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사고'라는 정부의 사고(思考),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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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 당국자들은 공개석상에서 '근조'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을 달고 있다.
또 이태원 '참사(慘事)'라는 표현 대신 이태원 '사고(事故)', '희생자(犧牲者)' 대신 '사망자(死亡者)'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가 아닌 '사고'로 쓰게 하고, '희생자' 또는 '피해자'가 아닌 '사망자' 또는 '부상자'를 쓰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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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퐁티 ‘말하는 이의 말이 사고 그 자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 당국자들은 공개석상에서 ‘근조’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을 달고 있다. 또 이태원 ‘참사(慘事)’라는 표현 대신 이태원 ‘사고(事故)’, ‘희생자(犧牲者)’ 대신 ‘사망자(死亡者)’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공적 문서에서 객관적 표현을 사용한다는 관행을 따랐다는 입장이나 일각에선 정부 책임론을 희석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략)
중대본은 이태원 참사 관련 용어 표현도 통일하도록 했다. 이태원 ‘참사’가 아닌 ‘사고’로 쓰게 하고, ‘희생자’ 또는 ‘피해자’가 아닌 ‘사망자’ 또는 ‘부상자’를 쓰도록 한 것이다.
□ 참사(慘事) : 비참하고 끔찍한(慘) 일(事)
사고(事故) : 일이 발생(事)했는데 평시에 있지 아니한 뜻밖의 사건(故)
156명이 길에서 압사당해 죽었다. 부상자도 151명이다. 어느 한 사람이 길을 걷다가 돌출된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진 ‘사고’가 아니다. 그 상황은 말 그대로 ‘참사’다.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며 죽음이다.
그런데 정부가 ‘뜻밖의 사건’으로 표현해 달라고 한다. 이에 EBS 등 국책성이 강한 채널은 화면 상단 우측에 ‘이태원 사고’라고 표기하고 애도하자고 한다. 정부는 ‘희생자’ ‘피해자’라는 단어도 ‘사망자’ ‘사상자’라고 주장하며 이것이 중립적 용어라고 한다.
현상학 철학자 메를로퐁티는 “말하는 이가 말하기 전에 생각하지 않으며 말하는 사이에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말하는 이의 말이 사고(思考) 그 자체다”라고 규정했다. 말은 곧 관념을 밖으로 드러낸다는 얘기다.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국민은 현상을 접하고 바로 “참사”라고 ‘말했다’. 뉴스를 접한 국민은 그 사건(事)을 입 밖으로 표현하면서, 발성하기 전에 ‘사고’인지 ‘참사’인지 생각해서 말한 것도 아니고, 입말을 하는 중 머릿속으로 사고로 말할지 참사로 말할지도 고민하지 않는다. 국민 사고(思考)에 그건 누가 봐도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며 죽음(慘事)’이어서 참사라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뜻밖의 사건’으로 규정하려 할까. ‘참사’는 현상의 본질이고, ‘사고’는 다듬은 용어인데 다듬는 이유에는 본질을 흐리고 싶기 때문이다.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다.’
이는 곧 ‘이익에 상충하는 상대가 있다’는 개념이다. 정부 스스로가 자신이 이익에 상충하는 한 축이라는 것을 자백하는 결과다. 뒤집으면 “내가 책임자”라는 논리가 된다.
따라서 책임자가 국민을 상대로 ‘중립적 용어’를 요구하면 ‘참사’라는 본질이 흐려진다. 마치 부친이 죽어 일터에서 헐레벌떡 달려와 서럽게 우는데 상주의 상복이 제례에 어긋난다며 혼나고 통제 당하는 느낌이다.
‘말하는 이의 말이 사고 그 자체다.’
정부가 ‘중립적 용어를 쓰겠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정부의 ‘본질’이다. 책임을 피해보겠다는 기세(氣勢=남에게 영향을 끼칠 기운이나 태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慘 : 참혹할 참
事 : 일 사
전정희 편집위원 laka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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