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용지 반쪽당 1명"…매일 이런 위험 반복되는 또다른 '지옥'
300여명의 사상자가 나온 이태원 참사 이후 ‘단(短)시간 고(高) 밀집’ 공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잇다. ‘지옥철’이란 오명이 붙은 김포도시철도는 매일 유사한 위험이 반복되는 공간이다.
경기도 김포시 풍무역에서 오전 7시쯤 이 열차를 타고 용산의 회사로 출근하는 안모(38·여)씨는 “승강장 진입 전부터 만원인 경전철을 3~4번 보낸 뒤 심호흡을 하고 열차에 오르지만 타고 나면 곧 숨이 가빠진다”며 “이리저리 밀리다 보면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풍무역에선 정차할 때마다 탑승 자제를 요청하는 철도 관계자들의 외침과 어떻게든 탑승하려는 시민들의 아우성이 뒤엉킨 아비규환이 매일 펼쳐진다. 안씨는 “환승역인 김포공항역에 이르면 옷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라며 “코로나19로 시작된 재택근무가 서서히 없어지면서 최근 탑승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2019년 9월 개통한 김포도시철도는 서울도시철도 9호선 김포공항역(5호선, 공항철도 환승)과 김포한강신도시를 연결하는 경전철이다. 일평균 7만7000명이 이용하는데 그중 3분의 1이 출퇴근 시간대에 집중된다. 2량(56석)으로 운행되다 보니 출퇴근 시간대 열차 내 혼잡도는 최대 285%에 달한다. 열차 정원(172명)에서 좌석 수(56)를 뺀 기립 탑승자 정원(116명)의 2.85배에 해당하는 인원(약 330명)이 열차에 탄다는 의미다. 이는 A4용지 반쪽 가량의 공간에 사람이 서 있는 정도라고 한다. 김포 운양역에서 서울 삼성역으로 출퇴근하는 박모(38·여)씨는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인파가 몰리는데 여기서 한번 밀리기라도 하면 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포도시철도는 이미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2019년 4~5월 시범 운행 당시 직선 주행로 고속구간 여러 곳에서 차량 떨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개통이 연기됐다. 개통 후 2020년 5월엔 닷새간 전동차가 2차례 고장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해 12월엔 전동차가 비상제동 후 멈춰섰다. 뒤따르던 다른 전동차를 구원 연결하려 했지만 실패하면서 승객 200여명이 비상 대피로를 거쳐 고촌역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운영사인 ‘김포 골드라인’은 열차 추가 확보를 전제로 한 운행 횟수를 확대를 요청한 데에 이어 출퇴근길 관리인력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예산문제로 김포도시철도 승강장이 2량에 맞춰 만들어졌기 때문에 객차를 증량하는 데 어려움 있기 때문이다. 김포골드라인 관계자는 “전동차 5대를 추가 제작해 배차 간격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출퇴근 시간대 공공근로 직원을 추가 투입해 혼잡 방지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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