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신고 폭증' 예측하고도, 경찰 대책은 순찰 21명 증원
경찰이 올해 핼러윈 행사로 인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고 112 신고가 대폭 늘어날 것을 예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비해 경찰이 내놨던 대책은 주말 야간 순찰 인원을 21명 증원하는 수준에 그쳤다.
경찰청 차장 출신인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핼러윈 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핼러윈 주말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엔 112 신고 368건이 접수됐다. 같은 해 10월 주말 평균 112 접수 건수는 155건으로, 평소 대비 두배 이상의 112 신고가 핼러윈 주말에 접수된 것이다. 2019년 353건이 접수된 핼러윈 주말 112 신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2020년 172건으로 줄어들었다가 지난해엔 코로나19 이전 수준 이상을 기록했다.
참사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작성된 이 보고서에서 경찰은 “핼러윈 특화 상권이 회복되면서 21년부터 핼러윈 기간에 신고가 2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올해) 시민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예방 활동 및 신속한 현장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요일 112신고 증가” 예측한 용산서
용산서는 이 보고서에서 "지난해 핼러윈 주말 서울 6호선 이태원역 승하차 인원이 일평균 5만 7457명으로 평소(2만 5359명)보다 두배 이상 늘어났다"며 "곳곳에 인파가 운집해 무질서와 사건・사고가 빈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야간 순찰 인력 증원 21명뿐…“소총 들고 탱크 막으라는 것”
특히 교통 관련 경력은 26명에 불과했는데, 이들은 녹사평·이태원·해방촌 로터리에서 무단횡단과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는 일을 맡았다. 기동대 1개 제대(약 20명)가 질서 유지를 위해 이태원로 일대 횡단보도에 나뉘어 배치됐지만 참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참사 당일 오후 6시부터 사고 전까지 용산서 112상황실에서 이태원파출소로 하달된 신고 건수만 79건. “압사당할 것 같다” “사람이 너무 많다”는 내용의 신고가 연달아 들어왔지만, 경찰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임호선 의원은 “경찰과 지자체 등은 사고 기간 치안 수요 폭증을 충분히 예상하였음에도, 충분한 지원 없이 현장 질서 유지 업무를 일선 파출소 직원들에게 떠넘겼다. 소총 들고 탱크를 막아내라는 꼴”이라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진상규명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일 오후 경찰의 부실 대응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서울청과 용산서, 용산구청 등에 대한 압수 수색에 착수했다. 112 신고 부실 대응 의혹이 제기된 이임재 용산서장은 대기 발령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병준·김남영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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