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전 같았던 1차전, 키움-SSG의 명승부

김승훈 2022. 11. 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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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국 시리즈] 연장 10회 승부 끝 키움 먼저 1승, 안우진은 손가락 부상

[김승훈 기자]

7전 4선승제 경기 중 첫 경기였다. 그러나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만난 2022 KBO리그 한국 시리즈 1차전은 마치 7차전의 분위기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승부였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승리 팀인 키움이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11월 1일 인천 미추홀구 SSG 랜더스 필드에서 시작된 한국 시리즈는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한 묵념과 함께 차분하게 시작됐다.

팽팽할 것 같았던 경기의 발화점, 안우진의 손가락 부상

기선을 제압해야 하는 만큼 한국 시리즈 1차전에서 두 팀은 각자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투수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정규 시즌 우승 팀 SSG는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이, 키움은 포스트 시즌에서 3경기를 책임졌던 안우진이 마운드에 올랐다.

두 선수 모두 올해 정규 시즌에 뛰어난 활약을 펼쳤기에 최동원 상 후보에 오를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두 선수는 1회 첫 수비를 깔끔하게 실점 없이 막아 내면서 올해 자신들이 최고의 투수였던 이유를 증명했다. 

첫 득점은 홈 팀인 SSG가 가져갔다. 선두 타자 한유섬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박성한의 진루타 때 득점권까지 진루했다. 최주환의 볼넷으로 2사 1,2루가 된 상황에서 김성현의 소중한 적시타로 한유섬이 첫 득점을 기록했다(0-1).

3회말에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SSG의 간판 타자 최정이 안우진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기록했다. 풀 카운트 승부 끝에 최정이 바깥쪽 낮게 들어온 시속 153km 짜리 빠른 공을 밀어 쳐서 담장을 넘긴 것이다(0-2).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올해 키움의 선발진을 이끌던 안우진의 손가락에 이상이 생겼던 것이다. 안우진의 손가락에서 물집이 터졌고, 이로 인해 출혈이 생기면서 키움은 급하게 투수를 양현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2.2이닝 2피안타 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2실점 58구).

선발투수들까지 당겨 쓴 불펜 대결

4회까지 볼넷 2개 이외에는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던 김광현도 5회에 흔들렸다. 1사 상황에서 키움의 포수 이지영이 첫 안타로 김광현의 노 히터 행진을 깨뜨렸고, 김휘집 타석에서 야수 선택으로 키움의 득점 기회는 이어졌다.

이어진 송성문 타석에서 SSG의 수비수들이 갑자기 흔들렸다. 우익수가 포구 과정에서 실책을 범했고, 홈으로 송구를 시도했지만 김휘집의 득점을 막지 못했다(1-2). 2사 1,3루 이용규 타석에서는 포일까지 발생하며 적시타를 기록했던 송성문까지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었다(2-2).

키움은 3회말 부상으로 조기 강판된 안우진을 대신하여 양현에 이어 외국인 선발투수 에릭 요키시까지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요키시는 플레이오프 2차전 등판 이후 6일을 쉰 상태였는데, 안우진이 부상으로 일찍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등판한 것이다.

5회말 SSG가 요키시를 상대로 최정의 적시타로 한 점을 추가했지만(2-3), SSG의 수비가 흔들린 빈 틈을 키움의 타자들이 놓치지 않았다. 6회초 공격에서 선두 타자 이정후가 출루하고, 2사 1루 상황에서 김태진의 적시타 때 1루에 있던 이정후가 홈까지 내달리며 다시 동점이 됐다(3-3).

김광현의 노 히터 행진을 깨뜨렸던 이지영이 다시 타석에 나섰다. 이지영은 적시타를 추가하며 역전에 성공했고(4-3), 김광현을 마운드에서 끌어 내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김광현은 5.2이닝 5피안타 3볼넷 6탈삼진 4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수비 실책으로 인하여 자책점은 2점에 불과했다(99구).

6회말 SSG는 유격수 실책으로 후안 라가레스가 출루했고, 박성한의 희생 번트로 라가레스를 득점권까지 보냈다. 여기서 키움은 요키시를 내리고 최원태를 투입했다. 그러나 SSG는 대타 오태곤의 진루타로 라가레스를 3루까지 보냈고, 김성현의 적시타로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4-4).

8회와 9회에 요동친 경기, 정규 이닝에 끝내지 못한 승부

이후 7회에는 두 팀 모두 점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8회초 키움의 왼손 타자인 이정후와 김혜성을 상대하기 위해 SSG는 김택형을 마운드에 올렸고, 김택형은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다.

8회초 2사에서 오른손 타자 야시엘 푸이그가 타석에 들어섰는데, 여기서 SSG는 베테랑 투수 노경은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리고 노경은은 푸이그를 상대로 초구에 투수 앞 땅볼을 유도하며 키움의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8회말 SSG는 키움의 김동혁을 상대로 라가레스가 출루하고 박성한의 추가 안타와 오태곤의 희생 플라이로 기어이 한 점을 더 만들어 냈다(4-5). 그러나 교체된 투수 김태훈을 상대로 김성현과 김민식이 추가로 점수를 내지 못하면서 불안한 리드를 이어갔다.

9회초 키움은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 타자 김태진의 볼넷과 이지영의 희생 번트로 다시 동점 주자를 득점권으로 보냈다. 여기서 김휘집 타석에 대타로 들어선 전병우는 노경은을 상대로 포스트 시즌 통산 첫 홈런을 날리며 경기 분위기를 뒤집었다(6-5).

여기서 SSG도 승부수를 던졌다. 노경은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외국인 투수 숀 모리만도를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모리만도는 김준완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임지열 타석에서 유격수 포구 실책까지 겹치며 위기를 맞았으나 아슬아슬하게 추가 실점 없이 9회초 수비를 마무리했다.

