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호재에도…은마아파트 20억 붕괴, 2년전 집값 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20억원 밑에서 거래됐다. 2년 전 가격 수준이다. 지난달 19년 만에 서울시 정비계획안 심의를 통과하며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극심한 부동산 한파를 뚫진 못했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 76㎡가 지난달 8일 19억9000만원(2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거래된 해당 면적 역대 최고가인 26억3500만원(11층)보다 6억4500만원 낮은 가격이며, 올해 최고가인 지난 5월 25억4000만원(8층)보다도 5억5000만원 내렸다. 다만 이 거래는 서울시의 정비계획안 심의 통과 발표 전에 계약이 이뤄졌다.
이미 인근 중개업소와 소유주들 사이에선 이달 초부터 이 거래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해당 면적의 급매물 호가가 19억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해당 면적 19억원대는 2020년 말에 실거래가 수준이다.
2020년 12월 19억4000만원(9층)에 거래된 적이 있다. 이후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지난해 1년 동안 6억원 이상 가격이 껑충 뛴 것이다. 전용 84㎡도 지난 9월 25억원(10층)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최고가인 28억2000만원(11월·5층)보다 3억2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이 면적의 급매물 호가는 22억원 선까지 내려와 있다.
정비계획안 통과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일부 집주인이 호가를 조금 높였지만, 의무적으로 실거주해야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거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4424가구인 이 아파트의 지난 9월 실거래 신고 건수는 단 2건에 불과하다.
서울에 재건축 기대감 있는 다른 단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은마아파트보다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빠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도 하락 폭이 커졌다. 전용 82㎡가 지난달 18일 24억4100만원(9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9월 최고가 29억5000만원(15층)보다 5억원 이상 내린 가격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 2월 정비계획안이 통과하면서 최고 50층까지 재건축이 가능해졌다. 잠실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올해 초 서울시 발표 이후 재건축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가격도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과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매도 문의는 많은데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거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다 보니 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 아파트 매물은 1년 전(55건)보다 316% 늘어난 229건으로 조사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전반적인 매수 심리 위축이 재건축 단지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인 지역의 재건축 단지의 경우 특히 거래절벽에 따른 매물 적체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지만 실거주 의무에서 자유로운 경매에서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의 경우 최근 진행된 경매에서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도 잇달아 유찰됐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면적 101㎡가 대한 입찰이 진행됐지만 유찰됐다. 최저 입찰가가 감정가(26억2000만원)의 80%인 20억9600만원으로 올해 4월 실거래가격(25억4000만원)보다 4억4400만원 낮았으나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인근의 목동신시가지 14단지 전용 108㎡와 전용 71㎡도 지난 8월 21일과 지난달 4일 각각 경매에 부쳐졌지만 유찰됐다. 권일 팀장은 "정부에서 재건축 부담금 완화 등을 추진 중이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진행속도가 더디다 보니 투자 수요를 불러오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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