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밀었다" 뜬소문...'이태원 판박이' 日 압사사건 보니

이영희 2022. 11. 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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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한국 이태원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로 2001년 일본에서 발생한 '아카시(明石)불꽃놀이대회 보도교 사고'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람이 한 장소에 몰리면서 일어난 참사인 데다 이후 경찰과 지자체의 사전 대응이 미흡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등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에선 사고의 책임을 지고 시장이 사임했고, 경찰 관계자 등이 형사 처벌을 받았다.

2001년 7월 압사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의 효고현 아카시시 보도교 현장의 모습. TV아사히 방송화면 캡처


아카시 압사 사고는 2001년 7월 21일 오후 8시 30분쯤, 일본 효고(兵庫)현 아카시 시(市) 해안가의 불꽃놀이 행사장과 인근 아사기리(朝霧)역을 잇는 보도교(인도교)에서 일어났다. 당시 길이 100m, 폭 6m의 위와 옆이 막힌 보도교에 6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어린이 9명을 포함해 총 11명이 숨지고 247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여러 명의 청년이 무리하게 밀어 참사가 발생했다", "여러 청년이 보도교 천장에 올라가 소란을 부추겼다"는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이후 조사에서 이 청년들은 사고를 알리고 군중의 유입을 막기 위해 보도교의 플라스틱 벽을 뚫고 지붕에 올라 "119를 불러 달라" 등의 소리를 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직전인 8시 21분부터 8시 40분까지 총 27건의 경찰 신고(110)가 있었고, 경찰 기동대가 현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8시 45분이었다.


폭주족 단속에 집중하느라 안전 관리 소홀


사고 후 조사 과정에 효고현 경찰과 시가 고용한 경비회사의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행사 경비 계획서는 7개월 전 행사 때와 거의 똑같았다. 또 당시 폭주족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던 때라 폭주족 단속에 경비 요원 292명을 배치한 반면, 안전 관리에 배치한 인원은 36명에 불과했다.

결국 오가타 노부히로(岡田進裕) 당시 아카시시 시장은 같은 해 12월 발생한 다른 안전사고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기 중 사임했다.

이 사고로 담당 경찰과 경비회사 담당자 등 12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검찰은 이 중 5명을 기소했다. 이후 재판에서 경찰관 1명과 경비회사 직원 1명은 금고 2년 6개월, 시 공무원 3명은 금고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0년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판결을 확정하면서 "규제를 하지 않으면 사고가 일어날 것을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사고를 미연에 막아야 할 주의 의무가 있었다"면서 "기동대 등에 요청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데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가볍게 믿고 방치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9명의 희생자 유족은 시와 효고현 경찰본부, 경비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승소해 2005년 6월 약 5억6800만엔(약 54억7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경비 업무에 '혼잡경비' 신설


일본은 아카시 참사를 계기로 군중들이 모이는 현장에 대한 경비 체제를 대폭 강화했다. 2005년 경비업법과 국가공안위원회 규칙을 개정해 경비업무검정시험에 '혼잡경비'라는 항목을 신설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경찰들이 확성기 등을 이용해 행인들을 안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고 1년 후인 2002년 효고지방경찰청은 아카시 사고의 경험을 토대로 '혼잡사고 방지 매뉴얼'을 제작해 전국 경찰에 배포했다. 매뉴얼에는 ▶혼잡한 도로는 일방통행을 기본으로 할 것 ▶출구는 입구보다 넓게 설치할 것 ▶인파의 흐름은 되도록 직선으로 유도할 것 등 혼잡 사고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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