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122)] 당신들의 다음 세대, 밴드 ‘차세대’의 방향성

박정선 2022. 11. 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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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종영한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엠넷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에서는 모두를 놀라게 한 장면이 있었다. 불과 방송 3회 만에 갑작스럽게 출연 밴드가 자진 하차를 결정하면서다. 그 주인공은 밴드 ‘차세대’(보컬 이찬희·기타 이준형·베이스 남고래·드럼 이원희)다. 이들은 하차의 이유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는 맞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차세대는 자신들만의 방향성이 뚜렷한 밴드다. 소위 말하는 ‘요즘’의 것과 멤버들의 취향이 반영된 클래식이 섞여 나오는 새로운 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이다. 이 음악을 자유롭게 선보이기 위해 지난해 11월엔 ‘당신들의 다음 세대’라는 이름의 공연장을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에 직접 짓기도 했을 정도다.


ⓒ차세대

-어떤 인연으로 밴드 ‘차세대’를 결성하게 됐나요?


어떤 관계는 가족으로, 어떤 관계는 친구로, 또 어떤 관계는 헤어졌다 다시 만난 연인 같은 이유로 모두 모이게 되었습니다. 모아놓고 보니 학연, 지연, 혈연으로 이루어진 그룹사운드가 되었네요(웃음). 재능 있고, 마음 맞는 젊은이들을 찾기 위해 꽤 오랜 기간 고심한 역사가 있었는데요, 결국에는 이 록 음악 불모지에서 과감히 인생을 담가 볼 용기 있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왜 ‘차세대’라는 이름이어야 했는지 궁금해요.


멋지잖아요? 하하. 밴드를 만들 때 했던 생각이라고 하면, 지금 세대는 다들 조금씩 외롭고 답답함을 느끼며 살아간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무언가 대안을 줄 수 있는 집단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방법이 ‘차세대’라는 이름처럼 꼭 미래 지향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록 음악의 역사들이 증명하는 어떤 것들에 대한 리스펙도 늘 가지고 있고. 멤버들 모두 복고주의가 있는 편이거든요. 소위 말하는 ‘요즘’의 것과 우리가 좋아하는 클래식이 섞여 나오는 무언가 새로운 것. 그 지점이 바로 차세대라는 이름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정장은 내 방 옷장에서 십년이 지나도 F/W시즌이 오면 꼭 손이 가기 마련인 것처럼.


-멤버들의 성격이 정말 제각각인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성격들이 모여서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네, 다들 정말 달라요. 그래서 오히려 좋습니다. A와 B와 C와 D가 모여서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각자에게 모두 동일한데, ‘나는 내가 되어야 한다’ 입니다. 어차피 그 누구도 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렇게 짙게 색을 띤 재료들로 나오는 음악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조합식으로 만든 것들은 대체로 정말 아름답지요. 물론 갈등은 매일 매일 있습니다. 다만 서열 정리가 정확히 되어 있는 편이고 제 1 원칙인 공동의 목표 ‘록스타’를 위하여 죽기 직전까지는 안 싸우는 편입니다.


-데뷔 당시 멤버들이 함께, 한 집에서 생활을 했다고 들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인가요?


지금도 마찬가지로 같이 살고 있어요. 아마 큰 성공을 거둬도 층을 나눠 지낼 뿐 한 주택에서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너무 만족해요. 행사나 공연이 많다 보니까 ‘우리 몇 시에 모이자’ 이런 방식으로는 어려움이 크고, 만약 새벽이라도 좋은 구절이 떠올랐다면 깨워서 의논해 볼 수도 있으니까요. 집단이 같이 빛나고 시너지를 내려면 우선 같이 오래 붙어 있어 서로를 면밀히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점이라고 하면 생활에서의 자잘한 스트레스겠지요. 다만 다들 같은 기숙사에서 오래 지낸 경험이 있어, 마치 군단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차세대의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요.


데뷔 당시는 정말 주먹구구식으로 ‘뭐든 다 해보자’라는 마인드가 강했던 시기라,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해왔던 것 같아요. 잡히는 로컬 클럽 공연을 진행하면서 소위 ‘힙’스러운 활동들도 많이 했었고요. 멤버들이 각자 진행하는 라디오라던지, 영화 모임을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감상하고 토론해본다던지, 연극스러운 부분도 많이 건드려 봤던 것 같아요. 그러다 멤버들과 공연장을 같이 짓고 만들게 되면서 라이브와 앨범 발매에만 집중하게 되는 요즘이 되었습니다. 사실 다들 원했던 방향이기도 하고 이 부분으로 가장 빛나는 집단이 되고 싶거든요.


