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파괴? 가을 야구 뒤흔드는 키움의 파격 카드
예측이 불가능하다. 키움 히어로즈가 야구 상식을 비껴가는 파격 카드로 가을 야구 판도를 흔들고 있다.
1일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 4-4로 맞선 7회 말. 1사 1·2루 한유섬 타석에서 키움은 투수를 최원태에서 김동혁으로 교체했다. 사이드암 김동혁의 등판은 뜻밖이었다. 한유섬은 옆구리 투수에 강한 좌타자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잠수함 상대 성적도 타율 0.295, OPS(장타율+출루율) 0.905로 강했다. 반대로 김동혁은 왼손타자에게 피안타율 0.306으로 약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한동민은 김동혁의 초구 체인지업을 받아쳤으나 힘없는 땅볼이 되면서 병살타가 됐다. 김동혁은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PO)에서도 결정적인 순간, 채은성을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경기 뒤 "포스트시즌(PS)에 와서 자신감이 있다. 구위나 움직임이 좋다"고 기용 이유를 설명했다.
야구계에선 '우산 효과' 또는 '라인업 프로텍션'이란 용어를 쓴다. 강타자가 연달아 붙어 있으면 투수가 적극적인 승부를 해야해 타자들이 이득을 본다는 거다. 하지만 최근 세이버매트릭스(야구를 통계학·수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에선 이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고 평가한다.
키움의 라인업은 우산 효과를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후반기 OPS 1위인 이정후와 야시엘 푸이그를 붙여놓지 않고, 3번과 5번으로 배치하기 때문이다. 사이에 들어간 김혜성도 이른바 '거포 스타일'이 아니지만 4번으로 나서고 있다. 김혜성은 포스트시즌 들어 3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둘의 연결 고리 역할을 잘 해냈다.
내야에서 평균 신장이 가장 큰 포지션은 1루수다. 다른 내야수들의 송구를 받는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체격이 크고, 팔다리가 길어야 던지는 선수도 부담이 줄어든다. 슬러거들의 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로 1루에 배치하기도 한다.
키움도 지난해까진 박병호가 주전 1루수였으나 팀을 떠났다. 올해는 정규시즌 중반부터 키 1m70㎝인 김태진을 1루수로 기용하고 있다. 주로 2루수나 3루수로 나서던 김태진은 학창 시절에도 1루수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유연성이 좋아 다리를 찢는 동작으로 어려운 공도 척척 받는다. PO 4차전에선 악송구를 몸을 날려잡아내 승리에 기여했다.
하지만 '체격이 큰 1루수'가 잡을 수 있는 공을 놓치는 경우도 나올 수 밖에 없다. PS에서 김태진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지만, 장타는 2루타 1개 뿐이다. 대체자원이 부족한 여건상 김태진이 잘 메꾸고 있긴 하지만, 성공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준PO부터 치른 키움은 아무래도 불리한 입장이다. 그래서 마운드 운용 역시 임시방편을 자주 꺼낼 수 밖에 없다. 올해 10승 8패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한 선발투수 에릭 요키시의 잦은 불펜 기용도 그런 맥락이다.
요키시는 준PO 2차전에서 선발로 나선 뒤 5차전에선 구원투수로 나와 1과 3분의 1이닝을 던졌다. PO에선 다시 선발로 나왔다가, KS 1차전에선 불펜투수로 나왔다. 다만 결과가 좋지만은 않았다. 준PO에선 무실점하면서 홀드를 올렸으나, KS 1차전에선 2점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될 뻔했다. 요키시는 3차전에선 다시 선발로 나설 예정이다.
키움은 한현희와 정찬헌이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올 시즌 최고 투수였던 안우진은 손가락 물집으로 전력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KS 1차전에선 마무리 김재웅이 49개를 던졌지만, 2차전 등판을 예고했다. 키움 벤치가 어떤 묘수를 짜내고, 어떻게 작용할 지는 이번 KS의 흥미로운 포인트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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