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총선서 집권 좌파 과반 붕괴…라스무센 前총리 캐스팅보트
1970년대 이후 지속된 좌·우 분열 끝내고 중도 연정 출범할 지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1일(현지시간) 실시된 덴마크 조기총선에서 집권 사회민주당이 이끄는 좌파 연합이 과반 의석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자유당이 주도하는 우파 연합의 득표율도 애초 예상보다 부진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좌파 연합에도 밀렸다. 이에 따라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전 총리가 지난 6월 창당한 중도당이 차기 정부 구성 협상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예상된다. 중도당은 창당 5개월 만에 치른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원내 3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총선 투표 마감 직후 공개된 덴마크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사회민주당의 득표율은 23~25%로 예상됐다. 자유당 득표율 예상치는 14%에 그쳤다. 사회민주당이 주도하는 좌파 연합은 85~86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총선에서 좌파 연합은 과반보다 3석 많은 93석을 얻었다. 덴마크 의회 전체 의석 수는 179석이다. 자유당이 주도하는 우파 연합의 의석 수는 좌파 연합보다 적은 72~73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파 연합의 의석 수도 2019년 총선 때 76석보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라스무센 전 총리의 중도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좌ㆍ우 진영의 의석 수가 모두 줄었다. 중도당은 약 9% 득표율을 얻으며 16~17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도당이 차기 정부 구성 협상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셈이다.
라스무센은 과거 자유당 소속으로 2009~2011년, 2015~2019년 총리를 역임했다. 하지만 그는 중도당을 창당한 뒤 이번 선거에서 좌우가 함께 하는 중도 성향의 정부를 보고 싶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지난달 5일 조기총선 실시를 발표하며 "좌우를 모두 아우르는 폭넓은 정부를 원한다"고 말했다.
영국 BBC는 이번 총선 결과 덴마크가 1970년대 이후 지속된 좌우 분열을 끝내고 중도 성향의 연정을 출범시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중도당은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뒤 자유당, 사회민주당, 중도당으로 이뤄진 정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BBC는 라스무센 전 총리가 차기 정부 구성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자신이 차기 총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우파 연합측 총리 후보인 자유당의 야콥 엘레만-젠슨과 보수당의 쇠렌 파페 폴센보다 라스무센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좌파 연합의 총리지만 이민 문제 등에 대해서는 우파적인 성향을 보였다. 그는 사회민주당의 이민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급격히 우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는 이민 문제에 강경했던 덴마크 인민당 몰락의 원인이 됐다. 국경과 이민 통제 강화를 표방한 우파 성향의 인민당은 2015년 총선 때 21.1% 득표율로 사회민주당에 이어 원내 2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2019년 총선에서 8.7% 득표율로 원내 3당으로 밀려났고 이번에는 원외 정당으로 밀려날 수도 있을 정도로 최악의 결과를 받았다. 출구조사 결과 인민당의 득표율은 원내 진입의 기준이 되는 2%를 간신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덴마크 역대 최연소 총리로 취임한 프레데릭센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단호한 방역 대책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20년 11월 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 변이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자국 내 밍크 1700만 마리 전부를 살처분한 결정이 논란이 됐다.
지난 6월 덴마크 의회 위원회는 당시 정부의 밍크 살처분 결정은 법적 정당성이 부족했고 덴마크의 모피 산업을 황폐화시켰다고 판단했다. 덴마크는 유럽 최대 모피 수출국이다.
이른바 밍크 스캔들로 위기에 처한 프레데릭센 총리는 지난달 내년 6월로 예정된 총선을 7개월 앞당겨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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