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주최자 없는데…'압사 악몽' 홍콩의 핼러윈은 달랐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다음 날 홍콩 최대 번화가 란콰이퐁에서도 주최자 없는 핼러윈 축제가 열렸지만, 인명사고 없이 안전하게 치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홍콩은 1993년 압사 사고를 겪은 뒤에는 주최자가 없더라도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행사가 열리면 경찰이 철저히 통제에 나서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에서 5년간 거주하고 있는 교민 이정민씨는 지난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지 경찰의 핼러윈 인파 대응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란콰이퐁에서 열리는 핼러윈 축제에 세 번 이상 가봤다는 이는 “바나 술집, 식당 이런 게 매우 많다는 점에서 이태원과 란콰이퐁이 비슷하다. 특히 핼러윈 같은 때는 페스티벌을 위해 사람들이 다 몰려 바쁜 곳”이라고 말했다.
란콰이퐁에서는 지난 1993년 새해 전야를 맞아 수많은 시민이 몰리면서 21명이 숨지고 62명이 다치는 압사 사고가 있었다. 이후 현지 경찰은 “경찰이 축제를 주도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행사 때마다 강력한 통제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씨는 “(이번 란콰이퐁 핼러윈 축제는) 란콰이퐁 상인회와 경찰이 연계해서 미리 계획했다고 들었다. 경찰, 정부 웹사이트에서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차량 접근과 집합이 금지되는 것 등을 미리 안내하는 것을 봤다”고 언급했다.
이씨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사람들과 함께 나란히 걸으며 일방통행을 하도록 통제한다. 경찰들이 골목을 가로막고 일렬로 줄을 지어 시민 무리의 선두에 서서 공간을 벌리며 동선과 속도 등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씨는 “사람들이 꽉꽉 메워서 일방통행을 하는 와중에도 도로에 구급차나 다른 응급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봤다”고 전했다.
또 이씨는 “(현지 경찰이) 입구랑 출구를 통제한다. 그래서 아무 곳이나 들어갈 수가 없고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일종의 클럽 경비원 역할을 한다”고 부연했다. 즉 경찰은 적정 수준의 인파만 유지될 수 있도록 15~20분마다 입구를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숫자를 제한해서 들여보내고 나가는 숫자를 확인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저도 익숙하지 않아 처음 봤을 때 불편한 거 아닌가, 축제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거 아닌가 생각도 했었다”며 “사람들이 통제의 지시를 순조롭게 잘 따르고 안전사고가 없는 것을 보면서 중요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란콰이퐁 상인 협회장은 지난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경찰이 1993년 비극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란콰이퐁은 안전하다”며 “경찰은 자신들이 정한 최대 운집 인원 선을 넘어가면 더는 사람들이 란콰이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것은 인파 통제 공식”이라고 했다.
홍콩 경찰은 “서울 참사 이후 취한 특별 조치가 아니라 예년과 유사한 평소 행사 통제 매뉴얼”이라며 “우리는 수년간 란콰이퐁에서 벌어지는 축제에 대응해 온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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