ⓒ차세대

-이번 신보 ‘거짓말’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앨범인가요?


전작 앨범 ‘해비치’를 내고 바로 멤버 교체가 있었어요. 새로운 멤버를 뽑는 방식을 SNS에 공개 오디션 형태로 진행 했었는데, 그 때 지원자 중 ‘남고래’가 그간 혼자서 작업해 놓은 데모들을 면밀히 듣게 될 기회가 있었습니다. 곡들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해보고 싶었던 스타일의 음악들이었고, 앨범을 내야 하는 시기와도 겹쳐 운이 맞았다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고래를 멤버로 맞이하고 차세대와 함께 데모를 밴드 음악으로 같이 쌓아 올리고 앨범 녹음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 시정잡배들을 모아놓고 보니 우연찮게 또 동문이더라고요. 하하. ‘거짓말’이라는 앨범명과도 딱 알맞고 그 가사말까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게 우연이라는 게 널 더욱 사랑하게 해 / 그래 결국엔 다 사랑일 뿐이야’


-동명의 타이틀곡에 대한 소개도 해주세요.


‘거짓말’이라는 노래는 부르거나 듣고 있으면 가슴이 뜨거워져요. 처연하기도 또 한없이 희망적이기도 합니다. 차세대가 그간 작업한 모든 넘버들 중 가장 마음을 크게 담게 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남게 되는 한 줄의 시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또 무한한 사랑과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언젠가 받았던 사랑처럼.


-앨범 소개에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면서 그것을 ‘사랑’이라고 정의하셨는데요, 차세대 멤버들이 생각한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늘 냉소적이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요. 사실 모든 사람들은 여름휴가에 가족들과 좋았던 시간이나, 크리스마스에 느끼는 촛불과 체온 같은 것들을 좋아하잖아요. 입 밖에 내기 좀 민망한 그런 순간들을요. 우리 너무 ‘쿨’하고 싶어 하니까요. 망각하고 애써 뒤로 밀어 놓은 감정들을 전면으로 내어 놓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꾸 반복하게 되는 말인데, 다들 정말 삶이 어렵더라고요. 저도 제 주변도. 그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사랑이니까요. 누군가 나서면 들불처럼 번져 나가 다들 따뜻해 질 것을 알거든요. 그런 밴드가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의 결론’이라는 워딩이 자칫 거대한 담론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그냥 단순한 생각이에요. 그리고 대부분의 진리는 단순한 그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비참하고 슬픈 일이 많습니다. 혼탁한 세상에서 잠시 음악을 듣고 걷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꾸준한 루틴이 된다면 더욱 좋겠고요. 그 루틴에 로큰롤 앨범 ‘거짓말’을 당연히 포함시켜야 하겠고요(웃음). 건강 합시다!


-곡을 쓰면서, 또 가사를 쓰며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가 있다면?


가사를 쓰기 시작할 때면 첫 한 문장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모든 일의 시작이 제일 어려운 것처럼.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하나의 마음으로부터 출발해야 만족스러운 가사가 나오더라고요.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나면 그 뒤는 쉽게 풀어나가게 됩니다. 씨앗이 나무가 되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느껴집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사랑’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었고 그것을 다섯 개의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많은 이들의 마음에 위안과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네 명의 멤버가 마음을 다해 적었다고 표현하신만큼 각 트랙에 대한 애정도 클 것 같아요. 각자 가장 애정이 가는 곡과 그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고래) 타이틀곡인 ‘거짓말’은 소중한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솔직한 마음을 담은 노래에요. 제가 느끼는 록앤롤 그 자체인 노래입니다. 많은 사람들 마음속에 사랑이 번져나가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해줘 언제나 내편이라고!


준형) 그날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바뀔 만큼 전곡이 다 개성이 있고 좋아요. 하지만 가장 자주 듣게 되는 곡은 역시 ‘거짓말’입니다. 언제 들어도 시원한 사운드와 보컬이 끝내주는 것 같습니다.


원희) 각 곡마다 애정이 가는 포인트가 너무 많습니다. 요새는 다섯 곡을 쭉 이어서 듣는 경우가 많은데 마지막 곡 ‘밤하늘’을 들을 때마다 앨범을 만들던 행복한 순간들이 생각이 납니다. ‘밤하늘’을 라이브할 때 관객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핸드폰 불빛을 켜주시는 것이 무대에서 봤을 때 정말 아름다워요. ‘밤하늘’을 마지막으로 앨범을 쭉 들으면 정말 좋은 앨범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찬희) 저는 휴가 가서 아껴 들으려고 최대한 안 듣고 있습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다 좋다고 하더군요(웃음),


-이번 앨범 작업 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점, 고충이 있었다면?


