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인권위 국정감사서 탈북어민 강제북송·이태원참사 공방

한지혜, 심석용 2022. 11. 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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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2일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문재인 정부 당시 발생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의 인권 유린과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공방을 펼쳤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인권위 국정감사에서 송 위원장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인연을 언급하며 2019년 발생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서 ‘인권위가 문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김정은의 비위를 건들지 않으려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추궁했다.

서 의원은 “헌법재판관 하다가 정부 장관급 이상 직위로 나온 역사가 있나. 헌법재판소 33년 역사 중 이시윤 전 감사원장 외에 처음”이라며 “(송 위원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지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다. 세간에서는 아마 이런 점이 위원장이 되시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라고 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9년 11월 7일 ‘탈북어민 북송’에 대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의 진정에서 인권위가 각하 처분했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한 점을 들며 “인권위원 11명 중 특정 성향 위원이 9명이나 되니 대통령 눈치나 보고 북한 김정은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송 위원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인권위는 특정 정파와 관계없이 일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도 인권위가 한변의 탈북어민 강제북송 관련 진정 기각을 언급하면서 “우리 탈북어민들은 국민 아니냐”고 비판하자 송 위원장은 “규범적으로 국민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인권위 국정감사에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의 명칭을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로 변경을 권고할 것을 촉구하는 등 인권위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합동분향소인지도 명기가 없고 ‘사고 사망자’로 돼있다.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국가인권위가 정부에 조치를 내리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분향소 명칭이 참사에 대한 정의와 희생자 인권과 관계가 된다”며 “분향소 명칭 혹은 이태원 참사 정의를 이태원 사고로 보고 있다. 사고가 아니라 참사가 맞지 않냐”고 질의했다.

송 위원장은 “비참한 사고를 줄여서 얘기하면 참사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사고 또는 사망자는 최대한 무색 투명한 용어를 쓰고 싶다는 의사가 반영된 용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는 중립적 용어를 쓰기 위해 그렇다는데 변명과 핑계에 불과하다”며 “이미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공권력의 실책이 드러나고 있으니 명백한 참사”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국민이 오해하지 않도록 몇 가지 짚고 넘어가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이미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과 참사’라고 발언해 이미 참사라는 용어를 썼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다만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의하면 사회재난은 사고라는 용어를 법률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피해자를 사망자, 실종자, 부상자 등으로 표현한다"며 "행정부에서 용어를 사용한 걸 갖고 마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거나 진실을 덮을 것처럼 발언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언론 보도에 의하면 가치중립적 법률 용어를 썼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라며 "언론이나 국민은 자기감정에 따른 용어를 선택할 수 있겠지만 정부가 쓰는 용어는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송 위원장은 분향소 명칭 변경을 건의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내부 논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다만 “참사냐 사고냐, 희생자냐 사망자냐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저희가 더 논의해봐야겠지만 이 부분은 현재 단계에선 용어 선택의 문제라 생각한다”며 “어느 용어를 금지하는 건 불가능하니 아마도 자연스럽게 용어는 한쪽으로 통일돼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참사를 인재라고 볼 수 있느냐’는 박영순 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천재지변이냐’는 질의에는 “천재지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다 했다고 보느냐’는 질의엔 “이제 사실관계를 밝히기 시작한 것”이라며 “인권위의 의견 개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그때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인권위 차원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그 부분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겠다”고 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인권위 차원에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선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권고 또는 의견 표명 등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한지혜·심석용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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