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2년 갈 이슈, 꼬리자르기 안돼"…"책임" 52번 나온 최고위

김준영 2022. 11. 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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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의 과녁이 윤석열 대통령으로 향하고 있다. 8년 전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까지 타격을 입혔듯, 이번 참사를 계기로 윤 대통령을 정조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참사 당일 112 신고 녹취록과 참사 후 경찰의 ‘여론 동향 파악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당내엔 “이번 참사가 세월호 참사에 비견될 만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슈가 최소 2년은 갈 것”(당 지도부 관계자)이란 말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민주당 최고위, ‘책임’만 52번 언급…정청래 “최종 책임자는 尹”


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와 백브리핑에서 지도부는 ‘책임’이란 단어만 52번 반복하며 본격적인 정부 책임론 공세에 나섰다. 사태 수습과 초당적 협력에 방점을 찍은 참사 초반과는 확연히 태세가 달라졌다.

검정 넥타이와 양복, 근조 리본 차림의 이재명 대표는 “국민은 왜 이런 참사를 겪어야 하는지, 엄중한 시기에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지를 묻고 있다”며 “책임져야 할 사람이 제대로 책임지게 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또 “정치는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그런데 현 정부의 고위 책임자들의 태도는 도저히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전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농담 논란'에 휩싸인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간담회장이 농담할 자리인가. 경악할만한 장면이었다”고 말하면서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현장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많은 시민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친이재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이 “이태원 참사의 최종 책임자는 윤 대통령”이라고 못을 박았다. 지도부 초선 의원은 “사전 조율을 통해 역할분담을 한 것”이라고 했고, 이 대표 측 관계자도 “이 대표도 윤 대통령을 최종 책임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파면도 요구했다.

“반 박자 느리게 간다”…장기전 준비하는 민주당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종착지로 두되, “반 박자 느리게 가야 역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지도부 초선 의원)며 장기전 채비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이번 참사 책임이 경찰에 국한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여권이 경찰 책임론을 부각하는 건, 윗선으로 번지기 전에 꼬리를 자르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장관이 2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민주당은 참사 이후 정부의 사후 조치도 조목조목 비판하며 전방위 공세를 벌였다. 이 대표는 행안부가 지난달 30일 전국 17개 시ㆍ도에 ▶참사→사고 ▶희생자→사망자 ▶피해자→부상자라는 표기법 지침 등을 내린 것을 이틀째 언급하며 “오열하는 국민 앞에 이런 꼼수를 부려서, 유족과 피해자를 우롱해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경찰청이 만든 동향 파악 문건에 대해서도 민주당 지도부는 “경찰이 언론ㆍ시민단체의 동향을 사찰했다”(박홍근 원내대표), “군부 독재에 있을 법한 정치 사찰”(정청래 최고위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정부의 태도를 보면 ‘가만히 있어’라는 말이 떠오른다”며 정부를 이준석 전 세월호 선장에 비유했다.


숨통 트인 이재명?…당내 “할 수 있는 것 다 할 것”


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장기전을 준비하는 배경엔, 이를 이 대표 턱밑까지 다가온 사정 정국을 역전시킬 기회로 보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여권의 야당 수사는 여론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그런데 정부 실정론이 커지고 장기화하면 자연스레 탄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여론이 달라진 만큼, 국정조사ㆍ특검ㆍ장외집회 등 모든 카드를 검토 중”이라며 “역풍이 불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며 “전적으로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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