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잇수다]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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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국립극장은 직접 제작한 첫 배리어 프리(무장애) 공연 '합★체' 무대에 앞서 장애인 관객 10여명을 초대해 공연 세트, 소품, 악기, 의상 등을 직접 만져보는 터치투어를 진행했다.
이는 2014년 핀란드국립발레단이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 전 장애인 관객을 초대해 주인공의 소품들을 통해 공연을 느껴볼 수 있는 '촉각투어'를 진행한 것과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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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지난 9월 국립극장은 직접 제작한 첫 배리어 프리(무장애) 공연 ‘합★체’ 무대에 앞서 장애인 관객 10여명을 초대해 공연 세트, 소품, 악기, 의상 등을 직접 만져보는 터치투어를 진행했다. 이는 2014년 핀란드국립발레단이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 전 장애인 관객을 초대해 주인공의 소품들을 통해 공연을 느껴볼 수 있는 ‘촉각투어’를 진행한 것과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합★체’는 저신장 장애를 가진 아버지를 둔 쌍둥이 형제 성장기를 다룬 음악극이었다. 국립극장은 상연 전 극장에 장애인 관람객의 편안한 관람을 돕는 접근성 매니저를 상주시켰다. 무대 양쪽 화면에는 대사와 가사가 송출됐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DJ역의 배우가 등장해 무대 구성을 대사로 풀어 설명했다. 주인공인 ‘합’과 ‘체’가 등장하자 그 옆엔 수어 통역 배우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수화로 대사를 전달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흡사 일본 가부키에 등장하는 쿠로고를 연상시켰지만, 수어와 더불어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이며 주인공의 심리를 시시각각 관객에게 전달해냈다. 특히 주인공들의 아버지 역에는 저신장 장애를 가진 김범진 배우가 직접 출연해 당사자성을 반영하며 작품에 설득력을 더했다,
11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무용공연 ‘구조의 구조’는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소리를 진동으로 감각하며 작품을 즐길 수 있는 무장애 이용법(우퍼 조끼)을 제공할 예정이다. 보조장치인 우퍼(진동) 조끼는 소리를 진동으로 바꿔 리듬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전달한다.
고령자나 장애인들이 겪는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뜻으로 사용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는 1974년 건축 분야에서 휠체어를 탄 고령자나 장애인이 공공시설 또는 집을 편하게 드나들기 위해 문턱을 없애자는 운동으로 시작됐다. 최근 장애인들의 문화 향유권 확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연극, 무용 등 국립단체의 공연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배리어 프리(무장애) 공연 제작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4월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등록장애인은 264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주말에 문화예술을 관람하는 장애인은 6.9%로 비장애인(20.1%)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본격적으로 배리어 프리 공연 제작에 나선 국립극단의 전체 관객 대비 장애인 관객은 2019년 0.54%, 2020년 0.51%, 2021년 0.73%, 2022년 상반기 1.55%로 지난 4년 동안 코로나19로 공연 환경이 어려울 때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증가했다. 수어 통역, 공연해설 오디오, 공연해설 자막과 더불어 이동지원을 확대하면서 장애인 관객 또한 함께 늘어난 것이다.
국립극장은 오는 17일부터 뇌 병변 장애 배우가 출연하는 연극 ‘틴에이지 딕’을 국내 초연한다. 소외된 인물을 다루는 작품 속 극복과 치유의 서사는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허물고자 하는 창작진의 염원을 담고 있다. 한글 자막과 수어 통역이 자연스럽게 공연장에 자리 잡는 것을 넘어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장애인 예술가들의 활약은 오늘도 조금씩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나가고 있다.
편집자주 - 예잇수다(藝It수다)는 예술에 대한 수다의 줄임말로 음악·미술·공연 등 예술 전반의 이슈와 트렌드를 주제로 한 칼럼입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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