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울린 '다롄(大連) 공포'
무섭다. '다롄(大連)의 공포'가 엄습한다. SK하이닉스의 다롄 반도체 공장 얘기다.
이 회사가 인텔의 다롄 반도체 공장을 인수한 건 2020년 10월이었다. 9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었다. SK의 M&A 본능이 살아났다고 환호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70억 달러는 이미 투입했고, 나머지 20억 달러는 2025년에 더 넣어야 한다. 계약 당시(2020) 환율로는 약 10조원, 지금 환율로 치면 12조원을 넘는 규모다.
미국은 반도체 기술의 중국 이전을 차단하겠다고 벼른다. 1년 유예받았다고는 하지만, 언제까지 이쁘게 봐 줄지…. 글쎄다. 반도체 공장에서 기술 업그레이드는 생명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질 수 있다. 시장 상황도 안 좋다. 먹구름은 짙고 넓게 밀려온다.
STX조선해양, 혹시 기억하시는가.
이 회사가 다롄에 조선소를 지은 건 2008년이었다. 해양플랜트까지 건조할 수 있는 최고급 설비로 채웠다. 100% 단독법인. 3조원을 투입했다.
2008년은 조선업계 호황의 끝물이었다. 가동과 함께 수주난이 시작됐다. 결국 5년을 버티지 못했다. 2013년 3월 문을 닫아야 했다. 3차례 걸쳐 매각을 시도했다. 그때마다 중국인들에게 당했다. 그들은 들개처럼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결국 야드에 있던 설비를 하나하나 헐값에 넘겨야 했다. '그냥 던지고 나왔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게 'M&A의 귀재' 강덕수 전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STX는 이듬해 해체된다.
강덕수 전 회장은 훗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 (STX 경영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조선 경기의 하강을 예측하지 못하고 다롄조선소를 지은 것은 경영자로서 최대 잘못이었다. 여기에 투자금 3조 원가량이 묶이고 계속 자금을 회수당했으니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
무리한 중국 투자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다.
한우덕 차이나랩 기자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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