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유목민에게 늑대는 어떤 존재일까?
[오문수 기자]
▲ 늑대를 쫓아가다가 몽골인들도 보기 힘들다는 야생마를 만났다. 지그재그로 도망가는 말이 일행의 차에 근접해왔을 때 200mm 망원렌즈로 멋진 장면을 촬영했다. |
ⓒ 안동립 |
오아시스 마을 웅곰솜을 떠난 일행이 향한 곳은 동몽골 국경도시 자밍우드 인근 '모기'씨의 고향집이다. 모기씨는 가이드인 저리거씨의 부인으로 고조선유적답사단이 몽골을 방문할 때마다 방문단의 살림을 도맡아 한 사람이다.
웅곰솜에서 몽골과 중국과의 국경도시 자밍우드까지의 거리는 약 300㎞. 산도 강도 마을도 안 보이는 대평원이다. 산이 없으니 물도 없고 유목민이 없으니 가축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보이는 것이라고는 대초원에서 살아가는 토끼와 몽골가젤 뿐. 아참! 한 가지 잊은 게 있다. 이들 초식동물을 먹이로 삼아 살아가는 여우와 늑대다.
여우는 조그만해 들쥐나 마못, 토끼를 잡아먹고 산다. 하지만 문제는 몽골초원의 최강자 늑대다. 유목민들에게 애증의 대상인 늑대는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철이 되면 유목민이 기르는 농장에 접근해 양이나 염소를 잡아먹는다.
▲ '모기'씨 막내 동생이 몇년전에 잡았다는 늑대 모습 |
ⓒ '모기'씨 동생제공 |
▲ '모기'씨 막내동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등에 총을 멘채 늑대를 찾고 있다 |
ⓒ 오문수 |
▲ 옆에서 망원경으로 초원을 살피던 저리거씨 처남이 "늑대가 나타났다"는 말에 가이드 저리거씨가 총을 들어보이고 있다. 늑대는 동이틀 무렵에 사냥을 나선다고 한다 |
ⓒ 오문수 |
개과에 속한 포유동물인 늑대는 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 건장하고 귀가 서 있으며 꼬리는 내려뜨리고 있다. 꼬리를 뺀 몸길이는 105~125㎝이고, 꼬리 길이는 33~43㎝, 몸무게는 14~37㎏이다. 가족생활을 하며 집단적으로 사냥한다.
유목민들이 기르는 커다란 개와 천적 관계인 늑대지만 싸움에 관한한 유목민 개들보다 한 수 위인가보다. 2년 전 차탕족 마을을 방문했을 때 차탕족 촌장이 전하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늑대와 개가 1:1로 싸우면 늑대가 이기고 1:5로 싸우면 개가 이겨요"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웅곰솜을 떠나 초원길을 달리던 일행은 해질무렵이 되어서야 중국국경까지 연결되는 기찻길을 만났다. 다행히 이곳부터는 포장도로다. 초원길이 아닌 포장도로인데도 운전사 저리거씨가 속도를 내지 않는다. 깜깜한 밤에 말이 갑자기 도로로 뛰어나와 운전자가 말을 피하다 사망사고가 났었다고 설명해줬다. 과연 조금 더 가니 말 여러 마리가 도로변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반대편쪽으로 달려가 깜짝 놀랐다.
한참을 달리던 차가 드디어 깜깜한 밤에 모기씨 고향집에 도착했다. 별만 빛나는 초원에 오직 모기씨 막내 동생이 사는 게르가 딱 한 채다. 모기씨 막내 동생집 게르에 들어서니 열렬한 환영과 더불어 양고기를 맛있게 조리해 내놓는다.
▲ 가이드 저리거씨 부인 '모기'씨의 고향집 모습. 주변 50여킬로미터 이내에 유목민 집이 하나도 없는 외딴집이다. 모기씨의 막내 동생가족과 오빠가 1000여마리의 가축을 기르고 있다. |
ⓒ 오문수 |
▲ '모기'씨 고향집에서 잠자고 일어나니 막내동생 부인이 맛있는 양고기 요리를 내왔다. 일행은 게르 옆에 현대식으로 지어진 집에서 잤다 |
ⓒ 오문수 |
"가축은 몇 마리나 키워요? 그리고 여기도 늑대가 나타나 양을 잡아먹어요?"