SSG도 9회말 다시 반격에 나섰다. 최지훈 타석에 베테랑 김강민이 대타로 들어섰고, 키움의 마무리투수 김재웅을 상대로 포스트 시즌 최고령 홈런(만 40세 1개월 19일, 종전 기록 최동수와 2일 차)을 기록하며 다시 동점을 만든 것이다(6-6). 이 홈런으로 김재웅은 포스트 시즌 신기록인 5경기 연속 세이브 도전에 실패했다.

7차전 같았던 1차전, 연장 승부 끝에 마무리

이번 한국 시리즈 1차전은 서로 뒤집고 뒤집히는 명승부를 연출하며 마치 한국 시리즈 7차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결국 1차전부터 정규 이닝에서 승부를 보지 못하고 연장 승부에 돌입하게 됐다.

연장 12회까지 진행되는 정규 시즌과 달리 포스트 시즌에서는 연장 15회까지 경기를 진행한 뒤,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무승부 처리하는 규정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 경기의 승부는 연장 10회에 바로 결정됐다.

10회초 1사 상황에서 푸이그의 안타로 포문을 연 키움은 이지영의 볼넷으로 2사 1,2루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앞서 노경은을 무너뜨렸던 전병우가 모리만도까지 공략하는 데 성공하며 결승타를 기록했다(7-6).

9회말에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던 김재웅은 10회말 경기를 끝내기 위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오태곤을 삼진으로 잡고 김성현에게 안타를 허용한 김재웅은 대타 하재훈까지 삼진으로 잡으면서 2사 1루 상황에서 추신수를 만났다.

여기서 왼손 타자 추신수는 왼손 투수인 김재웅과의 7구 승부 끝에 집념의 안타를 기록하며 재역전의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다음 타자인 김강민과의 승부에 앞서 포수 이지영이 마운드를 방문하여 김재웅을 격려했고, 김재웅은 김강민을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하며 더 이상의 위기 없이 경기를 끝냈다.

1차전 승리는 했는데... 안우진의 부상으로 위기에 빠진 키움

이렇게 박진감 넘쳤던 한국 시리즈 1차전의 승리는 키움이 먼저 가져가게 됐다. 그러나 먼저 1승을 거둔 키움의 상황이 좋지 않다. 포스트 시즌 10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이 지쳐가고 있는 가운데, 혹시나 했던 악재가 터진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안우진은 공을 던지다가 공에 회전을 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검지와 중지에 손가락 물집이 터지고 말았다. 출혈까지 보이면서 더 이상의 투구가 불가능했던 안우진은 마운드를 내려간 뒤 일단 응급 처치를 받았다.

사실 안우진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할 때부터 손가락에 물집이 생긴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키움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5차전 그리고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안우진의 투구수를 각각 88구, 95구, 93구까지만 던지게 하고 100구를 넘기지 않았다.

그런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안우진은 평소보다 변화구를 많이 던졌다. 시속 150km 후반 대에 이르는 빠른 공은 안우진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무기였지만, 그 만큼 공에 많은 회전을 걸어야 하는 만큼 손가락의 부담이 컸다. 손가락 물집의 영향으로 빠른 공보다 변화구를 많이 던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안우진은 한국 시리즈에서도 최고 시속 157km까지 던지면서 SSG의 타자들을 힘으로 찍어 누르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손가락의 영향으로 제구가 흔들리면서 2회에 한유섬과 최주환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었고 첫 실점의 빌미가 됐다.

3회말 최정에게 홈런을 맞았을 때 안우진의 손가락에서는 물집이 터져 출혈이 중계 화면에 잡혔을 정도였다. 1차전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전병우의 활약으로 1차전을 겨우 이기긴 했지만, 이 날 키움은 어쩌면 1경기의 승리보다 더 큰 것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1차전부터 총력전 펼친 두 팀, 앞으로의 투수 운영은?

안우진의 손가락 물집 때문에 키움은 1차전에서 요키시를 당겨 썼다. 2차전에 외국인 투수 타일러 애플러가 등판한 다음 1차전에서 26구만 던진 요키시가 2일을 쉬고 3차전에 등판할 수는 있다.

문제는 한국 시리즈가 장기전으로 갈 경우의 로테이션이다. 안우진의 손가락 물집이 터진 이상 휴식으로 상처가 충분히 회복된다는 보장이 없다. 한국 시리즈 도중 부상 선수가 발생했다고 해서 엔트리를 중간에 바꿀 수도 없는데 정찬헌이나 한현희 등의 선발 자원들은 엔트리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2차전에 등판할 애플러가 4일만 쉬고 5차전을 나설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이외의 마땅한 선발투수 자원이 없어 키움은 최악의 경우 불펜 데이까지 각오해야 한다. 게다가 1차전부터 2이닝을 던진 김재웅은 이 날 경기에서 47구나 던져 2차전에 등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SSG는 39구를 던진 모리만도가 로테이션 순서를 바꿀 수 있다고 쳐도 다른 측면에서 고민이 있다. 1차전에서 노경은에게 9회 마무리 역할을 맡겼으나 세이브는 커녕 역전까지 허용했다. 앞으로의 시리즈에서 불펜의 뒷문을 누구에게 맡길지가 고민인 것이다.

두 팀 모두 전력을 쏟아 부으며 1차전 기선 제압에 나섰던 만큼 여파도 크다. 2차전 이후의 한국 시리즈 흐름은 투수들의 피로도 관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는 팀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에서는 안우진이 부상으로 이탈한 키움이 1승을 먼저 거두고도 다소 불리한 이유다. 2차전 이후 김원형 감독과 홍원기 감독이 어떤 용병술로 시리즈를 운영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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