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2명의 '김용균'을 마주한다 [김용균재단이 바라본 세상]
[김영애]
▲ spc 산재사망사고 추모 지난 10월 21일 평택역에서 spc 파리바게뜨 평택공장 산재사망노동자를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
ⓒ 공공운수노조 |
'김용균, 김용균들.' 단지 책 제목(오월의 봄 출판)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터에서 누군가 산재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소환되는 단어다. 우리는 김용균 노동자를 잃고, 이런 사고의 반복을 막아보자고 노력했다. 김용균 노동자 4주기 기일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김용균(들)은 우리 주변에 있다.
지난 10월 15일 파리바게뜨 SPC 계열사인 SPL에서 빵 반죽을 하던 청년노동자가 돌아가셨다.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에 12시간 맞교대는 아주 오래전 사라졌어야 하는 노동형태지만 대공장에서는 보란 듯이 운영했다. 그리고 노동자를 집어삼켰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김용균 노동자 때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음을, 너무도 판박이 사고였음이 몸서리치게 느껴졌다.
둘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청년노동자였다. 교대노동 중에도 발전정규직 시험을 준비했고, 자기 빵집을 위해 12시간 맞교대로 빵 반죽을 만들었다. 일상이 힘들었지만 미래가 있어, 오늘을 허투루 살지 않았다. 그러나 둘의 꿈이 실현되는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 파리바게뜨 산재사망 사고 후 노동자들의 요구 지난 10월 21일 평택역에서 spc 파리바게뜨 평택공장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제에서 평택공장 노동자들이 요구현수막을 들고 있는 모습 |
ⓒ 공공운수노조 |
두 노동자는 가족에게 아침햇살과 같은 자식이었다. 취업했다고 양복을 입고 애교를 부리는, 엄마에게 늘 다정한 아들이었다. 엄마 생일엔 늘 미역국을 끓이며, 자기를 낳아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믿음직한 딸이었다. 이젠 다시 동영상으로 인사하는 아들은 없다. 미역국을 끓일 딸도 없다.
두 노동자는 모두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어두침침한 발전소, 석탄더미 속에서 컨베이어가 잘 돌아가는지 확인하느라 수없이 고개를 컨베이어에 들이밀어야 했다. 10여 kg의 재료들을 섞어 반죽을 넣어 돌리는 교반기가 앞치마를 계속 빨아 당기는 위험 속에서 더 빨리, 많이 반죽해야 했다. 안전보다 생산이 먼저인 공장안, 컨베이어도 교반기에도 안전장치는 없었다.
두 노동자는 위험한 상황에 비상정지 버튼을 눌러줄 동료 없이 혼자서 일하다 사망했다. 발전소 컨베이어는 수 키로를 한 번에 움직인다. 홀로 그 긴 거리를 점검했다. 2인 1조는 매뉴얼에도 없었다. 그 후로도 회사는 그 작업은 2명이 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야간엔 더 적은 인원이 많은 물량을 쳐내야했다. 피곤하고 힘들어서 사람들이 피하는 작업이었다. 회사가 말하는 2명은, 2인 1조가 아니라 그 업무의 전체인원이었다.
사고 즉시 누군가 풀코드를 당기고, 비상정지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면 여전히 '절대반지(김용균님이 돌아간 후 도착한 택배에 들어있던)'를 끼고 있고, 친구와 '부산여행(사고 당일 친구와 부산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모든 예약을 마쳤다)'을 즐겼을 것이다.
사고가 신고된 후 출동했던 119는 그냥 돌아갔다. 이미 사망한 경우는 119가 아니라 장례식장 차량으로 이송해야 한다. 고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았고, 고인을 옮기라는 지시를 받아야했던 노동자들은 그 다음날 다시 그 기계와 마주하고 일을 해야 했다. 단지 사고가 난 동일한 기계와 공정만 멈추라는 알량한 지침 때문이었다.
▲ spc 파리바게뜨 평택공장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제가 열린 평택역에 설치되었던'추모의 벽'에 남긴 시민의 마음. |
ⓒ 공공운수노조 |
우리는 매일 2명의 김용균을 마주한다. 건설현장에서, 조선소에서, 자동차공장에서, 반도체공장에서, 항만에서... 우리는 매일 6명의 김용균을 마주한다. 과중한 업무로, 장시간 노동으로, 알지 못하는 유기용제로, 직장 괴롭힘으로...
우리는 더 이상 김용균(들)이 되지 않기 위해 안전한 일터와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있는 곳이 더 안전하다는 절대적 명제를 확인하기 위해 더 많은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해 힘쓸 것이다.
이글을 쓰는 현재, 이태원에서 많은 청년들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렸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고, 사고가 발생해도 사상자가 없게 하는 것이고, 그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제거하는 것이다. 그래야 고인과 그 가족, 함께 슬퍼한 국민들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가 긴 시간동안 진상규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세월호의 길을 걷지 않길 바란다. 이번 이태원 참사가 책임자처벌과 개선책 이행이 되지 않은 김용균의 길을 걷지 않길 바란다.
*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들께 따뜻한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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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영애씨는 김용균재단 이사이자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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