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결승전 승자는 신진서, 삼성화재배 첫 우승 두 걸음 남았다

2일 열린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에서 박정환 9단과 대국 중인 신진서 9단. 신진서 9단은 박정환 9단을 물리치며 지난 대회 결승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했다. 사진 한국기원

‘사실상의 결승전’이라 불렸던 삼성화재배 8강전 신진서 9단 대 박정환 9단의 대결에서 신진서 9단이 승리했다. 2일 온라인 대국으로 열린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 첫째 날 경기에서 국내 1위 신진서 9단이 지난 대회 우승자 박정환 9단을 상대로 148수 만에 백 불계승하고 4강에 선착했다.
현재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는 신진서 9단에게 삼성화재배는 아픈 손가락 같은 대회다. 2년 연속 결승전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다르다. 박정환 9단마저 돌려세우면서 삼성화재배 첫 우승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 2년간 결승에서 신진서 9단에게 연거푸 패배를 안겼던 중국의 커제 9단과 박정환 9단 모두 중도 탈락했기 때문이다.

2일 열린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은 한국 선수간의 대결로 진행됐다. 신진서 9단은 박정환 9단을, 김명훈 9단은 김지석 9단을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사진 한국기원

결승전 같은 8강전은 의외로 싱겁게 승부가 났다. 신진서 9단의 전투력을 의식한 박정환 9단이 초반부터 극단적인 실리 작전을 펼쳤고, 신진서 9단은 이에 맞서 좌변에 큰 세력을 쌓았다. 대국 중반 중앙에서 공방전이 벌어졌고, 박정환 9단이 공들여 만든 중앙 흑집이 신진서 9단의 끈질긴 추궁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2시간 제한시간을 다 쓰고 초읽기 5회도 모두 소진한 채 괴로워하던 박정환 9단이 끝내 항복을 선언했을 때, 신진서 9단에겐 아직 12분 14초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이날 승리로 신진서 9단은 박정환 9단과의 상대 전적을 32승 23패로 한 발 더 벌렸다.

올해 삼성화재배 세 번의 대결에서 신진서 9단은 한 번도 우세를 빼앗긴 적이 없다. 중국 6위 미팅위 9단과의 32강전과 중국 3위 판팅위 9단과의 16강전 모두 상대는 힘 한 번 못 쓰고 무력하게 물러났다. 디펜딩 챔피언 박정환 9단과의 8강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진서 9단은 바둑 내용에서도 상대를 압도하며 우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신진서 9단이 올해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하면 역대 최다 상금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10월 현재 신진서 9단의 상금 총액은 10억9356만1319원이다. 삼성화재배 우승 상금 3억원을 획득하면 13억9356만1319원이 돼 이세돌 9단이 2014년 세웠던 종전 최고 상금 14억33만7670원에 1677만6351원 차이로 좁혀진다. 연말까지 예정된 중국 갑조리그에서 신진서 9단이 한 판만 이겨도 약 2000만원을 받게 돼 새 기록을 세울 수 있다. 삼성화재배에 우승하면 신진서 9단은 진정한 당대 일인자로 등극하는 셈이다.

2일 열린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에서 온라인 대국 중인 김명훈 9단. 김명훈 9단은 8강에서 김지석 9단을 물리치면서 생애 최초로 국제 대회 4강에 진출했다. 사진 한국기원

한국 선수끼리 맞붙은 또 다른 4강전에선 김명훈 9단이 김지석 9단을 상대로 160수 만에 백 불계승했다. 김명훈 9단은 이날 승리로 생애 처음 국제 대회 4강에 진출했다. 32강전에서 중국 2위 리쉬안하오 9단을, 16강전에서 대회 2회 우승을 자랑하는 중국 탕웨이싱 9단을 연파한 데 이어 2014년 삼성화재배 우승자 김지석 9단도 물리치면서 김명훈 9단은 올해 삼성화재배에서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삼성화재배 4강의 남은 두 자리는 3일 열리는 최정 9단 대 중국 양딩신 9단, 변상일 9단 대 이형진 6단의 8강전에서 주인이 가려진다.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우승 상금 3억원,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