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 40년전 ‘우순경 총기난사’에 무너진 ‘주민 억장’ 바로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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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4월 25일, 경남 의령군의 밤은 악몽이었다.
궁류지서에 근무하던 우모 순경이 칼빈소총 2정과 실탄 180발, 수류탄 7발을 예비군 무기저장고에서 탈취해, 주민들에게 무차별 난사해 62명이 숨지고 39명이 중경상을 입는 역사상 최악의 비극이 발생했다.
의령군은 이날 유족대표 10명을 포함한 지역대표 25명의 위원이 참석한 역사적인 첫 회의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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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욱 기자] 1982년 4월 25일, 경남 의령군의 밤은 악몽이었다. 궁류지서에 근무하던 우모 순경이 칼빈소총 2정과 실탄 180발, 수류탄 7발을 예비군 무기저장고에서 탈취해, 주민들에게 무차별 난사해 62명이 숨지고 39명이 중경상을 입는 역사상 최악의 비극이 발생했다.
“40년 전 그날 남편을 잃었습니다. 제 몸에 총이 세 발 지나갔습니다. 당시 대통령님이 오셨습니다. ‘대통령님 부모 잃은 이 많은 고아 좀 거둬주십시오’라고 펑펑 울었습니다. 오늘 한이 풀리는 날입니다. 군수님 고맙습니다”
지난 10월 31일 오후 2시 군청 회의실에서 열린 ‘궁류사건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사업 추진위원회’ 첫 회의에 90세 노모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배병순 할머니는 40년 만에 처음 꺼내 본 말이라며 그날의 기억을 회상했다. 어르신은 “억장 무너지는 40년을 지나 오늘까지 왔다. 군수님이 나서 공간도 마련해주고 제를 지내 준다니 감격스러울 따름이다”면서 “영감도 하늘나라에서 흐뭇하게 볼 수 있게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배 할머니의 바람처럼 의령에 ‘우순경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원이 생긴다. 공원 명칭도 ‘의령 426 추모공원’으로 확정됐다.
의령군은 이날 유족대표 10명을 포함한 지역대표 25명의 위원이 참석한 역사적인 첫 회의를 개최했다.
오태완 군수가 지난해 12월 당시 김부겸 총리와의 면담에서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인데 그런 경찰이 벌인 만행인 만큼 국가가 책임이 있다. 그래서 국비로 이들의 넋을 위로해야 한다”는 건의가 도화선이 돼 추진위원회 구성과 추모공원 건립 확정 단계까지 왔다.
의령군은 올해 5월 행정안전부로부터 7억원의 특별교부세가 확정돼 내려왔으며 도비와 군비를 합쳐 총사업비 15억원으로 추모공원을 지을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특별한 일에 특별한 사람’이 위원장을 해야 한다는 유족 뜻에 따라 오 군수가 만장일치로 추진위원장에 추대됐다. 사건 당시 의령군 행정계장으로 사고 수습을 맡았던 하만용 노인대학학장과 유족대표인 류영환 씨가 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상정된 안건 중 ‘공원 명칭의 건’에 대해서는 격론이 오갔다. 유족 중 일부는 “‘궁류사건’이라는 말은 입에도 올리기 싫다. 지난 세월 궁류에 산다는 이유로 너무 큰 고통을 받았다”며 추모공원 명칭에 ‘궁류’라는 지명을 넣지 말 것을 요청했다.
‘치유’와 ‘추모’ 중 어느 단어가 공원 명칭에 적합한지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우선 추모의 공간으로 먼저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위원들은 계속 공원을 꾸미고 발전시켜 치유와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공원 위치는 두세 곳의 유력 후보지를 정했고, 법적 검토와 주민 의견을 거쳐 확정할 뜻을 밝혔다.
오 군수는 “‘의령 하면 우순경’ 이런 시대에 우리가 살았다. 이제는 떨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유족들의 살아있는 증언에 가슴이 미어진다. 역사적 사명감으로 반드시 추모공원 사업을 제대로 완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영남취재본부 김욱 기자 assa1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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