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석 “지금이 ‘킹키부츠’ 하기 딱 좋은 나이” [쿠키인터뷰]

이은호 2022. 11. 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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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오디션 공고에 3년차 신인 배우의 가슴이 뛰었다.

'하이스쿨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 등에 출연했지만, 아직은 그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때였다.

강홍석은 "롤라는 자신을 핍박하는 사람들마저 자기편으로 돌린다. 잠시나마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인생을 배우면서 롤라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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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홍석.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뮤지컬 ‘킹키부츠’ 오디션 공고에 3년차 신인 배우의 가슴이 뛰었다. ‘하이스쿨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 등에 출연했지만, 아직은 그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때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주인공 역할을 따낼 수 있으리라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그를 휘감았다. 신출내기 배우는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에 몸을 맡겼다. 뮤지컬 팬들에게 ‘홍롤’ ‘교주’로 불리는 배우 강홍석의 롤라는 이렇게 탄생했다.

“‘킹키부츠’를 하지 않으면 땅을 치며 후회할 것 같았어요.” 지난달 26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홍석은 ‘킹키부츠’ 초연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2012년 미국 시카고에서 처음 공연된 이 작품은 이듬해 토니상 6개 부문 상을 휩쓸고 2014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가 들려준 오디션 뒷얘기는 이랬다. “왠지 모르게 제가 롤라를 해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체중을 15㎏ 줄이고 오디션을 봤죠. 그땐 열정과 패기로 덤볐어요. 모든 장면을 부수면서요. 하하하.”

롤라를 연기하는 강홍석. CJ ENM

‘킹키부츠’는 1980년대 영국 노샘프턴 신발 공장에서 벌어진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신발 공장 사장 찰리와 드래그 아티스트 롤라가 힘을 모아 망해가던 공장을 되살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강홍석은 ‘킹키부츠’ 초연 때부터 지난달 23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막을 내린 다섯 번째 시즌까지 총 네 시즌 동안 롤라를 맡았다. 매진 기록을 쓰며 공연을 마쳐서일까. 한껏 들뜬 기분이 마스크를 뚫고 전해졌다. 그는 “흥행 기록보다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공연을 보던 관객들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롤라는 한마디로 별종이다. 복싱 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링 위에 올랐지만, 사실 늘 구두를 동경했다. 청년이 된 후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 런던으로 도망쳐 클럽 무대 위에 오른다. 그토록 좋아하던 구두를 신고 화려한 드레스로 치장한 채 춤추고 노래한다. 자신을 구경하는 이들에게 그는 외친다. “너 자신이 돼! 타인은 이미 차고 넘쳐.” 사회가 정한 규율과 속도에 질식하던 관객들은 ‘마음을 바꾸면 세상도 바뀐다’는 롤라의 응원에 용기와 위로를 얻는다.

강홍석은 롤라를 표현하기 위해 카페에서 여성들을 관찰하며 손동작 등을 익혔다.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 속에서 롤라가 느꼈을 감정을 이해하려고 여장을 한 채 대학로를 거닐기도 했다. 실제 드래그 아티스트들이 해준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 분들이 제게 그러셨어요. 롤라를 통해 사람들을 즐겁게 해달라고. 그 말을 듣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는 공연 내내 익살스러운 연기, 흥겨운 노래와 춤으로 객석을 들썩이게 했다. 롤라가 아버지와 화해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뭉클한 감동도 안겼다. 강홍석은 “롤라는 자신을 핍박하는 사람들마저 자기편으로 돌린다. 잠시나마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했다.

강홍석 ‘킹키부츠’ 공연 장면. CJ ENM

‘킹키부츠’가 한국에 상륙한 지 벌써 8년. 초연 당시만 해도 한국 관객에게 드래그 퀸은 낯선 존재였다. 롤라가 절연한 아버지 앞에서 드레스 차림으로 노래하는 장면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이 있을 정도였다. 지금은 다르다. “제2의 ‘맘마미아’가 될 것 같다”고 예상할 만큼 관객 연령층이 넓어졌다. 강홍석도 변했다. 29세 청년에서 한 아이의 아빠로 성장했다. 그는 “인생을 배우면서 롤라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욕심은 거두고 깊이를 채웠다는 설명이다. 30대 중반을 보내는 그는 “지금이 롤라를 연기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믿는다.

“롤라가 말하잖아요. 너 자신이 되라고. 20대 땐 그 말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으로 느끼지는 못했거든요. 이젠 그 뜻을 알겠어요. 진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도요. 결국 배려 아닐까요.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 손깍지를 끼며 함께 할 수 있는 배려. 지금이 롤라를 연기하기 제일 좋은 나이 같아요. 이 모든 걸 이해하면서 음을 3옥타브 샵까지 올릴 에너지도 갖고 있으니까요.(웃음)”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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