"소, 말, 낙타, 양, 염소 포함해 1000마리쯤 키워요. 겨울이 되어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늑대가 나타나 양이나 염소를 잡아먹기 때문에 늑대사냥을 합니다. 지금까지 8마리의 늑대를 잡았습니다."
몽골 동서남북 전역을 돌아보고 3만여 ㎞를 돌아보면서 궁금한 것은 거의 다 보았지만 한 가지 못본 게 있었다. 바로 늑대다. 몽골에서 본 것은 오직 박제한 늑대뿐이라 궁금했다. "그러면 살아있는 늑대를 보여줄 수 있어요?" 라고 묻자 내일 새벽에 늑대를 보러가자고 했다.
다음날 새벽 4시 50분, 일행은 겨울 잠바를 차려입고 늑대가 출몰한다는 중국 국경지대를 향해 출발했다. 몽골 전통복장인 델을 입고 등에 총을 가로로 짊어진 모기씨 막내 동생이 오토바이를 탄 채 앞장서고 일행은 저리거씨 4륜구동 차량을 타고 뒤따라갔다.
▲ '모기'씨 막내동생이 키우는 낙타들이 계곡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 오문수 |
멀리서 동이 터오고 사방이 약간씩 밝아질 무렵 한참 동안 망원경을 응시하던 그가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라며 망원경을 내손에 쥐어줬다. 그가 가리키는 초원을 바라봤지만 늑대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가 오토바이를 타고 초원을 달리고 안동립씨와 나는 저리거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뒤따랐다.
▲ '모기'씨 막내동생이 오래전에 잡았다는 야생마 발굽(왼쪽)과 집에서 기르는 말발굽(오른쪽)을 비교하며 설명해줬다. 야생마 발굽은 가운데가 약간 움푹패여 있었고 갈라진 틈이 집에서 기르는 말보다 훨씬 커 잘달릴 수 있다고 한다 |
ⓒ 오문수 |
오토바이를 타고 늑대를 쫓아가던 모기씨 동생이 다가와 늑대가 중국국경선에 쳐놓은 철조망 사이로 도망가버렸단다. 국경선에서 총소리가 나면 큰일이니 총을 쏘지 못했단다. 그 사이 국경선 근방에서 풀뜯던 몽골가젤 수백마리가 먼지를 날리며 도망간다.
▲ 초원에 승용차가 나타나자 놀라서 달리는 유목민 말들 |
ⓒ 오문수 |
▲ 가축들에게 물을 먹이는 '모기'씨 막내동생 |
ⓒ 오문수 |
울란바타르 북쪽에는 호스타이 국립공원이 있다. 이곳에는 거의 전멸될 뻔했던 야생마 '타키'종을 복원해 몽골정부에서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사는 야생마는 타키와 다른 종이다. 일행은 몇 마리 남지 않은 야생마가 잘 살기를 바라며 게르로 돌아왔다.
모기씨 동생이 오래전에 잡았던 야생마 발굽을 보여주며 야생마가 유목민들이 키우는 말보다 빨리 달리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그가 보여준 야생마 발굽은 안쪽이 약간 둥그렇게 홈이 패어있어 달릴 때 땅을 박차고 달리는 데 훨씬 유리하게 생겼다. 함께 사는 모기씨 오빠의 협조를 받아 집에서 키우는 말발굽을 대조해보니 금방 이해가 됐다.
▲ 저리거씨 부인 '모기'씨의 막내 동생이 어릴적 나담축제에 참가해 승마경기에서 1등한 사진. 경기감독관이 결승선에 먼저 들어온 기수부터 순서대로 세웠다고 한다. 경기감독관 옆 말위에 앉아있는 어린이가 '모기'씨 막내동생이다. |
ⓒ '모기'씨 동생제공 |
"어릴적에 몽골인들의 최대 축제인 나담축제에 참가해 승마분야에서 1등했어요. 초원에서 말달리면서 터득한 방법을 응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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