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태원 '참사' 아닌 '사고' 권고한 이유 황당

이경태 2022. 11. 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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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이태원 압사 참사를 '사고'로 명명한 이유를 이태원 지역의 관광 이미지 훼손 탓으로 설명해 논란이 예상된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이태원 지역과 관련해 '참사'란 용어를 붙이면 해당 지역에서 생계를 유지 중인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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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중대본 브리핑 때 질문 나오자 "외국인 많이 오는 관광지라 이미지 훼손 우려"

[이경태 기자]

 박종현 사회재난대응정책관(중대본 1본부 담당관)이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이태원 압사 참사를 '사고'로 명명한 이유를 이태원 지역의 관광 이미지 훼손 탓으로 설명해 논란이 예상된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이태원 지역과 관련해 '참사'란 용어를 붙이면 해당 지역에서 생계를 유지 중인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박종현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각 시·도 합동분향소 설치 등과 관련, '이태원 사고 사망자'란 용어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 이유를 묻는 질문을 받고 "재난과 관련한 용어는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 굉장히 많은 기관들이 협업을 하기 때문에, 용어를 통일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내놨다.

"(용어를) 무엇으로 통일할까 논의했는데, 이태원이란 지역은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다. 내국인도 많이 가지만 외국인도 많이 찾아오는 관광지다. 그래서 그런 지명(이태원) 뒤에 '참사', '압사'라는 용어를 쓰면 그 지역 이미지에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켜준다. 그러면 그것으로 인한 피해는 거기서 생계를 유지하는 자영업자에게 갈 것이다.

압사·참사 이렇게 하면, '그곳은 굉장히 위험한 곳인가보다' 해서 관광객들이 가길 꺼려하는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태원 사고'로 하자고 합의를 봤다. 아예 지명을 빼자는 의견까지 있었다. '세월호(참사)' 이런 건 지명이 없었지 않았나. 그런데 지명을 빼고 '핼로윈 압사', '핼로윈 사고' 이렇게 하니 너무 안 맞는 것 같아서 '이태원 사고'라고 합의했다."

박 정책관은 '참사가 아닌 사고, 희생자·피해자가 아닌 사망자로 표기하는 이유가 정부의 책임을 경감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감안한 듯, "(사망자란 표현을 쓴다고)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희생자란 용어를 썼다고 해서 (정부가) 책임을 지게 되고, 사망자란 표현을 썼다고 책임을 안 지는 것 아니지 않나"라며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고, 재난 관련해선 용어를 최대한 중립적으로 쓰는 일종의 내규 같은 것이 있다"고 밝혔다.

또 "(사망자가 아닌) '희생자' 같은 표현을 써도 된다. 저희는 그걸(사망자 용어를) 권고한 것이고 (희생자나 피해자란 용어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라며 "일반 국민이나 언론에서는 대부분 '참사·압사', 이런 표현을 쓰고 계신다"라고 덧붙였다.

행안부 상황실, 소방당국 신고 접수 뒤 33분 지나 참사 상황 인지

한편, 행정안전부는 참사 당일 관련 신고를 소방당국으로 접수된 지 33분 후에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행안부가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체계는, 일단 비상상황이 발생해 소방·경찰·산림청 등에 신고가 되면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로 접수가 된다"며 "차관, 장관까지 보고할 사안인지는 상황실장이 판단해서 조치를 취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태원 압사 참사가) 소방(당국)에 최초 신고된 게 밤 10시 15분, (행안부) 상황실에 접수된 게 밤 10시 48분"이라고 덧붙였다.

즉, 참사 발생 4시간 전 '압사' 관련 위험을 거론했던 첫 112 신고 등은 행안부 상황실에 전달되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재난 등이 발생했을 때 의료지원을 위해 사전 또는 사후에 조직된 의료팀인 '재난의료지원팀(DMAT)도 소방 당국 신고 접수 1시간여 뒤인 오후 11시 20분에 참사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박 정책관은 "이 최초 (112) 신고가 행안부 상황실로 바로 접수가 안 된 것 같다"면서 "이후 이태원 사고 상황은 당연히 전달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주 경미한 것(신고)까지 행안부로 전파가 되는지 아니면 어떤 기준이 있는지, 이것은 확인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관련 기사: 사고 4시간 전 112 첫 신고 "'그 골목' 압사당할 것 같아요" http://omn.kr/21frk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다중 밀집 인파사고 안전확보를 위한 범정부 특별팀(TF)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이태원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열었다는 이 회의에는 이상민 장관의 주재로 교육부, 문체부, 경찰청, 소방청 등 관계부처 및 지자체(서울시, 용산구)와 안전관리, 지역축제, 군중관리 분야 등 민간 전문가도 참석한다고 밝혔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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