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보우소나루 “헌법 준수할 것”…권력 이양 승인
대선 패배 이후 침묵을 지키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선인에 대한 권력 이양을 1일(현지시간) 승인했다. 대선 패배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브라질 대법원은 성명을 통해 권력 이양 절차에 대한 승인으로 그가 선거 결과에 승복했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수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2분 남짓 짧은 연설을 통해 그간의 침묵을 깼다. 대선 결선 투표 이후 약 45시간 만이다.
그는 이날 “브라질의 대통령이자 시민으로서 헌법을 계속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선 불복을 주장하며 고속도로를 점거한 자신의 지지자들을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불의에 항의하는 것”이라며 치켜세우면서도 “평화적 시위는 언제나 환영이지만, 좌파처럼 다른 이들에게 손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룰라 당선인을 호명하거나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으며,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그의 비서실장인 시루 노게이라는 기자들과 만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내년 1월 1일 룰라 당선인의 취임 전까지 진행될 권력 이양 절차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후 브라질 대법원은 성명을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권력 이양을 승인하면서 선거 결과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자투표 기기의 신뢰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여러 차례 부정선거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9월엔 오직 신만이 자신의 권력을 빼앗을 수 있다고 말해 지난 미국 대선 이후 발생한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와 같은 혼란이 브라질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현재 브라질에선 이번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고속도로를 점거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난 1일 브라질 경찰 집계에 따르면 시위대는 전국 도로 267곳에서 도로의 통행을 막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연설 이후에도 그의 지지자들이 시위를 멈출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49.1%를 득표해 50.9%를 얻은 룰라 전 대통령에 석패했다. 극심한 좌우 분열 속 브라질 첫 3선 대통령에 오른 룰라 전 대통령은 승리 연설을 통해 “2억1500만 브라질 국민을 위해 통치하겠다. 우리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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