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퍼지는 K무기 열풍…美 방산업계 “시장 잃을라”

마리우스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한화디펜스와 천무 계약을 체결했다. EPA연합뉴스

미국 방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한국이 폴란드 등 유럽 국가에 잇따라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한국의 무기수출 계약 규모, 그리고 신속한 납기가 미국 방산업계의 관심을 끌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무기 수출이 폴란드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미 방산업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연내 폴란드에 무기를 인도하기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한국은 약속한 것처럼 무기를 신속하게 인도할 수 있는지 입증한 적이 없다”며 “순전히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폴란드는 지난 7월 한국에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148억달러(약 20조9790억원) 규모의 무기를 발주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으며, 지난달에는 다연장로켓인 천무 288문을 구매하기로 했다. 에스토니아는 이미 한국에 K9 자주포 18문을 주문했고, 노르웨이도 K2 전차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러시아 위협에 맞서 첨단무기를 신속히 확보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나 이제까지 거래해온 미국 방산업계가 주문을 맞출 능력이 안 되자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폴란드는 미국에서 하이마스(HIMARS) 다연장로켓 500문을 도입하려고 했으나 인도까지 몇 년이 걸린다는 답변을 받아 들었기 때문이다.

마리우스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한화디펜스와 천무 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불행히도 제한된 생산능력 때문에 우리가 수용 가능한 기간에 (HIMARS) 장비를 인도받는 게 불가능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검증된 파트너인 한국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화디펜스에서 열린 'K9 자주포 폴란드 수출 출고식'에서 K9 수출 1호기가 출고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주 전 한국은 폴란드로 향하는 첫 K2 전차를 출고하고 출고식을 열었다. 이처럼 한국의 빠른 인도 소식에 일각에서는 한국이 자국군에 대한 무기 공급을 늦추면서 폴란드 수출용 장비 생산을 우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한국이 무기 공급을 약속한 시기에 할 수 있으면 장비 현대화가 시급한 다른 국가들도 미국의 대안으로 한국을 고려할 수 있다고 봤다. 또 한국이 K2 전차 800대를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하는 등 기술 이전에 적극적인 점도 유럽 국가에 매력적인 면으로 다가왔다고 평가했다.

조해나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이 짧은 기간에 K2와 K9 초도 물량을 폴란드에 인도한 것을 미뤄봤을 때 한국이 수요를 맞출 생산능력을 보유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