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정보 수집 ‘만능 권한’ 부여 법 조항, 文 정부 때 신설

허경준 2022. 11. 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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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뒤 윗선에 "진보단체, 정부 압박 가능성" 정보보고
‘위험 예방’ 명목 무분별 정보 수집 가능 … 警 내부 "통치 정보 제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이 여론 동향을 수집해 만든 문건이 공개되면서, 경찰에 강력한 정보 수집 권한을 부여한 ‘만능 법 조항’이 경찰의 무분별한 정보 생산·작성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조항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2월에 신설된 것으로, 경찰의 정보 수집 ‘임무’를 넘어서 사실상 경찰에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일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8조의2(정보의 수집) 1항에 따르면 경찰관은 범죄·재난·공공갈등 등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보의 수집·작성 배포와 이에 수반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항에는 정보의 구체적인 범위와 처리 기준, 정보의 수집·작성·배포에 수반되는 사실의 확인 절차와 한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경찰의 직무 범위가 명시된 같은 법 제2조에 이미 규정돼 있던 경찰의 정보 수집·작성·배포 임무와 달리 신설 조항은 정보 수집 활동을 직무로 규정하지 않고 권한 행사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 내부에서는 정보 수집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경찰이 이 같은 정보 수집의 ‘만능 조항’을 바탕으로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수집 가능 정보의 구체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정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은 진보·보수단체와 여성단체, 언론 보도 동향 등을 수집·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에 대한 보상 문제가 이슈화될 수도 있고, 국민 애도 분위기 속에서 성금 모금을 검토하고 정부도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자체 실무자들의 반응까지 담겼다.

또 사망자 중 여성이 많아 정부의 ‘반여성 정책’ 비판에 활용할 수도 있다거나, 시민단체가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할 수도 있다는 등 정부 정책과 통치에 영향을 미칠만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다.

사실상 경찰이 정부 운영에 대한 제언과 정권의 안위까지도 고려한 것이어서, 직무상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범죄의 예방과 대응에 필요한 정보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통보되는 수형자·가석방자의 재범방지 및 피해자의 보호에 필요한 정보 ▲국가중요시설의 안전 및 주요 인사의 보호에 필요한 정보 ▲방첩ㆍ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정보 ▲재난·안전사고 관련 정보 ▲집회ㆍ시위 등에 필요한 정보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의 보호와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책에 관한 정보 ▲도로 교통과 관련한 정보 ▲경찰청장이 위탁받은 신원조사 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의 장이 법령에 근거해 요청한 사실의 확인을 위한 정보만 수집할 수 있다.

대통령령인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에는 "경찰관은 수집한 정보를 작성할 때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중립적으로 작성해야 하며, 정치에 관여하는 등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그 내용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라고도 규정하고 있다.

위험한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경찰의 정보 수집 활동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위험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정보를 수집한다거나, 공공의 위험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정보를 취득해 작성·배포하고 정치적인 내용까지 담은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현직 경찰은 "소위 통치 정보를 수집해 작성한 것"이라며 "정보 수집의 권한 조항을 만들어놨으니, 해석하기에 따라 어마어마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국민의 권리까지도 제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일례로 정보 경찰은 주유소 기름값이 오른 것도 국가 경제 위기로 확대해 윗선에 보고한다"며 "(경찰 정보 라인은) 정당성도 없고 위험과 전혀 관계가 없는 정보도 위험과 관련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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