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도 손 대는데… 마약 통제할 컨트롤타워 없다
마약류 오·남용을 통제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나왔다. 마약류의 위험성에 대한 대중적 이해도 역시 제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마약류 관리정책을 점검하는 식의약 안전 포럼을 개최했다. 김일수 식약처 마약정책과장은 국내 마약류 관리 패러다임을 짚었다. 김현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예방사업팀 과장은 마약류 불법 사용 근절 및 오남용 예방을 위한 대중 소통 현황을 진단했다.
국내 지정 마약류 431종… 의료용 48종 제한적 사용
마약류란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총 431종을 마약류로 분류해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의료용 목적으로 48종을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프로포폴’, ‘헤로인’, ‘모르핀’이 대표적이다.
임시마약류로 지정되는 물질도 꾸준히 나타난다. 계속해서 새로운 마약성 물질이 국내 유입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임시마약류는 총 98종이 지정돼 있다. 기존에는 임시마약류 지정이 3개월마다 이뤄졌지만, 최근 마약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자 식약처는 50일마다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는 최소 1개월마다 검토하도록 기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가장 문제시되는 마약류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구분되는 식욕억제제다. 우리나라는 2020년 7월을 기점으로 식욕억제제를 허가 제한 성분으로 지정했다. 이는 더 이상 새로운 품목의 식욕억제제에 허가를 내지 않겠다는 의미다. 대마의 경우 앞서 2019년부터 뇌전증 치료제로 활용되는 ‘에피디올렉스’, ‘사티벡스’, ‘세사메트’, ‘마리놀’ 등 4개 대마성분 의약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경북 안동에 특구를 지정해 대마성분 원료의약품을 제조·수출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대마는 국내 유통되지 않으며 전량 해외 수출된다.
식약처는 마약류 사용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주축이다. 마약류 취급자가 제조·수입·유통·사용 등 취급한 의료용 마약류 상세 내역을 보고하고, 보고된 정보를 관리한다. 의료쇼핑방지정보망도 운영한다. 과다·중복 처방 등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이 우려되는 경우, 처방·투약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의사가 환자의 마약류 투약 이력을 진료·처방 시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전국 하수도서 필로폰 검출…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
마약을 누가, 어디서, 언제 사용하는지 완벽히 들춰내기는 불가능하다. 식약처는 2020년부터 하수처리장에서 마약류가 검출되는지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고 있다. 분석치와 해당 지역 인구를 활용해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한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진행한 2차 조사 결과, 전국 27개 대규모 하수처리장에서 모두 필로폰이 검출된 바 있다.
김일수 식약처 마약정책과장은 “중국에 모 도시는 코로나19로 사회가 통제되자 마약 사용이 80%이상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며 “과거 마약은 미국과 멕시코 등에서 사회적 문제가 됐지만, 현재는 아시아 지역으로 빠르게 문제가 확산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 경향성에서 예외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약 문제를 총괄하는 구심점이 없다는 우려도 언급했다.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은 지난 2019년 출범 이래 현재까지 4년째 임시조직이다. 김일수 과장은 “인터넷 마약 유통이 심각한 문제인데, 정부 부처 가운데 인터넷 마약 유통을 차단할 주무 부처나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다크웹과 같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마약이 유통되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에 이 문제를 담당할 기구를 조직하고 불법유통 차단 수단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고등학생 중독 시작… 적극적 예방교육 절실
시민사회계에서는 교육과 회복에 초점을 맞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이하 마퇴본부)는 마약류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 인식도 향상을 위해 유아‧청소년‧학부모 등 대상별 맞춤형 교육과 인스타그램 등 누리 소통망(SNS) 활용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마약류 사범 재활교육 등 마약 중독 회복을 위한 지원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마약류 인식 개선 및 예방은 교육 대상에 ‘맞춤형’으로 진행하는 것이 관건이다. 마퇴본부는 보편적 예방교육, 선별적 예방교육, 지시적 예방교육 등 3가지 유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보편적 교육은 마약을 접한 경험이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연극·뮤지컬 등 콘텐츠를 활용해 진행한다. 선별적 교육은 지역사회 내 고위험 집단, 학교 밖 청소년 등을 위해 실시된다. 지시적 교육은 다양한 사회 취약계층, 탈북민과 다문화 배경을 가진 이들, 외국인 등을 포괄한다.
김현정 과장은 국내 마약 중독자들이 마약을 처음 접하는 연령대가 낮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고등래퍼에 출연했던 윤병호씨는 중학교 때 선배 래퍼들과 어울리며 마약을 시작했다”며 “본인이 자수한 경험도 있고, 마약을 끊기 위해 여러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결국 최근 다시 (마약 사용으로) 경찰에 검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 기관의 재활 프로그램 참석자 가운데 한 분은 19세에 마약을 처음 접했는데, 주변에서 ‘마약이 아니라 합법적인 생리통 진통제이니까 괜찮다’라며 권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마약류 예방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도 촉구했다. 김현정 과장은 “청소년은 마약류 남용으로 육체적·정신적 손상을 입으며, 마약류 사용이 직·간접적으로 다른 범죄를 촉진한다”며 “그 부정적인 파급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예방에 투자하면 사회적 비용을 30배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있다”며 “학교 기반의 효과적인 약물 예방 활동에 1달러를 투자하면, 18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제시했다.
전방위 캠페인 추진 노력… 상호 관심 안전망 필요
학계 전문가들도 토의를 통해 마약류 위험인식 제고 방안을 공유했다.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 최애연 소비자교육중앙회 국장, 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 교수, 유승철 이화여대 교수, 임유진 숭실대 교수, 강현진 보건복지부 사무관이 의견을 공유했다.
대중적인 소통과 인식 개선에 방점이 찍혔다. 김장열 교수는 “시민들의 상호 보호와 관심이 중요하다”며 “서로 마약류를 접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주는 사회적 안전망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애연 국장도 “마퇴본부와 시민단체가 연계해 대대적인 마약류 경각심 제고 캠페인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연대를 통한 인식 개선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승철 교수는 “마약을 접한 경험이 있는 유명인의 증언식 캠페인이 긍정적인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청소년은 물론, 의료진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임유진 교수는 “미국의 경우 학교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마약류의 위험성을 교육한다”며 “우리나라도 학교 교육에서부터 마약류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경각심을 형성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남 원장도 “(마약 중독자를) 수사하고 잡아들이는 것뿐 아니라 예방, 치료, 재활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료인들을 대상으로도 마약류 중독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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