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장르로 인정 vs 다른 수상 방해 의도 … AMA ‘K팝 부문’ 신설 놓고 갑론을박

문화영 2022. 11. 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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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 “페이버릿 K팝 아티스트 별도 마련”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처럼 견제하려는 목적 아니냐 의혹
과거 ‘라틴 아티스트’도 논란 … K팝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부터
20일 열리는 아메리칸뮤직어워즈에서 K팝 부문상 '페이버릿 K팝 아티스트' 후보에 오른 걸그룹 블랙핑크.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화영 인턴기자]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AMA)가 올해 처음 K팝 부문상을 신설한다. 그래미(Grammy)·빌보드뮤직어워드(BBMA) 등 미국 3대 음악상 가운데에선 첫 시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이를 두고 K팝이 미국에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았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K팝을 하나의 울타리로 가두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오는 20일(현지시간) 밤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릴 미국 음악 시상식 '2022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는 최근 K팝 부문상 '페이버릿 K팝 아티스트'를 별도로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후보로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트와이스가 올랐다.

AMA K팝상 신설에 대해 다양한 입장이 나왔다. 현재 AMA는 철저히 대중 투표로 상을 주는 시상 방식을 가지고 있다. 즉, 팬덤 투표 결집력이 강한 K팝 특성상 수상자를 예측할 수 있다. 그래미는 음악 관계자 아카데미 회원투표, BBMA는 빌보드 차트 성적과 일부 대중 투표로 시상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AMA는 그동안 일반 팝, 컨트리, 힙합, R&B, 라틴, 록, 가스펠, 댄스·일렉트로닉 등 미국 내 인기 높은 장르별로 시상을 해왔으며 아프로비츠(서아프리칸 리듬 기반 장르) 등 새로운 장르를 추가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AMA 결정은 '미국에서 K팝이 주류 장르로 인정받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이 상의 신설 덕분에 블랙핑크, 트와이스,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올해 AMA 처음 후보로 지명된 K팝 그룹 숫자도 대거 늘었다. 미국 음악 전문지 빌보드는 "K팝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라 평가했다.

AMA의 부문 신설은 처음이 아니다. 1998년 라틴팝 장르상 '페이버릿 라틴 아티스트'는 당시 미국에서 라틴팝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만들어졌다. 이후 최근까지 그 인기가 높아지자 AMA는 지난해까지 라틴팝 관련 부문상을 5개까지 늘렸다. 이에 K팝도 수상 영역을 계속 넓힐 수 있을 거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K팝 인기를 견제하기 위해 일부러 만든 특별대우"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대중 투표에 강한 K팝 그룹만 다른 부문으로 묶어 경쟁시키고, 주요 부문 시상에서 배제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실제로 신설된 K팝상 후보 중 다른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린 건 BTS뿐이다.

블랙핑크는 지난달 낸 신곡들로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1위,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글로벌 주간 차트 1위에도 올랐지만, AMA는 오로지 신설된 K팝 부문 후보로만 등록됐다.

20일 열리는 아메리칸뮤직어워즈에서 K팝 부문상 '페이버릿 K팝 아티스트' 후보에 오른 방탄소년단. 사진=연합뉴스

일부는 아카데미상과 비교하기도 했다. 1929년 시작된 미국 최대 영화상 아카데미상은 1947년 영어 외 언어로 진행되는 외국어영화들에게도 비영어권 영화에 대한 배려라는 명목으로 상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1956년부턴 다른 부문상처럼 제대로 5편 후보를 뽑아 경쟁시키는 '외국어영화상'으로 바꿨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오히려 본상으로 향하는 경쟁을 사전 차단하는 '유리천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예술적 성과를 인정해 이미 부문상을 준 외국어영화들에 왜 본상까지 더 줘야 하느냐는 인식이 아카데미상 투표권자들은 물론 대중에게까지 퍼졌기 때문이다.

'K팝 장르'의 모호함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앞서 '라틴 아티스트'도 애매한 범주로 논란이 됐다. 대부분 샤키라나 배드 버니 등 라틴 아메리카 출신 아티스트들이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푸에르토리코 출신 부모를 둔 미국 시민 제니퍼 로페즈가 두 번이나 상을 타기도 했다. 이처럼 K팝 역시 국적, 스타일 등을 어떻게 볼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해당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외 시상식에서도 'K팝 부문상'이 신설되고 있다. 지난 2월 개최된 '2022한국대중음악상'은 올해 처음 K팝 부문상을 신설했으며 3대 음악상과 함께 미국 주요 음악상으로 불리는 MTV VMA(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는 2019년 '베스트 K팝' 부문을 신설해 BTS의 이름을 올렸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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