작업 과정 자체는 어느 때보다 즐겁고 수월했습니다. 다만 많은 공연 행사 일정을 같이 소화하는 것이 다들 조금 지치게 했던 것 같아요.


-기존과는 달랐던, 이번 앨범에서 밴드 차세대의 도전이나 변화도 있었을까요?


많은 그룹사운드들이 채택하는 방식이 아닌 기준점이 없이, 소위 메트로놈이 없이 녹음했습니다. 저희가 라이브 할 때 느낌처럼 생생한 그루브를 원했거든요. 도전이나 변화라고 한다면…스튜디오에 돈을 많이 투자했다? 정도가 있겠습니다. 하하.


-완성된 앨범에 대한 만족도가 꽤 높은 것 같아요.


맞아요, 스스로 굉장히 만족하는 앨범입니다. 몇 장의 음반을 내면서 느끼는 점은 내가 시간이 지나고 다시 들었을 때 여전히 좋은 음악을 내고 싶다는 것인데요. 지난 앨범에서는 발매 직전, 직후까지도 아쉬움이 남아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아무래도 역량이나 마음의 문제가 컸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멤버들 다들 좋은 폼을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앨범을 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물론 평가는 시간과 타인이 해주는 것이지만요.


ⓒ차세대

-최근엔 엠넷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이란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었죠.


의도한 것은 아닌데 너무 언더독처럼 지내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한번 나가봤습니다. 사실 별로 재미가 없었고 저희가 생각하는 방식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자진하차를 결심하게 되었어요. 방송 이후에는 욕도 한바가지 먹어보고 좋은 말도 들어보고 그랬는데 무언가 크게 변한 것 같다고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경험해볼만한 일이라고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아쉬움이 남지는 않았나요?


이왕 하는 거 깽판도 더 내고 카메라도 한두 대 부수고 올 걸 싶었네요. 하하. 농담이고요, 제작진 분들도 사실 다 사람이고 좋으신 분들이라 저희끼리 방송 이야기를 술안주로 잘 먹고 있습니다(웃음).


-다음에 또 다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온다면?


지금은 없어져 버렸지만 ‘무한도전 가요제’를 정말 재밌게 봤거든요. 거기에 꼭 나갈 기회가 생겼다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쉬워요. 남아 있는 프로그램에서는 ‘라디오스타’정도? 요즘은 유튜브가 훨씬 강세 느낌이 있으니 이용진 씨가 하는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 한 번 나가보고 싶어요. 그렇게까지 웃기게 놀림 당해보고 싶기도 하거든요.


-멤버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밴드의 모습은 어떤가요? 그리고 지금 차세대는 그 이상적인 모습에 얼마나 가까워져 있나요?


시대에 너무도 반짝였던 수많은 팝스타들이 있지만 저희는 아주 오래 오래 변함없이 활동하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이상이라고 함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얘네는 100년 동안 변함없이 로큰롤 하고 있네. 그래도 반짝인다’ 뭐 이런 것들이요. 목표가 큰 집단이기 때문에 아직 엄청 먼 길로만 보이지만 5년 전의 나를 생각하면 맞게 가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현재가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어쩌면 이상에 닿아서 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고요.


-앞으로 어떤 활동들을 보여줄지도 궁금해요. 계획되어 있는 플랜이 있다면 귀띔해주셔도 좋고요.


11월 19일에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저희가 운영하는 공연장에서 진행합니다. 11월 20일은 제작발표회를 같은 장소에서 진행하게 되는데요, 앨범을 만드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해 관객들과 함께 관람하고 약간의 주류·다과와 함께 애프터 파티를 할 예정입니다. 이 모든 쇼는 저희 SNS를 통해 예매하실 수 있어요. 그 이후로는 올해 정말 정승같이 굴러온 멤버들의 스트레스를 위해 짧은 휴가라도 다녀오려고 해요. 하하. 더 이상 굴리면 정말 다들 쓰러질 것 같거든요. 12월은 아무래도 크리스마스와 연말 공연을 해야겠지요. 1년 공연 중 가장 훈훈하고 즐거운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결산이니까요.


-차세대가 꿈꾸는 최종의 목표는?


록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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