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물가 5.7%↑ 상승폭 다시 반등…공공요금 최대 상승

임성빈 2022. 11. 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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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상승했다. 올여름 이후 둔화했던 상승률이 석 달 만에 다시 확대된 상황이다. 낮은 원화 가치와 수출 부진에 고물가까지 더해 한국 경제와 서민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5.7% 높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점점 오르다 지난 6월 24년여 만에 6%대를 기록했고, 7월 6.3%를 찍은 뒤 8월에 5.7%, 9월 5.6%로 상승폭을 줄여오던 중이었다. 물가 상승률은 최근 6개월 연속 5% 이상을 이어가고 있는데, 지난 1997년 12월부터 1998년 11월까지 1년간 6% 이상을 지속한 이래 가장 긴 기간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0월에는 4분기 공공요금의 인상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이끌어온 밥값과 기름값 상승도 여전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3.1% 상승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0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지난달부터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h)당 7.4원 인상되고, 민수용(주택·일반용) 도시가스요금이 메가줄(MJ)당 2.7원 올랐기 때문이다.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전체 물가 상승률(5.7%)의 0.77%포인트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한 달 전인 9월의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가 0.48%포인트였던 점을 보면 지난달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외식 분야도 계속해서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외식 가격은 1년 전보다 8.9% 상승했다. 전체 물가 상승률의 1.13%포인트를 차지한다. 치킨 가격이 전년 대비 10.3% 오르는 등 고공비행 중이다.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연합뉴스

외식 가격이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식자재값이 올랐기 때문인데,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2% 상승했다. 특히 채소류 가격이 21.6% 오른 상황이다. 집중호우 등의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배추가 72.3%, 무는 118.1%로 높은 상승률을 찍었다. 토마토(29.5%)·양파(25.4%)·파(24%)와 수입 쇠고기(6.3%)·돼지고기(3.3%) 등 축산물 가격도 올랐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7% 상승했다. 지난 6월 39.6%까지 오른 뒤 7월에는 35.1%, 8월 19.7%, 9월에 16.6%로 점점 오름폭이 작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휘발유 가격은 전년 대비 2% 떨어지며 올해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반대로 경유는 23.1%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문제는 고물가를 견인하고 있는 먹거리 가격과 기름값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원유 감산 결정으로 국제유가가 또 널뛸 수 있는 데다, 이날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방 요인으로는 가공식품의 출고가 인상과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는 점이 있고, 하방 요인으로는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이 하향 안정화 되는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 심의관은 “물론 OPEC+의 감산 결정에 따라서 국제유가가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 러시아의 식량 무기화 등으로 곡물 가격이 다시 반등하는 상황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2월(5.2%)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은 지난 7월(6.3%)이 물가 상승률의 정점이었다고 판단하며, 당분간 5%대의 높은 상승률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 심의관은 “지금 나타나는 흐름을 보면 7월이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6%대로 다시 올라가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물가 상승률이 3%대에 진입하며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4분기에는 기저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는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고물가 흐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를 넘었고, 코로나19의 일상화로 가계 지출이 늘어나는 보복소비가 생기면서 수요에 의한 인플레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주요 기관이 경제전망을 하향 전망하는 등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물가도 계속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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