, 홍지유, 장윤서 2022. 11. 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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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슴에 검은색 리본을 달고 압사사고 관련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학교 안전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학교 안전교육 지침에 사람이 많은 몰리는 군중 밀집장소에서의 안전수칙과 실습 위주의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포함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2일 오후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표준안) 개정 작업을 위해 집필자와 온라인 회의를 개최했다. 집필 책임자인 오준영 전북교총 정책연구위원장(전북 부남초 교사)은 “군중 밀집장소에서의 안전수칙과 함께 시민성 교육, 올바른 미디어 사용법 등에 대한 내용을 추가할 예정”이라며 “안전도 중요하지만 사고 지역에서 유흥을 즐기고 참사 관련 자극적 영상을 SNS에 무분별하게 게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초‧중‧고 학기당 51시간 안전교육


표준안은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하는데 활용하는 지침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2015년 해당 지침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유‧초‧중‧고 학생들은 학기당 51시간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7대 영역은 생활안전, 교통안전, 폭력 예방과 신변보호, 약물사이버중독예방, 재난안전, 직업안전, 응급처치 등이다. 이 중 재난 안전교육 부분에 화재‧폭발‧테러‧홍수‧태풍 등에 대한 대처요령이 담겼다. 또 생활안전 부분에 급식실‧대형마트‧공연장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안전수칙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이태원에서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군중밀집은 빠져 있다.

이태원 참사를 통해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1일 오전 대구 달서구 성지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교내 안전체험교실에서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받고 있다. 뉴스1

새로 개정되는 표준안에는 군중밀집 관련 안전수칙이 보다 강화될 예정이다. 초등학생 대상으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의 안전수칙 알기’ 고교생은 ‘다중이용시설 안전사고 종류 알아보기’ 등이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오 교사는 “학교 자체가 밀집시설이고, ‘급식실 갈 때 뛰지 말라’ ‘좌측통행하라’는 게 다 관련 교육이지만 이번 참사를 계기로 더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폐소생술(CPR) 교육은 앞으로 실습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학교보건법에 따라 초‧중‧고등학생은 CPR을 포함한 응급처치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 이론 위주 교육이 이뤄져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응급처치 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급처치 교육을 받았던 대학생 163명 중 심폐소생술을 정확히 숙지한 사람은 11.7%(19명)에 그쳤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지난달 31일 서울시교육청 내 합동분향소에 조문하며 “서울의 모든 학생을 위해 심폐소생술 같은 안전교육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모든 학생이 CPR과 응급처치를 배워야 한다는 내용의 영국 교육부 공익광고. [영상 캡처]


“안전교육 정규교과로 편성해야”


전문가들은 안전교육을 정규교과로 편성해 실습 위주 수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2개정교육과정 시안을 보면 보건교과 중 ‘건강안전’ 단원에 CPR 교육과 생활 속 위험요인 파악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는 보건 교과가 없고, 중‧고교도 진로선택과목이라 응급 상황 대처 관련 교육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이번 참사를 계기로 안전 교육을 정규교과로 편성하고 실습 위주의 CPR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며 “정규교과가 아니면 입시교육에 밀려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국가에서 CPR 교육을 의무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50개 주 중 41개주와 워싱턴DC에서 고등학교 졸업 전 CPR 훈련을 의무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은 영국·벨기에·덴마크·프랑스·이탈리아·포르투갈 등 6개국이 12세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CPR 교육을 법으로 의무화했고, 16개 국가에서는 수강을 권장하고 있다.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에서는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사람만 운전면허를 딸 수 있다. 중국도 2020년 모든 공립학교에서 CPR교육을 의무화했다.

대학에서의 안전교육도 필요하다. 이번 참사 희생자 156명 중 20대가 104명으로 가장 많았다.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대학에서 2월 말까지 안전관리계획 수립하게 돼 있다. 안전관리계획에는 재난‧안전사고‧감염병 확산 등에 대한 예방 대비책과 수습‧복구계획 포함돼 있다. 전체 대학 462곳 중 455곳이 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정윤경 교육부 학교안전총괄과장은 “대학이 자체 수립한 안전 관리계획 내용과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올해 안에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교육부는 이태원 참사로 부상을 입은 학생이 기존 5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추가된 학생 부상자 중 1명은 초등학생, 1명은 고등학생으로 모두 서울에 있는 학교에 재학 중이다. 학생 사망자는 6명으로 지난달 31일 집계와 같다.

전민희‧홍지유‧장윤서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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