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상 처음 남쪽으로 탄도미사일 발사…"오늘 최소 10발" (종합)
오늘 최소 10발 이상 동·서쪽 발사
尹 "도발 대가 치르도록 엄정 대응"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남쪽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도발 수위를 다시 한 번 끌어올렸다. 그간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해안포와 방사포를 쏜 적은 있지만, 탄도미사일은 분단 이래 처음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진행 중인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빌미로 삼아 무력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여전한 만큼 공세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2일 오전 8시 51분께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발은 동해 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졌다. 구체적인 탄착 지점은 NLL 이남 공해상 26㎞, 속초 동방 57㎞, 울릉도 서북방 167㎞ 등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2발은 확인 중으로, 현재까지 남쪽이 아닌 다른 방향을 향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해상이라고는 하지만 영해가 기준선에서 12해리(약 22㎞)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영해에 상당히 근접하게 떨어졌다. 미사일 방향이 처음으로 남쪽, 특히 울릉도를 향한 까닭에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및 탄도탄 경보 레이더 등과 연계된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에서 자동으로 울릉군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군은 현재 추가적인 상황을 포착하고 경계태세 및 화력대기태세를 격상해서 대응 중이다. 북한은 이날 최소 10발 이상의 다종 미사일을 동·서쪽으로 발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합참은 이날 발표한 군의 입장을 통해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 이남 우리 영해 근접에 떨어진 것"이라며 "매우 이례적이고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대응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도발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무력 도발에 대해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4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공중연합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반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F-35 B, 핵잠수함 등 미국 전략자산이 잇따라 한반도에 전개되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된다.
도발에 앞서 북한 군 서열 1위로 꼽히는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한미 양국이 북한을 겨냥해 무력을 사용할 경우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강화된 다음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위협한 데 이어 담화의 명의와 비난 수위를 점차 높여가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박정천은 군 서열 1위로 꼽히는 만큼 이번 담화가 사실상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탄도미사일로 추정된 지난달 14일 새벽 발사 이후 중국 당대회 기간이던 16∼22일을 전후해서는 탄도미사일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28일 낮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고, 또다시 닷새 만에 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한 것이다.
북한의 잇따른 말폭탄 속 '다음 조치'나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은 핵무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7차 핵실험을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선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ICBM 발사로 미국의 반응을 지켜본 뒤 핵실험 감행 여부와 시기를 놓고 저울질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비난이나 성명을 발표한 뒤 도발을 감행하는 기존의 패턴을 따랐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국가 애도기간 중 미사일을 발사한 건 예상 밖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상황을 알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발을 자행했다"며 "구제불능 집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어딜 겨냥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종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도발이 이뤄진 건 아닌지 굉장히 의구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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